국힘 의원들, 헌법재판소 돌며 "어둠의 세력 무너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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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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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과 '대통령 탄핵 각하 길 걷기' 행사... "헌재가 악의 세력이냐? 제정신인가"
▲ 탄핵 각하를 위해..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을 마친 윤상현 의원 등 국민의힘 기독인회 의원들과 전한길 강사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을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여리고성이 간절한 염원과 기도로 인해 무너졌듯이, 우리가 (헌법재판소 주변을) 묵묵히 걸으며 기도하면 헌법재판소를 덮고 있는 어둠의 세력들이 반드시 걷어지고 무너지리라고 믿습니다."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의원 10여 명이 헌법재판소를 성경 속 '여리고성'에 빗대며 탄핵 반대를 기원하는 행진을 벌였다. 교계에서는 "헌재를 무너뜨려야 할 악의 대상으로 규정한 행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기독인회 소속 의원 10여 명은 1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대통령 탄핵 각하 길 걷기'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이 어둠의 세력과 영적인 전쟁을 하고 있다"라면서 "(대통령) 탄핵 각하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헌재를 도는 (이른바) 여리고성 돌기를 시작하려 한다"며 주변 담벼락을 따라 걸었다.

행사엔 국민의힘 기독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김민전·김장겸·박충권·성일종·이인선·이종욱·인요한·임종득·조배숙(가나다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근 극우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집회에 참여하며 '스피커'로 떠오른 공무원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함께했다.

'여리고성 붕괴'는 아무리 불가능한 일도 신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구약성경 여호수아기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여리고성 주위를 일주일간 맴돌았고 성벽이 갑자기 무너져 성읍을 점령하게 됐다.

헌재-여리고성 빗대고, 위기는 "좌파 때문"이라는 국힘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을 마친 윤상현·조배숙 의원 등 국민의힘 기독인회 의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을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의원들은 이번 행사를 '여리고성 돌기'에 여러 차례 비유했다. 조배숙 의원은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면서 "분명히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 주변 행진을 앞두고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여리고성이라는 강력한 성벽에 부딪혔지만 계속 (성 주변을) 돌면서 기도했을 때 그 성벽이 무너졌다"고 빗댔다.

윤상현 의원도 "여리고성이 간절한 염원과 기도로 인해 무너졌듯이, 우리가 (헌법재판소 주변을) 묵묵히 걸으며 기도하면 헌법재판소를 덮고 있는 어둠의 세력들이 반드시 걷어지고 무너지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임종득 의원 역시 "대한민국의 어려운 고비마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셨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기도해야 할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헌재를 도는 여리고성 돌기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위기를 초래한 것이 '좌파' 또는 '야당'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윤 의원은 "이번 대통령 탄핵·구속 사태의 본질은 대한민국이 3대 검은 카르텔 세력에 의해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이라면서 "(3대 카르텔은) ▲ 좌파 사법 카르텔 ▲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 종북 주사파 카르텔"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도 "어둠의 세력인 좌파 세력들이 늘 우파 정권을 끌어내리고 대한민국을 해체하려고 하는 시도가 계속 있었다"며 "이명박 정부 때는 말도 안 되는 광우병, 박근혜 정부 때는 사드 배치에 모든 좌파의 힘을 집중해 대한민국 허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비롯해 각 기관을 분쇄하겠다며 탄핵하는 등 대한민국 허물기에 힘을 쏟는다. 거기에 마지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고 했다.

인요한 의원은 "야당이 지난 8개월 동안 국회에서 하는 부당한 행동을 지켜보고 많이 참았다"며 "그들은 우리(여당)를 보고 내란이라고 하는데 (되레) 그들이 지금 내란을 일으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헌재 앞에서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10일째 단식 투쟁 중인 김보근 목사의 축원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대통령 탄핵 각하 길 걷기'라는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헌재 주변 담벼락을 따라 걸었다.

"당이 망할 판이자 극우 표심 얻으려고"

 전한길 강사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기독인회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 소장인 김디모데 목사는 해당 소식을 듣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목사는 "헌재를 여리고성에 빗대고 그 주변을 돌았다는 것은 헌재를 무너뜨리고 제거해야 할 악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사법기관을 어떻게 그렇게 바라볼 수 있나"라고 했다. 이어 "(선고를 앞두고)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는 것이고, 삼권분립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빙자해 망령된 짓을 벌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목사는 또 "성경에 따르면 여리고성을 도는 이들은 군사들이고, 성이 무너지자 사람들이 일제히 성에 들어가 안에 있는 것들을 멸하고 불살랐다는 내용이 있다"며 "폭력 행위를 기독교 신앙의 이름으로 조장하겠다는 건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의힘이 망하게 생겼으니까 극우 개신교 표심이라도 얻으려는 걸로 보인다"며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힌, 참 부질없는 염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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