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자금성 서쪽 담장에 붙어 있는 중산공원을 찾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중년 남녀가 모여들었다. 두툼한 외투를 입고 보온병을 든 사람들이 방수 코팅된 소개서를 바닥에 깔았다. 사는 곳, 직업, 소득 등 '스펙'과 함께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이 빼곡히 적었다. 소개서에 줄을 달아 목에 걸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샹친자오는 2004년 베이징시 룽탄(龍潭)공원에서 처음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다. 이젠 전국 곳곳으로 퍼졌다. 쓰촨성 청두시 한 공원에는 남성은 파란색, 여성은 분홍색으로 구분한 소개서가 수백장 내걸렸고, 장쑤성 난징시 한 쇼핑몰에서도 '사랑을 조우하세요(遇見愛情)' 라는 게시판에 종이 한 장으로 정의된 청춘 남녀가 몰렸다.
'조급한' 부모와 '느긋한' 자녀의 결혼관에 대한 온도차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샹친자오를 찾은 부모들은 대부분 1980년대 가족계획생육정책 이후 아이를 낳았다.'한 자녀 정책'이라 불리는 산아제한책을 겪은 세대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를 갖는 기쁨'을 모르는 자녀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기자가 만난 한 중년 여성은 "내 딸은 베이징 호적과 차량을 가진 일등신붓감”이라며 "30살이 넘도록 결혼할 생각이 없어보여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샹친자오에서 부모들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프로스포츠 구단이 선수를 트레이드하듯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가진 정보를 캐낸다. 연령과 직업, 학력 등이 ‘문턱’을 넘은 뒤에야 소개서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마음에 든다 싶으면 휴대전화를 꺼내 자녀 사진을 공개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해외 거주자를 위한 공간도 있었다. 영국에 거주하는 30대 딸을 둔 한 60대 남성은 "해외에선 중국 남성을 만나기 어렵다"면서 "이곳에서 인연을 찾아 딸에게 소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결혼 건수는 2013년 1347만 건에서 2022년 683만 건으로 반 토막 났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6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초혼 연령도 2010년 24.89세에서 2020년 28.67세로 높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평균 초혼 연령이 이미 30세 안팎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아기 울음소리도 잦아든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14억 970만 명이었다. 전년보다 208만 명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는 인도에 내줬다. 출생률은 지난해 인구 1000명당 6.39명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도 2000년 1.63명에서 2022년 1.09명으로 줄었다.
인구감소는 부동산침체, 디플레이션과 더불어 중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과도 직결된 문제다. 경제학자인 쭤쉐진 전 상하이 사회과학원 부원장 겸 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한 심포지엄에서 “경제 성장 둔화와 공급망 충격 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 보듯 뻔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지만 묘안은 없는 상태다. 대기근이 강타한 1961년 이후 처음 인구가 줄어든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시 주석은 “인구 발전은 중화민족 부흥의 대사(大事)”라며 "고품질 인구 발전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 땐 새로운 가족사진도 공개했다.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고 출산과 육아를 장려했다. 올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 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결혼과 출산 관련 정책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