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지프스까지 동원한 이재명 대표의 희생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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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란하게’ 검찰에 나갔다. 지지자 수백명의 연호를 받으며 준비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독재정권이 자신을 제물로 삼아 무능과 실패를 감추려 하고, 정치검찰이 없는 죄를 조작해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거나,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기 위해 어떤 고난에도 소명을 다하는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말들이다. 스스로를 억압받는 희생자로 미화하는 것이 이 대표가 그렇게 강조했던 ‘당당한 출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백현동 사건은 지역 건설사의 개발 비리에 불과하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선 시행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300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얻은 민간 사업자와 과거 이 대표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로비스트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독재를 종식하고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는 토착비리 사건인 것이다. 게다가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비등했던 사건이다. 독재정권과 정치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미 3차례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때마다 강성 지지자들 앞에서 결백을 주장하고 검찰을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청사에 들어가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의혹 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 당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또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때도 출두 시간과 장소를 적시한 게시물을 뿌려 지지자를 모아놓고 ‘정치쇼’를 벌이며 세를 과시할 생각인가. 독재정권에 비장하게 맞서는 민주투사라는 낡은 프레임을 앞세운 팬덤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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