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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연극 <테베랜드> 배우 김남희·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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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16:552,44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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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YOU FEEL

배우 김남희와 강승호가 품고 있는 질문들을 따라서.
editor 이윤슬 photographer 문겨레


아버지를 죽이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마르틴, 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준비하며 마르틴을 인터뷰하는 극작가 S, 마르틴을 대신해 무대에 오르는 배우 페데리코. 세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예술과 현실, 허구와 진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탐구하는 연극 <테베랜드>1년 만에 돌아온다.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신화에 영감을 받아 쓴 <테베랜드>는 초연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돌아오는 두 번째 시즌에는 초연을 완성했던 여섯 명의 배우에 두 명의 뉴 캐스트가 합류한다. 심오한 토론이 오가는 방대한 텍스트의 작품을 뉴 캐스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연극 <테베랜드>를 함께 하는 새로운 얼굴, 배우 김남희와 강승호와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가을날 오후였고, 조금 추웠다.

두 분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셨다고 들었어요.
강승호 , <테베랜드>로 아예 처음 뵀어요.
김남희 승호가 너무 귀엽고, 잘생겼어요. 아이돌 같은 느낌도 있고.(웃음) 그런데 또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밀도 있는 연기를 하니 이 외모에 연기력까지 갖춘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너무 착한데, 연기를 할 때는 평상시 모습과 다르게 숨겨져 있는 에너지와 기운이 강해서 반전 매력을 느꼈습니다.
강승호 동생인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남희 형은 생각했던 모습보다 굉장히 순수하고 솔직하세요. 처음 보는 유형의 선배랄까요. 그리고 연습에 시간을 정말 많이 쏟으세요. 다른 배우들이 형을 보고 더 열심히 할 정도로 좋은 자극을 많이 주시죠.
 
<테베랜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강승호 지난해 초연을 봤는데, 친한 배우들이 하고 있어서 이미 대본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어요. 마르틴 역할을 하려면 농구를 굉장히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실제로 무대 위에서 농구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주승 선배 공연으로 봤거든요.
김남희 주승이, 농구잘 못하잖아.
강승호 그래서 인상적이었어요.(웃음)
김남희 저는 연극을 안 한 지 오래돼서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주변 동료들 중에 연극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고, 저도 무대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람을 느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가진 찰나에 연극 대본이 들어온 거죠. 대본을 좀 차근히 보고 결정할 걸.(웃음) 무슨 내용인지만 물어보고 다들 좋은 작품이라고 추천하기에 한다고 했어요. 결정을 하고, 대본을 제대로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A4용지 한 장 넘게 독백으로 꽉 차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안 하자니 지레 겁먹어서 피하는 것 같아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기로 했죠. 객석과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형식부터 긴 공연 시간까지 모두 제 연기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고 스펙트럼입니다.
강승호 저에게도 재미있고, 어려운 대본이었어요. 다른 대본과 달리 감각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지문이 하나도 없는 대본이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할 것 같아요.
 
김남희 배우는 오랜만에 서는 연극 무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김남희 4년 전에 동문들끼리 연극을 하긴 했는데, 정말 잠깐 나오는 단역을 맡았어요. 제대로 무대를 느낄 새도 없이 내려왔죠. 긴 호흡을 가지고 쭉 연기하는 건 거의 9년 만이에요. 그래서 첫 연습이 굉장히 설레고, 긴장되었습니다. 연습실 특유의 느낌이 반가웠어요. 충무아트센터도 처음 가봤는데 극장이 엄청 크고 시설도 좋더라고요. ‘저런 극장에서 한 번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던 때가 있었는데, 꿈을 이룬 것 같아 행복해요.
 
강승호 배우는 <레드><빈센트 리버> 그리고 최근작인 <사운드 인사이드><테베랜드>까지 꾸준히 2인극을 하고 있네요.
강승호 영상 매체와는 다르게 연극은 그 순간 모든 게 발생하는 장르잖아요. 아무리 약속이 되어 있다고 해도, 연극은 현장성이 존재하니 언제든 바뀔 수 있죠. 그게 연극의 매력이고요. 숨을 데도 없고, 각자 상대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2인극이 연극의 현장성을 가장 잘 담아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일부러 ‘2인극만 해야지!’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쭉 해오고 있네요.

김남희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여러 매체를 오가며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데, 매체의 특성에 따라 연기를 할 때 고민되는 지점이 다른가요.
김남희 연기보다는 요령이 다른 것 같아요. 촬영을 할 땐 조명도, 음향도 다 배우에게 맞춰주는데 무대에서는 배우가 환경에 맞추어 직접 보여주고 표현해야 하잖아요. 연극에서는 소리도 객석까지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보니 조금 더 또박또박 말하려 해요. 요 며칠 연습을 하다 보니 평소에 말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전자제품의 모드를 바꾸는 것과 비슷하네요.
강승호 영상 매체는 잘 다듬어진 상태로 공개가 되는데, 공연은 어디서 어떤 실수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레전드공연을 할 수도 있죠.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다른 점이고,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요.
김남희, 그런데 이번에 연습을 하면서 끊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끊어가면 너무 좋을 텐데!’  촬영을 하면 어느 정도 대사를 하고 끊은 다음, 앵글을 바꿔서 또 찍잖아요. 아무리 긴 대사여도 끊어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거든요. 그런데 연극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하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다시 하고 싶은데연극은 끊어가면 안 되나? 그런 연극 없나? 관객들에게 여기서부터 끊어가겠습니다.’ 이야기하고.
강승호 우리 작품은 가능할 것 같지 않아요? 특히 S는 객석에도 대사를 던지니 대사가 꼬였네요. 다시 해볼게요.’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테베랜드>가 대사량이 많은 작품이죠.
김남희 대사가 아예 머릿속에서 날아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잠깐 쉬었다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들어가서 대사를 보고 나와야 하나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물론 이럴 일 없게 열심히 외워야죠.
강승호 그런데 남희 형 암기 속도가 엄청 빠르세요. 이미 중간 휴식 전까지 분량은 다 외우셨고, 독백들도 거의 다 외우셨던데요?
 
한창 연습 중이신 지금,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요.
김남희 독백 대사들은 달달 외우면 어떻게든 할 것 같은데, 주고받는 말들이 많아요. 제가 혹시라도 중간에 실수했는데, 상대까지 말려들까봐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같이 합을 맞춰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게 숙제예요. 케미가 정말 중요한 작품이니까요.
강승호 저는 연출님의 해석을 따라가는 게 아직 조금 어려워요. 뭔가 우주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어요. 초연을 했던 배우들과 스태프 분들은 이 해석이 다 확립되어 있는 상태인데, 저는 아직 어떻게 접근하고 닿을지 고민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했던 멤버들이 그대로 있고, 제가 새로운 캐스트로 투입이 되었으니 저만의 시각으로 조금 더 넓혀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같이 새로운 지점을 발견해 보고 싶고, 말도 안 되는 것들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지난 시즌을 했던 배우들이 모두 돌아오고 저 혼자 새로운 멤버로 투입되어 작업하는 건 처음인데 오히려 재미있는 지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김남희 나도 새로운 멤버야.
강승호 저희만 새로운 멤버입니다.(웃음)

강승호

신유청 연출님과의 작업은 어떤가요.
강승호 신유청 연출님과 작품을 꽤 많이 해왔는데, 연출님은 꾸미려고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진짜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시죠. 순수한 아이 같기도 하고, 어떤 면은 예술가 같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왜 쓰였고, 작품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앞으로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늘 고민하셔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떨 땐 제가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생각해 보지 못한 큰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계시는구나 싶고요.
김남희 연기에 대해 말씀해 주실 때도, ‘더 화를 내줘, 더 울어줘.’가 아니라 더 바다처럼 연기해줘, 밤하늘을 우주처럼 느꼈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코멘트를 주세요. 어떤 건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아직 제 역량이 그 정도가 아니구나 느낄 때도 있지만 연출님 덕에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에 깊고 넓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저희 작품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까워지고, 연이 다 해서 헤어지게 되는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계십니다. 예를 들어, 작품에시계가 300m까지 방수가 된다고 말하는 S의 대사가 있는데, 인간이 잠수함 없이 수심 300m 아래까지 내려가 본 적이 없대요. 그럼 연출님께서, 한 사람을 알아갈 때 얼마만큼의 깊이까지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질문하시죠. 대사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담고 말할 수 있도록 많이 열어 주시는 연출인 것 같아요.
 
기존에 참여했던 배우들도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아요.
김남희 저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먼저 하셨던 분들이 너무 고생하며 최선을 다해 만드신 작품이라 최대한 참고하려 해요. 정답이 뭘까 길게 고민할 필요 없이 우선 물어봅니다. 그대로 따라가거나, 거기에서 제 색깔을 조금 더하거나 선택지가 명확해져서 편하더라고요. 초연 멤버들의 속도를 쫓아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다급함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친절하게 잘 알려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좋아요.
강승호 미리 한 번 그 길을 가 본 사람들 덕분에 제가 둘러 가지 않을 수 있어요. 저를 빠르고 좋은 길로 인도해 주니 궁금한 것도 편하게 다 물어봅니다. 모든 배우들이 너무 좋고,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인 것 같아요. 같이 잘 만들어가려는 마음이 느껴져요.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우선 S는 어떤 인물인가요.
김남희 S는 연극 연출가 겸 극작가고, 작품 활동을 할 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시도도 합니다. 무리수를 둬서라도요. 그래서 테베랜드라는 연극이 탄생하죠.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들을 이해하기보다는 자기 스타일대로 밀어붙이는 면이 있어요. 잘난 맛에 살고, 제가 느끼기엔 예의가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자기 기준이 뚜렷한 사람인 거겠죠? 그러다 보니 마르틴과 S가 만날 때, 마르틴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해요.
 
인물의 이중적인 면이 잘 느껴지는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봤어요.
김남희 연극을 통해 성공하고 싶어하는 한 연출가 겸 극작가가 마르틴이라는 아이를 만나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 깨닫게 되죠. 연습할 때 이야기한 것이, 이 작품은 ‘S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는 거였어요.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배우는 게 있잖아요. S는 좋은 연극을 만들어 성공해 보겠다는 마음부터, 작품과 사람에 대해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까지 여러 면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S에게 공감하는 부분도 있나요.
김남희 있죠. 저도 S처럼 누군가에 대해 다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이렇게 하면 좋아하겠지?’ 하면서 다가갈 때가 있거든요. 제가 아무리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해도 상대는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조심하려 해요. 관심 있는 분야에는 엄청 신나서 집중하는데, 관심 없는 것에는 좀 무관심해서 의도치 않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부분도 좀 닮은 것 같습니다.(웃음)
 
강승호 배우는 마르틴과 페데리코, 두 인물을 연기합니다. 각 인물에 어떻게 다가가고 있나요.
강승호 처음에는 의심 없이 제가 12역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습을 하며 의문이 생기고 있어요.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 규정 짓는 것이 옳을까?’인 것 같거든요. 무엇이 진짜인지, 그리고 가짜인지. 진짜와 가짜라는 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한다면 그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이런 생각이 계속 피어 나는데, 최종적으로는 마르틴과 그의 대역 배우 페데리코가 굳이 구분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아직 연습 초반이라 역할마다의 외형이나 성격을 구체적으로 구축하지는 않았는데, 결국 규정짓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마르틴과 페데리코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오갈 것 같아요.

두 분 농구 좋아하시나요.
김남희 안 한 지가 너무 오래됐어요. 그것도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하는 공놀이 수준이긴 했지만요. 그래도 집에서 TV로 농구 보는 건 좋아했어요. 최근에 슬램덩크도 너무 재미있게 봤고요. 그래서 저희 대본에 농구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다 알겠더라고요. 익숙했어요.
강승호 저도 학창 시절에 잠시 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진짜 농구 실력을 키운다기보다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죠. 저는 예전부터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종목을 할 때 진짜 잘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 그렇게 보이는 모션을 잘했어요.(웃음) 처음 대본을 봤을 땐 농구를 엄청나게 잘해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마르틴은 혼자 농구공을 가지고 논 거지, 선수는 아니니까요.
 
마르틴에게 농구란 어떤 의미일까요.
강승호 마르틴에 대해 앞으로 더 알아봐야겠지만, 저는 마르틴이 제대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지 못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르틴에게 농구란 탈출구였을 테고, 타인과 소통하는 마르틴 만의 방식이기도 한 것 같아요. 마르틴이 S에게 농구 용어 리스트를 보내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게 마르틴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의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신의 모든 걸 꺼내어 주는 거죠.
 
S의 입장에서 농구에 몰두하는 마르틴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김남희 처음에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겠죠. 실제 범죄자를 극장 무대에 올려서 연극을 하겠다는 것부터 엄청 이슈 거리가 될 텐데, 그가 교도소 안에서 유일하게 몰두해 있는 농구를 무대 위에서 직접 하게 하면 관객들이 얼마나 흥미로워 하겠어요. 그런 식으로 접근했지만 마르틴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농구가 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죠. 외로움,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살기 위해 농구를 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S의 아버지도 한때 농구 선수였잖아요. 농구를 하는 마르틴에게 마르틴의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레 S 본인의 아버지도 떠오릅니다. S는 자신의 아버지가 껄끄럽고, 그래서 농구가 싫은데 계속 농구를 하는 마르틴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재미있어요. 둘 사이에 농구가 있고, 농구장이 있죠. , 그리고 무대에서 마르틴이 농구공을 튕기는 소리가 대사를 치고 있는 S 입장에서는 엄청 거슬리거든요.(웃음) 처음 연습할 때 땅- 소리가 들리니까 대사가 날아가더라고요. 적응되니 그 리듬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농구를 하고 있는 마르틴의 호흡 소리, 공 소리, S의 말소리가 맞물리며 앙상블을 만들죠.
 
마르틴이 농구에 빠져 있는 것처럼, 두 분이 최근에 빠져 있는 건 무엇인지 궁금해요.
김남희 축구와 야구가 취미예요. 함께 운동하는 팀도 있고,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강승호 저는 일을 하려면 잘 쉬어야 하는 사람인데, 쉴 때는 서핑을 해요. 집을 구해 놓고 아예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바빠서 잘 못 가고 있는데, 대신 <테베랜드>를 하면서 더 솔직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어요. 마르틴이라는 인물에 접근을 할 때 큰 힌트가 되었던 게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와 비슷하다는 점이었거든요. 필터가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S와 마르틴/페데리코에게 서로는 어떤 존재일까요.
강승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존재인지 정의한다고 해서 그렇게 감정이 흘러가지도 않는 것 같고요. 정말 신기한 작품인 게 정해진 대사 대로만 가야 하는데, 자유도가 엄청 커요. 연출님도 <테베랜드>는 배우들마다 실제 느끼는 감정대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마르틴으로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면, 그걸 자연스럽게 느끼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극의 국면마다 인물이 갖는 감정을 그래프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럴 수 없는 작품인 것 같고요.
김남희 생각해 보니 아직 페데리코와 S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깊게 들어가 보지 못했네요. 인터뷰 끝나고 더 고민해 봐야겠어요. 그리고 승호 말대로 이 작품은 해석이 굉장히 열려 있는 작품이에요. 저도 제가 느끼는 대로 표현을 해볼 테니, 보시는 관객 여러분들도 각자 만의 답을 찾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연기를 할 때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인물의 전사도 많이 상상해 보시는 편인가요.
강승호 저는 대본에 나와 있는 범위 안에서만 상상해요. 어린 시절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 정도?
김남희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장 배경을 무시할 수 없으니 그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편이에요.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연기를 하는 사람이 먼저 납득하고 보여줘야 하니까요. 보통 가족 관계, 성장 배경, 직업기본적으로 배우들이 다 하는 인물 분석 과정을 저도 거치죠. 이 인물의 MBTI는 뭘지도 생각해 봐요.
 
S와 마르틴의 MBTI는 뭘까요?
김남희 일단 I는 아닐 것 같아요. 외향적이니까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일을 하는 것 같고, 글을 쓰는 사람이니 감수성은 있겠죠. 그렇다면 N. 공감 능력 떨어지는 걸로 봐서 T? 보면 즉흥적인 면이 있어요. 그럼 P. ENTP로 하겠습니다.
강승호 ()희태 선배님은 엄청 따뜻한 대문자 F라고 들었습니다.(웃음) 마르틴은 우선 I일 것 같아요. N일 것 같고, TJ는 아닐 것 같아요. INFP네요.
 
김남희 배우가 ENTP, 강승호 배우가 INFP잖아요. 각자 자신의 MBTI를 꼽으셨네요.(웃음)
김남희 이게 참 어쩔 수 없다니까요. 인물을 해석할 때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투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강승호 다른 배우들이 하면 다르게 나올 거예요, 아마도.

지금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까요?
김남희 아무래도 마지막 작별하는 장면이 될 것 같은데, 아직 연습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S 역할 배우분들이 항상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슬프다고 하시더라고요. 엄청 우시기도 하고요. 저는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강승호 저는 반대로 처음 만나는 장면이요. 특히 2인극은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해요. 첫 마디를 주고받는 순간, 그날 공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느낌이 오거든요. S안녕하세요?” 물으면 제가 아저씨예요?” 하는데, 그 대사에 많은 게 담길 것 같습니다.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질문이 있죠. ‘무덤이냐, 극장이냐.’ 두 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요.
김남희 저는 극장이죠. 아무리 아버지를 죽였다지만, 아버지에게 어릴 때 너무 많은 학대를 받아서 좋은 기억이 없는데 굳이 찾아가야 할까요? 아버지의 무덤은 과거고, 내 이야기가 상연되는 극장은 현재이자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극장을 선택하겠습니다.
강승호 잘 모르겠어요, 어렵네요. 마르틴으로서는 어디로 가고 싶을 지 그날그날 공연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작품은 S가 마르틴을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서로에게 궁금했던 걸 질문하며 오늘의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까요.
김남희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직 같이 신나게 술 마신 적이 없는데, 언제 같이 술 마실까?
강승호 어떤 음식을 좋아해요?
김남희 만약 내가 공연 도중에 실수를 하거나 대사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대처해줄 거야?
강승호 어떤 배우를 좋아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남희 마르틴이 진짜일까, 페데리코가 진짜일까? 이건 S 혼자서 만들어낸 상상일까? 아니면 페데리코의 상상일까? 사실 마르틴은 없고, S와 페데리코 둘이서 만들어 낸 허구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ATTENTION, PLEASE
연극 <테베랜드>
기간 20241120-202529
시간-19:30|금 15:00 19:30|토 14:00 18:30|일 15:00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가격 R66천원|S55천원
문의 02-3485-8700


 - 시어터플러스 11월호 이벤트 (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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