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90%’ 폐지 당연한 3대 이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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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공시가(公示價)는 각종 토지 관련 세금의 과세 기준일 뿐 아니라 자산평가 및 공직자 재산 신고 등의 기본 자료,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다양한 행정 절차에도 쓰이는 근간 지표다. 따라서 공시가가 시세 수준으로 오르면 그 여파에 따른 국민 고통은 극에 달하므로 과도한 징세로 파탄한 왕조에 관한 수많은 역사적 교훈이 떠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막은 것은 매우 큰 업적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더 이상 국민이 마음 졸이는 일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선 후보이던 2021년 12월 “2022년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 한 해에 공시가격을 19%나 올리는 국가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을 환원하지 않으면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인하할 예정”이라고 한 공약의 실천이기도 하다. 당시 문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는 무려 시세의 90%였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과세표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17년 6월 참여연대 정책자료집에 ‘종합부동산세에서는 최고세율을 3.0%로 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100%로 올려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문 정부의 2018년 9월 관계 부처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로 인상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현실화하겠다’는 발표와 맥을 같이한다. 당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토지국유화’를 주장하던 때라 이런 정도의 정책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외국의 지가제도(송석호, 2001)는 공적 지가제도가 있는 일본·독일·대만 등과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는 영국·미국·프랑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의 과세표준으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독일도 매매가격 사례집에 활용하고, 대만은 토지등기부 기재를 위한 지표로 인용하는 정도다. 영국·미국·프랑스의 재산세 산출에서는 각종 주거비용을 제외하며, 양도세 계산 방식도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참여연대의 주장과는 달리, 공시가를 감정가 또는 시세의 50∼60% 이내로 산정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공시가는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1월 1일을 기준일로 하여 5월 31일까지 결정·공시한다. 그 사이에 지가의 급등락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충을 두는 것이다.

둘째, 지가는 국민 개인이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없다. 정부 정책이나 기반시설 건설과 민간 개발사업의 투자 등 수많은 외부경제에 의해서 가치 변화가 생기므로 이 지가 상승분을 그냥 무심코 사는 개인에게 부담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셋째, 시세 수준의 공시가를 앞서 말한 모든 자료의 기초로 사용하면 정부는 세수가 늘어나 좋고 부자 징수세를 재분배하는 것이 사회정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세금은 임차인 등에게 전가(轉嫁)되거나 국민 실소득을 줄여 자금 흐름 경화 현상을 가져와 서민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는 증거는 너무도 많다.

민주당과 좌파운동권이 주장하는 공시가 현실화는 무모할 뿐 아니라 국민 고통과 경제 활성화를 무시한 선동이다.

윤주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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