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지에 기초한 북한 잇단 담화, 도발 명분 쌓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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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돌연 미군의 일상적 정찰 활동을 트집 잡으며 24시간여 사이 세 건의 비난 담화를 쏟아냈다. 요점은 “미군이 경제수역을 침범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10일 새벽에는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10일 밤과 11일 오전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어 내놨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것”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 등 특유의 말폭탄도 담겼다. 북한은 처음에는 침범한 곳이 영공이라고 하다가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이를 부인하자 ‘경제수역’으로 바꿨는데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외국 군용기가 다니는 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번 담화가 억지에 기초한 것이란 얘기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북한이 이 시기에 이런 담화를 내놓은 것에 대해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른바 ‘전승절’로 기념하는 정전협정체결일(7월 27일) 70주년을 맞아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 조성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자존심을 구긴 터라 북한이 전승절 전후로 도발 등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측을 기존의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언급했다. 며칠 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의사 거부 담화를 남북대화 공식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아닌 외무성이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남한을 한민족의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미국과만 거래하겠다는 ‘통미봉남’을 노골적으로 내건 셈이다. 이 경우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도 탄도미사일 발사 등 실제 도발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무모한 도발로는 북한이 원하는 바를 얻지도 못할 뿐더러 자신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한·미 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철저한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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