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희 할머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배우니까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경북 포항에 사는 김춘희(76) 할머니가 2023년 제1회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경북 지역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할머니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과 둘이 사는데 밖에 나가도 모르는 게 많고, 생활하는데 많이 불편했다"라며 "좀 신경을 써봐야겠다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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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수학을 제일 재밌게 배웠다"라며 "과학도 정말 재밌고, 공부가 싫다거나 이런 건 없었는데 오히려 국어가 의외로 어렵더라"라고 이어갔다.
한 번의 낙방 끝에 지난해 8월 중학교 검정고시 과정에 통과한 그는 1년도 안 돼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60여년 전 대구 매천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별다른 배움 없이 답답한 삶을 이어갔다"라며 "뒤늦게 검정고시 학원에 다녔고, 학원에 내 또래는 별로 없었다. 배우면 사람이 생기가 생긴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할머니는 "모르는 걸 하나둘 배우면 재밌고, 답답한 스마트폰 쓰기도 쉬워지고 사는데 훨씬 좋아졌다"라며 "중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마치고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공부를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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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 수능까지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조금 더 배우면 실력이 늘지 않겠나 싶긴 하다만 우선 고민만 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김 할머니는 오는 8일 오후 포항교육지원청에서 다른 검정고시 합격자들과 함께 합격증서를 받는다.
6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경북지역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에는 경북에서 996명이 응시해 784명이 합격, 78.1%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60세 이상 합격자는 초졸 7명, 중졸 34명, 고졸 34명이다.
김 할머니 외에도 구미와 포항에서 70대 할머니들이 각기 중졸·초졸 졸업학력에 최고령 합격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3년도 제1회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 2월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한 고령의 응시자가 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3.2.13 jieunlee@yna.co.kr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