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육사 임관식 참석에 맞춰 교장이 서둘러 홍범도 동상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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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9.22. 오후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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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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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

오성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

오성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은 20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동상 설치는 2018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임관식 참석에 맞춰 육사 교장이었던 김완태 예비역 중장 주도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됐다”고 했다. 오 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당시 임관식에 앞서 대통령이 육사를 둘러보는 동선에 홍 장군 동상이 있었고, 이를 본 문 전 대통령이 크게 만족스러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육사에 홍 장군 동상 설치를 하기 전, 군사편찬연구소의 역사 서술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홍 장군을 국군사에 넣기 위해 무리한 정당화 작업을 했고, 문 전 대통령 일정에 맞춰 동상까지 설치하게 됐다는 취지다.

오 소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군의 역사적 뿌리를 재정립한다는 취지 아래 독립군·광복군·국군으로 이어지는 계보 역사 수정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며 “2018년 3월 육사에 홍 장군 동상이 설치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동상 설치 직전인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군사편찬연구소의 역사 서술에 관여했다”며 “2017년 9월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을 차관이 불러 역사 수정 작업을 지시하고, 3개월 만인 2017년 12월 ‘독립군, 광복군 그리고 국군’이라는 책을 발간했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연구 서적 발간 소요 기간이 2년 내외임을 감안할 때, 252쪽의 책자를 3개월 만에 마무리한 것은 파격적”이라고 했다. 당시 국방부는 이 책자를 5800부 찍어 육·해·공 전군에 배포하고, 육사 교육과정에도 반영했다고 한다.

오 소장은 “해당 책자는 홍 장군을 ‘국군의 뿌리’로 서술하고 있는데, 홍 장군이 국군의 뿌리라고 하면 김원봉은 뭐냔 말이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에게 서훈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김일성도 서훈을 줘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김원봉은 독립군이었지만 남한을 공격한 북한 장관을 지냈고, 그 공로로 훈장도 받았다. 문 정부는 김원봉의 독립 유공자 서훈을 검토했었다.

오 소장은 “육사는 독립기념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며 호국간성을 양성하는 사관학교”라며 “특정 시기,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다분히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생도 학습 공간인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은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오 소장은 “홍 장군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역할은 분명 있고, 그분의 업적을 부정하거나 서훈을 취소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남북이 대치 중이고, 이념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공산당원이었던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세워두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군사편찬연구소는 국방부 직속 군사 연구기관으로 국방사와 전쟁사를 편찬하고, 군사작전 사료를 조사·연구한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오 소장은 육사 44기로, 육군교육사령부 교육훈련발전처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6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소장 취임 후 넉 달 동안 홍 장군 관련 자료를 직접 살펴봤다고 한다. 오 소장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 자유시(현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에서 구소련의 군 통수권 접수를 거부한 독립군이 집단 학살된 참극이다. 오 소장은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의 가해자인 고려혁명군에 가담했다는 건 분명하다”며 “자유시 참변 이후 이를 처리하는 ‘고려혁명군사법원’ 재판관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것도 맞는다”고 했다. 그는 1923년 사할린 부대 출신 김창수·김오남이 자유시 참변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홍 장군을 습격해 홍 장군의 이가 두 개 부러진 것도 ‘주지의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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