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36억, 매달 돌려막기 연명…노회찬 4주기, 참담한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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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4. 오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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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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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노회찬 의원 4주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세상을 떠난지 4년, 4주기인 23일을 열흘 앞두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13일 ‘고 노회찬 의원 4주기 정책토론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의 사망 뒤 4년간 수렁에 빠진 정의당의 모습이 더 뼈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지방선거의 무기력한 참패 속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9%에 육박했던 정당 득표율은 4년 만에 4.14%로 반토막이 났다.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심상정 의원도 “4주기를 맞이하는 저희 마음은 몹시 무겁다”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노회찬 전 대표 영전에 ‘유력 정당, 정의당 만들어서 더 이상 주장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고 선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그 소명을 다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잇단 선거 참패가 정의당에 남긴 건 막대한 부채다. 정의당 관계자는 “현재 정의당이 떠안은 부채는 36억이며, 추가로 매월 발생하는 경상 적자는 각종 돌려막기 차입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당장 고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당사 이전’을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당원들도 정의당을 떠났다. “한때 당비를 내는 당원 규모가 최대 6만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고작 1만 명대”(당 관계자)라는 설명이다.

‘심상정 책임론’ 공개 분출…沈 “내 리더십 소진됐다”
정의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이은주 비대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3호에서 열린 정의당 제7차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당내에선 그동안 금기시돼온 ‘심상정 책임론’마저 공개 분출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꾸려진 ‘당 10년 평가위’의 한석호 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1기 정의당 실패는 심상정 노선의 실패다. 심 의원은 10년간 원내대표를 지냈고 두 차례 총선에서 당 대표였을 뿐 아니라, 세 차례 대선의 유일 후보로, 자타공인 정의당을 실제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핵심 패인으론 ‘민주당 이중대’ 논란이 지목됐다. 한 위원장은 “심상정 전략은 정의당 원칙을 중심에 세우지 않았고, 그 결과 정의당은 민주당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 상태까지 망가졌다”며 그 대표적 사건을 ‘조국사태’로 꼽았다. 그는 “그때부터 독자 진보정당으로써의 정의당은 죽었다. 그 결과가 총선·대선·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의 연속 패배였다”고 했다.

비대위에서 공개 제기된 ‘심상정 책임론’에 심 의원도 응답했다. 전날 비대위 요구로 제출한 ‘정의당 10년 역사에 대한 평가서’에서 “저는 정의당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별 행위자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고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당을 주도해온 세력은 낡았고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됐다”며 “이제 차기 리더십이 주도할 근본적 혁신은 주류세력 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이중대’ 논란에 대해서도 “일전에도 거듭 사죄드린 바 있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 이 사건은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비례대표 전원 사퇴라도 해야”
정의당 광주시당 소속 6.1지방선거 후보들이 25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대시민 사과를 하고 '다시 기회를 달라'며 108배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당 내부에서 패인 진단은 여전히 엇갈린다, 심 의원과 함께 평가서를 동반 제출한 비례대표 5인(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 가운데 배진교 의원은 유일하게 ‘이중대 논란’에 대한 반성을 건너뛰었다. 배 의원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강행 처리 국면에서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검찰청법 개정안 찬성, 형사소송법 개정안 기권’이란 갈지자 행보를 이끌다 ‘이중대 논란’을 다시 촉발한 당사자다.

일부 의원들은 ‘노동 중심성’을 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의당은 노동자의 정당”(강은미 의원), “정의당에 노동이 사라졌다는 비판에 무엇이 원인인지 평가해야 한다”(이은주 원내대표)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노동당으로의 다시 회귀할 순 없는 노릇인데 엉뚱한 판단을 내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지도부 인사는 “정의당은 창당 당시 진보신당의 노동·생태·평화·여성 등 4대 가치에 더해 일부러 앞에 ‘자유’를 넣었을 만큼, 대중 노선이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단 주장이 나오고 있다. 9일부터 시작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전원 사퇴 당원 총투표 발의 절차가 대표적이다. 전체 당권자의 5% 이상인 약 910명이 동의하면 발의가 이뤄지고, 당원 총투표가 실시된다. 이 발의를 주도한 정의당 관계자는 “당이 회생 불가한 상황에 들어서 있다. ‘전원사퇴’라도 해야 다시 국민이 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대표하고자 하는 사회 계층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노회찬 의원이 ‘6411 버스’를 통해 호명했던 사회적 약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진보 정치가 잘 되려면 정치·사회·경제적 자원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집중하고, 그들을 정치적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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