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뜨거운 여름' 신의정·홍지희·송상은… 우리가 아는 첫사랑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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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7.31. 오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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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연극 '뜨거운 여름'의 뮤지컬배우 신의정(왼쪽부터), 송상은, 홍지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다음달 8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2015.07.28.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의정(30)·홍지희(27)·송상은(24)은 뮤지컬 신에서 개성 넘치는 여배우들이다. 신의정은 주로 관능미, 홍지희는 청순함·송상은은 귀여움을 뽐내왔다.

하지만 밝고 적극적이며 당차다는 공통점이 있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극 '뜨거운 여름'(작·연출 민준호)의 첫사랑 '채경' 역을 그래서 나눠 맡게 됐다.

마냥 하늘거리며 청순한, 판타지 속 '첫사랑 이미지'가 아니다. 고등학교 여느 남학생의 첫사랑이 될 만한 여학생인데 수줍어 어쩔줄 모르는 남학생에게 먼저 뽀뽀할 줄 아는 능동성도 갖췄다.

세 배우에게 딱이다. 이와 함께 본래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도 이들 사이에 두루 통하는 점이다. 채경이가 노래를 좋아해 종종 노래도 부르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뜨거운 여름'이 이들 연극 데뷔작이다. 지난해 이 작품 초연 당시 원캐스트로 채경이를 이끈 신의정에 이어 홍지희, 송상은도 이번 시즌에 이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하게 됐다.

채경 역과 함께 순수하고 사랑스러우며 그녀와 빼닮은 '사랑' 역도 맡아 1인2역을 감당해야 하는 세 배우를 최근 대학로에서 만났다. 연습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작업이 "너무 즐겁다"며 입을 모아 깔깔거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랑스런 채경이와 사랑이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1990년대가 주요 배경으로 아날로그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에 어울리는 순수함도 갖췄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연극 '뜨거운 여름'의 뮤지컬배우 송상은(왼쪽부터), 신의정, 홍지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다음달 8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2015.07.28. bjko@newsis.com

-의정 씨는 이 작품에 다시 출연하게 됐네요. 지희 씨, 상은 씨는 이번이 처음이고요.

"제게는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여태까지 해온 방법과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재미있게 연기를 할 수 있었죠. 다시 하고 싶은 공연이었는데 지난해 이 공연을 마쳤을 당시에는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마지막에 미친 듯 펑펑 울었는데 7개월 만에 다시 하게 됐어요(웃음)."(신의정)

"지난해 이 작품 초연을 봤죠. 좋다는 입소문을 들었는데 보니까 배우로서 더 출연해보고 싶었죠. 다른 연극보다 뮤지컬의 특색이 많아서 신선하기도 하고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지쳐 있었는데 '뜨거운 여름'을 하게 돼 기쁘죠. 정말 편안하고 즐거워요."(홍지희)

"이렇게 놀면서 연습을 하는 것은 처음이에요(웃음). 너무 재미있고 연습도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죠. 문을 닫아놓고 있어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뿜어져 나올 정도라니까요."(송상은)

-민준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의 연출 디렉팅은 배우에게 많은 것을 맡기죠.

"네. 상대방에서 디렉팅을 찾으라고 하세요. 사람들 안에서 공기를 느끼고 상대방과 교류하라고 하죠. 특별히 하지 말라는 것도 없으시고. 감정 신이 거칠어도 된다고 하시죠. 불안할 정도로 무엇을 시키지 않죠(웃음)."(신의정)

-채경이와 사랑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연극 '뜨거운 여름'의 뮤지컬배우 신의정(왼쪽부터), 송상은, 홍지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다음달 8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2015.07.28. bjko@newsis.com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지만 모든 첫사랑이 정말 예쁘거나 잘 생기지는 않았을 거예요. 기억이라서 더 아름다운 경우가 있는데 채경이가 그런 존재일 것 같았죠. 그리고 제가 지금은 계산을 많이 하지만 어렸을 때는 계산하지 않고 더 적극적이었어요. 채경이도 그런 아이라고 생각했죠. 사랑이라는 이름 그대로 참 예쁜 친구죠. 순수해서 그 자체가 사랑이라 재는 것 없이 몸과 마음을 내던지죠."(홍지희)

"첫사랑이면 되게 청순할 줄 알았는데 연출님이 원하시는 모습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너 같이 하면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똑 부러지고, 털털하고, '하하하' 이렇게 웃는 게 제 모습인데 그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첫사랑하면 '손예진' 씨가 떠오르거든요. 근데, 재희가 한눈에 반하고 너무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첫사랑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요."(송상은)

-서로가 보는 서로의 채경·사랑이는 어떤가요?

"처음에는 나이 어리고 작고 예쁜 친구들이 들어오니까 (초연에서 재희를 맡은) 선규 오빠와 함께 낯 뜨겁고 부끄러웠어요. 저희끼리 막 창피해하지 말자고 그랬죠(웃음). 그런데 누구나 사랑을 해봤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면 어린 시절 그 순수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남자의 손 끝까지도 궁금해하고 예민해있으면 '첫사랑'의 모습이 자연스레 나올 거라고 믿었죠."(신의정)

-그런데 채경이와 사랑이에게는 남성의 판타지가 너무 묻어 있어요.

"저희도 맨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재희의 시각으로 본 재희의 이야기잖아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여고에서 단체 관람을 왔는데 채경이와 사랑이에게 정말 격하게 공감하더라고요. 능동적이고 용기가 있다는 거죠."(신의정)

"맞아요. 재희가 중심이 돼 그가 처음부터 극을 쭉 끌고가죠. 재희의 이야기이고 기억이라 판타지가 섞여 있을 수밖에 없어서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관객들도 재희를 보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첫사랑에 대해 떠올리실 거라 생각해요."(홍지희)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연극 '뜨거운 여름'의 뮤지컬배우 송상은(왼쪽부터), 신의정, 홍지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다음달 8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2015.07.28. bjko@newsis.com

-아무래도 연극이나 특히 뮤지컬에서 여자 배우들이 맡는 캐릭터는 한정된 것 같아요.

"뮤지컬로 갈수록 여자 캐릭터가 점점 더 여리여리하죠(웃음). 아무래도 남자 위주의 영웅담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채경이와 사랑이는 조금 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어요. 진지하기도 하고 당당하기도 하고."(신의정)

"아무래도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이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맡기는 쉽지 않죠. 보통 여자 주인공보다는 조연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에요. 여자주인공은 여리고 예쁘고 역할이 많죠."(송상은)

-'뜨거운 여름'은 90년대가 주요 배경입니다. 당시 유행한 대중가요, 소품 등이 추억을 자극하죠.

"그 때는 애타는 마음이 더 했고, 약속도 더 중요했죠. 삐삐를 들어야 해서 공중전화 찾느라 헤매고, 약속 장소에서 쉽게 떠날 수도 없고. 그런 기억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정서 역시 유리알 같았죠. 지금처럼 쉽고 빠르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눈빛 하나에도 상처를 받고(웃음)."(신의정)

"극처럼 어렸을 때 저도 마이마이(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가 있었어요. 그걸로 노래를 듣고 라디오 듣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기도 했죠. 편지도 정말 많이 주고 받았고, 친구들과 교환일기를 돌리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하면 망가지는 자물쇠를 걸어놓고(웃음).그 때 기억이 아직도 정말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홍지희)

"연습하다 보면 그때는 무엇이든지 애틋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헤어질 때도 '이따 어디서 만나'가 아니라 '여기서 만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더 따뜻하게 느껴져요. 소중하게 주고 받는 소품뿐 아니라 애틋하게 만드는 대본에 '말의 힘'이 있어요.(송상은)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연극 '뜨거운 여름'의 뮤지컬배우 송상은(왼쪽부터), 신의정, 홍지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다음달 8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2015.07.28. bjko@newsis.com

-요즘 미디어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무대라는 것은 '뜨거운 여름'처럼 참 아날로그적이에요.

"저는 (대중 미디어 중) 무대가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라고 생각해요. 매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똑같이 춤을 추고 똑같이 움직이는 거죠. 낭만적인 거라 절대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저희 작품도 정말 아날로그죠. 멋있는 소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효과도 조명으로 일일이 다 맞춰서 해야 하니(웃음). 다만 저희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았으면 해요. 오시기만 하면 관객들이 몇 배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공연이고 무대니까요."(신의정)

"저도 의정 언니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무대는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죠. 요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날로그 많이 회자되고 있잖아요. (최근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화제가 된 종이접기 전문가인) 김영만 아저씨도 나오시고요. 다들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게 되죠. 더 많은 분들이 그런 아날로그 감성을 줄 수 있는 공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셨으면 해요."(홍지희)

"저만 해도 TV, SNS, 영화 등에 훨씬 노출됐고 영향을 받아요. 그러니 주변에서 '너는 왜 무대가 주야'라고 자주 묻죠. 근데 저는 무대가 정말 재미있어요.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부딪히고 관객들과 함께 숨쉬는 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방송 출연하시다가 무대에 오르신 분들 중에서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로를 지켜주는 관객분들에게 참 감사하죠. 분명 자극적이고 즐거운 것들이 많을 텐데 이렇게 찾아주시는 것 자체는 살아 있는 에너지를 지켜주시는 거죠."(송상은)

-정말 연습 분위기가 좋다고 느껴지는 게 표정과 말투에서 밝은 기운이 그대로 묻어나요.

"정말로 연기가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해요. 이전에는 무대는 두렵고 어렵고 넘어야 할 고비였거든요. '뜨거운 여름'과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팀과 함께 하면서 그런 부분을 내려놓게 됐죠. 연극(Play)이라는 것이 진짜 '플레이'(Play)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신의정)

"제가 연습할 때 조금 예민해지거든요. 근데 이번 연습에서는 좀 더 마음를 열게 돼요. 연습실이 이렇게 스트레스가 없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공연이 저희에게는 일이고 분명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같이 하고 있다는 자체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요."(홍지희)

"제가 연기 전공이고 첫 연극인데 (부족한)연기 실력이 드러날까 걱정을 했어요. 노래로 연기력을 감춰왔는데 노래로 방어할 수 없는 캐릭터라 고민도 많았죠. 근데 연출님 연습 스타일이 잘 맞아서 다행이에요. 공연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인간 관계이거든요. 이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고 가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연극이 '뜨거운 여름'이고 이 분들하고 같이 하게 돼 정말 기쁘죠."(송상은)

8월11일부터 11월1일까지 대학로예그린씨어터. 재희 진선규·오의식·김대현, 작·연출 민준호, 프로듀서 조한성·안혁원, 러닝타임 135분(인터미션 15분 포함). 4만원. 스토리피. 02-74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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