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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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우스뮤지엄 / 예술감성글쓰기 학부모 제공


ㅡ선생님, 저 이 그림, 너무 너무 사고 싶어요!

꺅! 소리를 질렀습니다. 함박 웃음이 벙긋 번졌어요. 말수가 적어진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의 글이었습니다. 그림으로 글을 쓰는 강좌가 4기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보여주는 그림으로 자유롭게 쓰지요. 창작 동화도 쓰고 시도 씁니다. 나만의 날카로운 비평도 내놓고 호불호도 표현해요. 정말 너무 놀랍습니다.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에 예술 앞에 쭈뼛하던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이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그림은 없지요. 뒤샹의 변기에도 당황하지 않아요. 피카소의 큐비즘, 재밌는 소재일 뿐이죠. 백남준 비디오 아트에 각양각색 상상이 쏟아져 나오고, 김환기 단색화로 자기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동시대 작가들 그림은 또 어떻고요.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으로 글을 썼는데, 주말엔 엄마와 바로 그 그림을 보러 갔어요. 그림 앞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엄마가 뒷모습을 찍어 보내 주었는데, 진심 울뻔 했지 뭡니까.

그림의 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예술, 거창한 게 절대 아니죠. 소통의 매개로 쓰이고 감동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죠. 우리는 그것을 아주 재밌고 유익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림 앞에 종종 쫄보가 되는 어른들은 교육의 효과가 미미했어요. 코로나 전, 문화가 있는 수요일 갤러리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거든요. 열심히 미술관, 갤러리를 모시고들 갔지만 그저 하루의 이벤트같은 것이었죠..

그런데 방식을 바꾸자 달라졌습니다. 그림으로 글을 쓰는 수업을 시작했거든요. 어른들은 아이들과 다르게 그림을 보고 나의 경험을 떠올립니다. 나의 인생을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글을 읽다가 뜻밖의 눈물을 터뜨리기도 해요. 그림으로 글을 쓰다가 올 줄은 몰랐겠죠. 그런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결정적 순간으로 각인된다고 믿어요.

콘텐츠의 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세계를 점령한 그놈의 콘텐츠. 밥만 잘 먹어도 콘텐츠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콘텐츠가 됐습니다. 좋아서 혼자 오래 해온 것을 강좌로 기획했더니, 이런 호응이! 제법 괜찮은 콘텐츠가 된거죠.

6월부터는 서울시 교육청 어린이 도서관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매주 강좌가 열립니다.

7월부터는 예술의 전당 어린이 방학 특강으로 4주간 강좌가 열립니다.

수업을 진행하며 정말 놀라는 것은 아이들의 태도예요. 함께 글을 쓰는 친구 중에 탁월한 친구에게는 너는 이미 동화 작가야! 어서 출판사로 가야돼! 칭찬이 별처럼 쏟아집니다. 6학년 언니가 4학년 동생에게 진심의 칭찬을 건네며 배운다고 말하지요. 예술이 주는 유연함과 닿아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고유한 존재이고 그 자체로 옳지요. 좋은 걸 좋다고, 잘 하는 걸 잘 한다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박수쳐주며 그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언제나 전 좋은 그림들과 많은 질문을 준비합니다. 보고 느끼고 나누고 즐기는 것은 오롯이 여러분들의 몫이니까요.

인사동 코트 최소리 전시/ 예술감성글쓰기 학부모 제공


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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