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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HING VENUS : 영화 <은교>, 배우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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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교〉, 배우 김고은

RISHING VENUS

화이트 자수 원피스는 마가린 핑거스, 패브릭은 이현디자인.

말은 번지르르한데, 결과물이 별로인 영화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대 심리와 작품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느낌이랄까. 바로 영화 〈은교〉의 경우가 그랬고, 배우 김고은이 그랬다.

영화 〈은교〉가 곧 개봉할 텐데, 요즘 많이 바쁘죠?
아니요!(웃음) 근데 이제 점점 바빠질 것 같아요. 솔직하네요. 하하. 영화 끝나고 어떻게 지냈어요?
엄마와 함께 홍콩 여행을 했고, 촬영할 때는 바빠서 못 만난 친구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개봉 앞두고 기분은 어때요?
좀 긴장이 되네요. 제가 연기를 어떻게 했나, 그리고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니까요.

제2의 전도연이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어요. 부담스럽진 않아요?
당연히 부담스럽죠!(웃음) 영화 개봉 전인데, 제 어떤 부분을 보고 그런 말을 해주시는지 궁금하지만….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은 너무 감사하죠. 배우란 꿈을 갖게 된 계기가 뭐예요?
예고 2학년 때인가, 〈너와 함께>, 〈우리 읍내〉란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처음으로 연기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땐 단순히 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대•의상•연출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자연스레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은교〉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했죠. 특히 박해일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대선배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엔 물론 어려웠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작 해일 선배는 저를 편하게 대하는데, 오히려 제가 ‘대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니 더 잘해야지’ 하는 선입견 탓에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요.

한 영화지의 인터뷰를 보니까 아버지가 굉장히 쿨한 분 같았어요. 딸이 첫 작품에서 노출 연기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을 법도 한데 말이죠.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고 욕심도 났지만 노출이 있어 좀 두려웠어요. 그때 아버님께서 “앞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왔을 때 노출이 아닌 다른 부분이 두려울 수도 있는데, 그걸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으셨어요. 연기일 뿐인데, 게다가 작품의 많은 요소가 너무나도 좋은데, 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고 작품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제가 이 작품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을 준 사람이 바로 아버님이에요.

아버님이라뇨? 호칭이 재미있네요.
평상시엔 아빠라고 불러요. 인터뷰라 긴장했는지 높임말을 썼네요.(웃음)

하하하. 어쨌든, 아버님이 굉장히 멋진 분이네요.
아빠가 멋있다는 걸 그때 알았죠.(웃음)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 좋은 감독님,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제가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었던 거죠. 영화에 예민한 장면이 좀 있죠. 촬영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요?
사실 원작을 읽으면서 예민한 부분이 부각돼 보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그 때문에 실제로 연기할 때 그 신이 부각되지 않으려면 그 부분 외에 은교의 일상 장면이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일 테지만, 다른 작품에 또 새롭게 도전하면서 제 다른 모습도 보여줄 거예요. 목숨 걸고 하면 다 될 테니까. 진짜 목숨 걸고 해야죠.

레이스 소재의 블라우스는 르샵 블랙, 쇼츠는 프리마돈나, 슈즈는 영에이지, 체어는 루밍.

원작 중 기억에 남는 부분 있어요?
‘이제껏 입어보지 못한 납으로 된 옷을 입게 된 것 같다’란 대목이 있어요. 나이 들어도 마음은 같은데, 다만 몸만 달라진다는 뜻이죠. 원래는 사람이 나이 들면 자연스레 마음도, 생각도 나이가 든다고 생각했어요. 한창 촬영 중일 때였는데, 어느 날 할머니께서 “사람이 철들 때까지는 성장을 해. 그런데 철이 들면 그 마음은 항상 똑같아”라고 하셨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할머니의 그런 마음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제가 공감한 부분을 작품에 잘 표현하려 했어요.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참고한 작품은 있어요?
〈로제타〉란 영화요. ‘은교’ 캐릭터를 분석할 때 도움이 됐어요. ‘로제타’는 폭력적인 어머니를 둔 소녀예요. 가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데, 그 관계로부터 아픔을 겪는 아이죠. 그 때문에 로제타는 거친 말과 행동으로 그 아픔을 표현하기도 하죠. 은교란 캐릭터도 로제타처럼 가족으로부터 내처진 아이란 느낌이 있어서 그 아픔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집중해서 봤죠.

신인 배우들 보면 첫 작품의 여운이 오래 남아 그 배역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가 있던데, 고은 씨는 어때요?
제가 표현한 은교는 사랑스럽고 아이 같은 느낌이 많았어요. 작품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는 은교의 말투, 행동, 표정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 여운 때문에 주변 사람을 무척 힘들게 했어요. 제가 철이 없어 그런 걸 수도 있고요.(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 공부를 해서인지, 그 배역에서 빠져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은 것 같아요. 딱 일주일? 그 정도가 은교에서 김고은으로 돌아오는 적응 기간이었네요.

그래도 신인인데, 첫 작품이 너무 세다는 느낌이 들진 않아요?
아니라면 거짓말이죠. 무난하게 시작해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아직은 연기력이 부족하니 많은 작품과 부딪치면서 실력을 쌓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싶었고요. 아빠는 시트콤으로 시작해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의 여배우로 이름을 알리는 것은 어떻겠느냐고도 하셨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할 때 이미 그런 방향성은 지웠어요.

그렇게 말하니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걸요?
하하. 아직 계획이 없어요. 이제 겨우 〈은교〉개봉인데요 뭐.(웃음) 하고 싶은 장르나 배역은요?
탕웨이를 좋아하는데, 〈만추〉처럼 잔잔한 작품을 만나면 좋겠어요. 허름한 호텔방에서 독백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탕웨이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김고은이란 배우를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나요?
가능성 있는, 제대로 된 연기를 하는 배우요. 〈은교〉란 작품을 선택한 게 어떤 목적 때문이 아니라 작품과 캐릭터에 욕심이 나서 도전한 거니까요. 그 모습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CONTRIBUTING EDITOR
kim yeon jung
PHOTOGRAPHER
moke na jeong
STYLIST
seo eun young, lim hyun sang at agent de bettie
MAKEUP&HAIR
ko you kyung
발행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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