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단지 상가 지분쪼개기 기승...강남구 ‘꼼수 분양권’ 매매 칼 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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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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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법 개정 건의에 검토나서
대우마리나 아파트 입주민 측이 내걸었던 ‘상가 쪼개기’항의 현수막 [독자 제공]


재건축 단지의 상가 지분을 여러 명으로 나눠 분양자격을 늘리는 ‘상가 지분쪼개기’를 막기 위해 강남구청이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보내고 법 개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 개정되고 난 뒤 정비구역에서 지분쪼개기를 했을 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일을 앞당길 수 있게 하는 등 꼼수 분양권 획득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17일 국토부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구청은 최근 상가지분쪼개기와 관련해 도시정비법 3개 조항에 대해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상가 지분 쪼개기는 재건축 사업을 지연시켜 수익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추후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강남구청은 최근 대치동 미도·선경, 압구정 미성 아파트 등 강남 소재 7개 아파트에 ‘행위허가 및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을 지정 한데 이어 상가지분쪼개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상가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판단해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상가 지분쪼개기는 최근 부산에서도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1차’ 아파트 지하 상가 1실을 사들인 한 법인이 상가를 123개로 쪼개 매도하고 있어서다.

강남구는 우선 법이 개정되고 난 뒤 정비구역에서 상가지분쪼개기가 있을 경우 권리산정일을 앞당길 수 있게 요구했다. 분양권 획득 날짜를 조정함으로써 지분쪼개기를 무효화 시키자는 주장다. 이를 위해 권리산정의 기준일을 규정한 도시정비법 77조 1항에 ‘집합건축물의 전유부 분할로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증가하는 경우’를 포함시킬 수 있게 건의했다.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꿔 분양권 수를 늘리는 행위를 규제하는 도시정비법 77조에 상가지분쪼개기도 추가해 같은 방식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77조에서는 주택 등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의 산정기준일을 정해, 기준일 다음날부터 1필지의 토지가 여러 개의 필지로 나눠지는 경우 늘어난 토지 등 소유자 수만큼 분양자격을 각각 주지 않고 1개의 분양자격을 공유형태로 부여하고 있다.

또 상가 지분을 나눠 조합원 수가 늘어났을 때 재건축조합 설립이 미뤄지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는 도시정비법 67조에 따라 상가소유자가 전체 조합원의 10분의 1 이하인 때만 상가 조합원을 빼고 조합설립을 할 수 있는데, 만약 지분쪼개기를 통해 조합원이 10분의 1 이상이 되는 경우는 상가 소유주를 제외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구청은 상가 면적이 전체 사업지의 10분의 1이하인 때도 상가를 제외하고 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해당 내용을 법에 추가해 달라고 했다. 적은 지분으로 숫자만 늘려놓은 소유주들의 의사 결정권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고자 하기 위한 취지다.

마지막으로 구는 토지의 분할 등을 지자체장이 제한할 수 있는 도시정비법 19조 행위제한 규정을 손 봐 줄 것을 건의했다. 행위제한 규정에 현재는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의 설치, 토지 분할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 상가지분 쪼개기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유물 분할’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강남구청이 이같은 상가지분쪼개기 법개정을 건의해 오자 국토부도 검토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필요한 개정사항을)강남구청에서 건의해 온 것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상가지분쪼개기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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