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말 갈 데까지 간 막장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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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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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고성과 야유가 오가며 정상적 진행이 힘든 상황이 빚어졌다. 한동훈 법무 장관 답변 도중 의석에 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묻는 말에 답변해야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한 장관이 “야구장 오셨느냐”고 받아치자 정 의원이 “한동훈”이라고 다시 소리치며 난장판이 벌어졌다. 사회를 보던 민주당 소속 김영주 부의장이 참다 못해 “민주당 의원님들도 경청해 달라”며 주의를 줄 정도였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설 중에도 “땅땅땅” “울산 땅” “땅 대표”라고 소리 지르며 의사 진행을 방해했었다.

야당 의원들이 정책 질의가 아닌 꼬투리 잡기 공격에 나서고 국무위원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국회에서 일상사가 되었다. 이날도 “(답변 태도를) 사과하라”(안민석 민주당 의원) “국민에게 이상한 욕설 같은 것도 하시는 분”(한동훈 장관)이라는 등의 설전이 벌어졌다. 한덕수 총리가 “오염수 문제로 (민주당이)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있다”고 하자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런 태도로는 더 이상 질문 못 한다”고 소리쳤다. 김 부의장이 다시 나서 “최악의 대정부 질의로 가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렇게 말싸움 할 바에는 대정부 질문을 뭐 하러 하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는 일도 벌어진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5일 대정부 질문에서 “윤석열씨”라고 불러 논란을 불렀다. 지난달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밑에서 (금감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했고, 지난 3월엔 민주당 청년위원회가 “윤석열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조선의 총독인가”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고민정 의원은 4일 상임위에서 “답변하는 걸 보니 이동관씨를 도저히 (방통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국민의힘은 “실제 단식인지 단식 쇼인지도 의문”(김기현 대표) “단식인 듯 단식 아닌 웰빙 단식”(대변인)으로 조롱했다.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쓰레기”라고 모욕한 민주당 의원들의 극언까지 나왔다.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지금처럼 수시로 고성을 지르고 말싸움을 하며 사사건건 충돌하진 않았다.

여야 모두 자기가 잘해 국민 지지를 얻으려 하기보다 남의 실책을 부각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뺄셈의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사생결단의 정쟁이 난무하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일들이 더욱 빈발할 것이다. 유권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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