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면 위로 떠오른 자영업자 위기, 정교한 선제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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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6.27. 오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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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중앙포토
1분기 자영업자 대출 1034조원에 연체 6조원
연체율 1%로 8년 만에 최고치, 부실 확대돼
불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를 빚으로 버텨 온 자영업자 상당수가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해서는 50.9%나 불어났다.

지난 3년은 자영업자들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다.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코로나가 덮쳐 가혹한 거리 두기에 시달리며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직원들을 내보내고 빚으로 빚을 막으며 버텼다. 2019년 407만 명이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가 지난 5월엔 436만 명까지 늘어난 것도 그런 여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금리는 오르고 경기는 악화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가파르게 치솟는 연체다. 1분기 기준 전체 금융기관 자영업자 연체율은 1%로, 작년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뛰었다. 2015년 1분기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자영업자 연체액도 1분기 6조3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4조1000억원)보다 53.7%나 증가했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2.52%로 은행권(0.37%)의 6.8배에 달한다. 서민 자영업자가 찾는 마지막 제도권 금융인 저축은행 연체율은 5.17%나 된다. 모든 지표가 정상적인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통상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경우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간주되는데, 자영업의 경우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이 737조5000억원, 전체 대출의 71.3%에 달한다.

문제는 코로나 시기인 2020년 4월부터 시행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로 끝난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지도 않았는데 연체가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경제에서 원리금 상환을 무한정 유예해 주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이 불경기에 일률적으로 빚을 독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차주별로 형편에 맞는 상환 계획을 세우는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무엇보다 한계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제도권 밖 불법 대부업체로 달려가지 않도록 선제적인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최저임금도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책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여전히 전체 취업자의 20%에 달한다. 자영업의 위기는 곧 중산층과 서민의 위기라는 엄중한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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