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난 고양이, 커뮤니티에 알리자…놀라운 기적 [개st하우스]

입력
수정2020.08.15. 오후 12:09
기사원문
이성훈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새벽 3시 온라인 커뮤니티 MLB파크(엠팍)에 딱한 길고양이 사연이 올라옵니다.

“안녕하세요, 눈팅 유저인데 염치없는 글 하나를 올립니다. 출근길에 눈앞에서 길냥이 교통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사고로 왼쪽 뒷다리가 부러졌는데 입만 벌리고 덜덜 떨어요. 사료를 나눠주면 맛있게 먹던 착한 애입니다. 치료비가 200만원이나 듭니다…회원님들의 작은 도움 부탁드려요.”

차에 치여 다리뼈가 산산조각난 길고양이. 치료비 200만원을 인터넷 커뮤니티 MLB파크 회원들이 모아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하 제보자 조성훈 제공

이 글을 쓴 사람은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성훈씨입니다. 성훈씨는 차에 치여 다리뼈가 으스러진 고양이가 온몸을 떨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출근이고 뭐고 일단 고양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갔죠.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워낙 대수술이라 수술비에 입원비까지 최소 200만원이 든다고 했답니다.

제보자는 굶주린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나눠줬다. 사고를 당한 검은 고양이도 그 중 하나였다고.

교통사고로 축 늘어진 기옥이. 진단 결과 왼쪽 뒷다리뼈가 3조각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성훈씨에게 부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후원 요청글이라도 올려보라고 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고양이에게 누가 도움을 줄까, 싶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새벽에 글을 올리고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다음날 놀라운 기적이 벌어집니다. 성훈씨의 글은 엠팍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베스트글에 선정됐고, 오전 10시에 벌써 70만원, 목표액의 절반 넘게 모였습니다. 이후 오후 2시에 128만원으로 수술비 모금 완료!



후원금은 몇천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게 들어왔고, 커피 기프티콘과 ‘힘내시라’는 응원문자도 날아왔어요. ‘비용 걱정 마시라, 치료비 전액 돕겠다’는 통 큰 후원도 있었고요. 성훈씨는 “제가 커뮤니티 회원들 화력을 너무 물로 봤다”면서 기뻐합니다.

커뮤니티 회원들이 한두 푼씩 모아 작은 생명을 살렸습니다. 고양이 이름은 기옥이. 성은 원. 원기옥. 이름 모를 지구인들의 기운을 모아 강력한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 주인공의 필살기인 ‘원기옥’을 따서 지은 이름이죠.

플레이트(철판)을 삽입해서 조각난 뼈를 이어 붙인 모습.

2시간에 걸친 접합 수술은 성공했고, 기옥이는 경기도 수원의 한 동물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입니다. 워낙 크게 다쳐 길거리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 기옥이는 사람과 친해지고 있어요. 이후 성훈씨는 추가로 입원비 모금을 했고 커뮤니티 회원들은 또 다시 60만원이나 모아줬습니다.

기옥이가 병원 간호사와 친해져서 고양이 간식을 받아먹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퇴원하면 기옥이가 갈 곳이 없거든요. 이미 성훈씨의 집에는 구조한 유기묘가 3마리나 됩니다.

기옥이는 아직 사람이 낯설어요. 그렇지만 간식도 잘 받아먹고, 조금씩 친해지고 있죠. 임시보호, 입양해줄 분을 찾아줄 예정입니다.

"후원자들에게 분명히 전해. 난 다시 걸을 수 있어. 그리고...고맙다고."

"어서 와라, 신입" 지난 10일 병원에서 퇴원한 기옥이는 당분간 제보자의 집에 머문다.

제보자는 이미 3마리의 유기묘를 돌보고 있다. 고등어 무늬 고양이, 탕이는 친화력이 좋아서 기옥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기옥이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가족을 찾을 때까지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 채널을 구독해주고 알림 설정해주세요!


*기옥이를 임시 보호, 입양할 사람을 기다립니다.


-고양이 집사 경험이 있는 분
-이미 집냥이가 있다면, 기옥이를 받아줄 친화력 필요
-기옥이의 아픈 다리가 아물 때까지 3개월간 적응을 도와줄 사람

입양, 임시보호를 원하는 분은 sury99@nate.com로 문의주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 네이버에서 국민일보를 구독하세요(클릭)
▶ 국민일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