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재원 29조 필요… 한전채권 이은 또 다른 블랙홀 되나

입력
수정2022.11.16. 오전 10:42
기사원문
홍준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가 채권·증권 발행, 시장자금 싹쓸이 우려
글로벌 금리인상과 한전채 과다 발행,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돈맥경화’ 현상을 보여온 자금시장에 안심전환대출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금리로 받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금융상품으로, 올해와 내년에 총 45조원이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높은 주택금융공사가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MBS(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를 발행할 경우 올해 한전채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15일 주택금융공사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MBS 잔액은 올해 말 139조5980억원에서 내년 말 167조4641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내년에 MBS를 올해보다 27조8661억원 더 발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에 MBB(주택담보대출 담보부 채권) 국내 발행 물량(약 1조원)까지 합치면 거의 29조원을 추가로 국내에서 조달해야 한다. 주금공 MBS는 신용등급이 AAA로 최상급인 데다 금리도 연 5%대 수준으로 높아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MBS, 자금시장 블랙홀 될까

주금공이 MBS 발행 물량을 늘리는 것은 안심전환대출 공급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금융 당국은 지난 6일 당정협의에서 안심전환대출 신청 기준을 현재 ‘6억원 이하 주택’에서 내년에는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총 45조원인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를 5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금공은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외국에서 MBB 발행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올해 말 7조6625억원으로 예상되는 해외 MBB 발행 잔액은 내년 말 12조4487억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 발행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회사채 금리 급등을 촉발한 한국전력도 내년에 추가로 한전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높은 에너지 가격 등의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에 30조원 규모의 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올해 말 70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되는 누적 한전채 발행 잔액은 내년에는 110조원 규모까지 늘어나게 된다. 내년에 한전채가 40조원가량의 시중 자금을 추가로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2019년부터 지난 6월까지 부족한 자금의 91%를 한전채로 조달했을 정도로 채권 의존도가 높다.

대출·조달금리 역전으로 2300억원대 손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주금공의 조달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역마진이 발생해 손실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주금공은 내년에 조달금리가 대출금리보다 1%포인트 높은 상황이 될 경우 2342억원가량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주금공의 MBS 발행 금리는 크게 올랐다. 지난 1월만 해도 최고 발행 금리가 2.97% 수준이었는데, 지난 9월에는 5.42%가 됐다. 안심전환대출(3.7~4%)이나 보금자리론(4.15~4.55%)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외에서 발행한 MBB 금리도 지난 3월에는 1.98% 정도였는데, 지난달에는 4.52%까지 높아진 상태다.

주금공은 “역마진 때문에 공사의 손실이 확대되면 대외신뢰도 하락 및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역마진 손실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심전환대출

고금리로 받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7~4.0%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정책 금융상품. 주택 가격 6억원 이하,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