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 인뱅은 돈 몰리는데…이자 못 올리는 시중은행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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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이 수시입출식 통장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시중은행 자금 일부가 빠져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처럼 수시입출식 통장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 잔액 규모가 커서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날 기준 MMDA 제외 가계 수시입출식 통장 잔액은 377조9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잔액 426조6876억원에서 10개월여 만에 48조6967억원(11.41%) 감소한 규모다. 수시입출식 통장은 정기 예·적금과 달리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다. 급여 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식 통장 잔액은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줄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은행 예·적금 금리가 5%에 가까워졌다. 금리가 0~1%인 수시입출식 통장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또 주식 등 자산시장 조정이 계속되면서 대기성 자금도 줄었다.

특히 인터넷은행으로의 자금 이탈이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토스뱅크가 출범과 함께 내놓은 연 2%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식 통장 토스뱅크통장은 큰 인기를 끌었다. 업계는 최근까지도 시중은행 자금이 토스뱅크통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뱅크통장 잔액이 대부분인 토스뱅크 수신 잔액은 지난해말 13조7900억원에서 9월말 기준 26조4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파킹통장 금리 인상과 함께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효과다. 케이뱅크는 2020년부터 업비트와 제휴를 맺었다. 두 은행은 8월말 대비 9월말 수신 잔액이 각각 1400억원, 1조3806억원 늘었다. 케이뱅크는 3분기에만 수신 잔액이 1조3100억원 증가했다. 두 은행 모두 수신에서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다.

시중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낀다. 수시입출식 통장 잔액이 저원가성 핵심 예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저원가성 핵심 예금은 은행이 값싸게 조달한 자금을 의미한다. 저원가성 핵심 예금이 많을수록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커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수시입출식 통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중 자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은 수시입출식 통장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규모가 인터넷은행 대비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수시입출식 통장은 예·적금과 달리 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바로 모든 잔액에 상향된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5대 은행의 가계와 법인 수시입출식 통장(MMDA 포함) 잔액을 모두 합친 규모는 9월말 기준 617조2160억원이다. 0.1%포인트만 올려도 은행 입장에선 6000억원 이상의 자금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경쟁을 통해 수시입출식 통장 잔액을 늘린다고 마냥 좋지도 않다. 수시입출식 통장은 지급준비율이 7%로, 수신상품 중 가장 높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자금 중 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이다. 예·적금의 지급준비율이 2%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시입출식 잔액이 예·적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늘면 이윤 창출을 위한 자금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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