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發 '임금 쓰나미' 오나…勞, 임금 30% 인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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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25.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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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
고용 불안·임금 하락 등 불확실성↑
전미자동차 노조, 4년간

배터리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자동차 합작법인 중심 임금 인상 요구
"LG엔솔-GM합작 임금 30%↑ 합의 근접"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고용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마저 기업에 전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진원지는 미국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 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고 제작 과정이 단순하다.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자동화 비율도 높다. 직원 구성도 생산직보다는 개발 및 서비스 인력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UAW는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의 노동자 약 15만명을 대표하며, 이들 3개사와 맺은 기존 협약이 다음달 14일 만료한다. UAW는 3사와의 협상이 그때까지 진전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이에 따라 UAW는 향후 4년간 임금 40% 인상과 공장 폐쇄 때 대체 일자리 제공, 생활비 지급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 3사는 UAW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테슬라 등 노조가 없는 자동차 회사와 경쟁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GM, 포드 등의 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UAW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800억 달러(약 107조4400억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 쓰나미' 오나…국내 기업도 촉각

바다 건너 기업의 임금 인상은 국내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국GM 노사가 올해 임금교섭에서 접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본급과 성과급 등 임금인상 폭을 두고 양측간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 GM의 임금인상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 본사의 협상 결과를 지켜본 후 한국사업장에서도 요구내용을 더 늘려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지난해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실적이 좋아 노조의 기대치가 한껏 오른 상태다.

현대차·기아 노사 교섭이 교착국면에 있는 것도 배경은 비슷하다. 현대차나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역대 최대 수준의 경영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에선 회사 실적이 나아진 만큼 직원에게 성과를 고르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나 기아 노조는 기본급을 18만4900원 인상하고 성과급으로 회사 수익의 30%를 고정적으로 지급하라고 요구안을 정했다. 기본급 인상폭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제시한 기준으로 그간 인상폭이 가장 컸던 지난해 10만8000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동화 전환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사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도 엇비슷한 양상이다. 규정상 해고가 어려운 터라 현대차·기아는 수년째 신규 채용 없이 정년·퇴사에 따라 직원이 자연감소하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노조에선 수년째 신규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에선 올해 교섭에서 정년연장을 핵심 요구사안으로 내걸었다. 새로 개발하는 차량이나 기존 차량을 출시할 시장이나 전 세계 각 공장 운영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각 공장별 투입차종이나 물량을 결정할 때 노사간 합의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배터리도 도미노 우려…"LG엔솔-GM 합작공장 30% 인상 합의"

미국 3대 자동차 기업과 대규모 합작 사업을 펼치는 국내 배터리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1개)를 비롯해 GM(3개)·스텔란티스(1개)·혼다(1개) 등과 6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SK온은 포드(3개)·현대차(1개)와 합작 공장을 돌릴 예정이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 2개, 현대차 1개 합작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간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 1공장(오하이오주 소재)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가능성이 주요 외신에 의해 제기됐다. 두회사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노사 양측은 오하이오 공장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현재 15.5달러(약 2만692원)에서 20달러(약 2만 6700원) 이상으로 약 29% 인상하고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임금 인상 소급분을 돌려주는 조건의 합의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얼티엄셀즈는 외신 보도에 대해 답변하지 않은 상황이다.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는 1400여명 규모다. 30% 이상 인건비가 오르면 한해 100억원이 넘는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UAW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공장 노동자의 임금 인상에 주력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UAW의 숀 페인 회장은 "올여름 자동차 업체와 임금 협상에서 배터리 공장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최우선 순위"라며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공장의 임금 수준은 내연기관차 공장ㅇ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얼티엄셀즈 공장은 시간당 임금 15.50∼16.50달러(약 2만692원~2만1945원)를 지급하는데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은 32달러(약 4만2560원)를 준다는 것이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자동차 노조의 요구를 의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과 처우 개선 문제 등을 두고 갈등하는 미국 자동차 3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에 원만한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성명을 통해 "난 청정에너지 미래로의 공정한 전환을 지지한다"며 "그것은 자동차 3사의 일자리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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