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화영의 ‘법관 기피’ 판단 미루는 대법원,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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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사 임명 당시 이화영씨(오른쪽)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뉴스1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낸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늦어지고 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자기 재판을 맡고 있는 수원지법이 “불공정한 재판을 한다”며 판사를 바꿔달라는 기피 신청을 냈다. 작년 10월 기소된 후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오다 갑자기 기피 신청을 낸 것이다. 명백한 재판 지연 의도였다. 그의 신청에 대해 1심과 2심은 각각 9일, 8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데는 재판 지연을 막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종심인 대법원은 사건을 접수한 지 14일이 됐는데도 아직 판단을 미루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기피 신청은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는 기피 신청을 내기 전까지 재판에 불만을 드러낸 적이 없다. 지난 8월 민변 소속 변호인이 갑자기 법관 기피 신청을 냈을 때는 “내 뜻이 아니다”라며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지난 10월 그의 구속 기간을 연장하자 유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기피 신청을 한 것이다. 본재판은 기피 신청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중단되는데, 이 사건 재판장은 내년 2월 교체 대상이라고 한다. 결국 현 재판부가 선고를 못 하게 하려고 기피 신청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의 변호인도 유튜브 채널에 나와 기피 신청을 이용해 재판을 지연하고 다음 재판부로 선고를 넘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런 꼼수 기피 신청을 기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이유가 있나. 판단을 늦추는 것부터가 불의다.

최근 들어 정당한 사유가 없는데도 기피 신청으로 재판을 농락하고 지연하는 게 무슨 유행처럼 됐다. 현 정권 들어 기소된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법관 기피 신청 등을 통해 재판을 지연한 뒤 보석으로 전원 석방됐다. 신청 하나 기각하는 데 몇 개월씩 걸리는 등 재판 지연 시도를 사실상 방치한 법원 책임도 크다. 법원은 무리한 기피 신청 등은 신속하게 기각해 재판 지연 시도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사법 정의를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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