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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장품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2023.06.08. 오후 4:10

[INTERVIEW]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연재물도 언제 시작했나 싶지만 끝이 난다. 기획 연재 ‘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는 2021년 11월호부터 2023년 4월호까지 12회 게재로 마무리됐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 원장이 집필을 맡았다.

이 연재물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한울아카데미에서 출간한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이라는 책이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를 비롯해 채수란 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위촉연구원, 이가영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연구원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2017년 6월 세상에 나왔다. 그 이후 북한 화장품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남 교수는 본지의 집필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연재가 끝난 후 남 교수가 북한 화장품에 관한 영문책을 쓴 것을 알았다. 그는 2020년 10월 영문책 『Mysterious Pyongyang: Cosmetics, Beauty Culture and North Korea』를 영국출판사인 Macmillian Palgrave에서 출간했다.

남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후, 미국 미주리주립대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서울시남북교류협력위원장, K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으로 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아모레퍼시픽 장학재단 감사도 맡고 있다. 2008~2012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차관급)도 역임했다. 그는 대북협상만 13차례 경험한 통일문제 전문가다. 남 교수를 만나 북한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었다.

Q. ‘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연재를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연재 요청을 받았을때는 이미 책(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을 썼으니까 12회 정도는 어렵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매월 기고를 하다 보니 원고 분량도 있고, 새로운 북한 트렌드를 그 때마다 조사해서 반영하려니까 쉽지 않더군요.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이 생기면서 북한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게 무척 어려웠어요. 하지만 독자들이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어서 목차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본지 지면 사정으로 게재를 건너뛰면 무슨 이유로 빠졌냐는 전화가 올 정도였다. 흥미롭게 읽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Q. 트렌드와 집단주의는 어떤점이 다른가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였던 폴란드나 헝가리의 연 구 내용을 보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주제 가 많습니다. 여성의 외모나 뷰티에 관한 관한 주 제도 있어요. 사회주의가 개인의 개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수준이 높아 요. 여성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서는 일부 유연하고도 탄력적인 면이 있어요. 북 한은 동유럽에 비해 통제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다 만 김일성이 화장품에 대해 관심을 보인 계기가 있 었어요. 더케이뷰티사이언스에도 소개했지만, 김 일성이 노획물로 습득한 화장품을 여성에게 나눠 주었더니 기지에서 화장품 냄새가 나면서 남성들 의 사고 건수가 줄어들고, 여성들을 움직이기 훨씬 쉬웠다는 경험을 습득한 것이지요. 1949년 일본이 운영했던 신의주경공업화학공장을 화장품 공장으 로 전환한 것도 그 이유라고 봅니다.(이 내용은 더 케이뷰티사이언스 2021년 12월호, vol.36에 자세하 게 설명되어 있다.)

또다른 측면은 북한이 사회주의 를 건설할 무렵 남성동맹보다 여성동맹을 먼저 만 듭니다. 남성들이 사회주의 건설에 소극적이다 보 니 남성들을 동원하기 위해 여성들의 마음을 잡아 야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북한은 여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에요.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사진 왼쪽)과

『Mysterious Pyongyang: Cosmetics, Beauty Culture and North Korea』 책 표지

Q. ‘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라는 제목처럼 북한은 다음 화장품 시장이 될 수 있을까요?

북한 2500만명이 대한민국 화장품의 수요자가 된 다면 가능성이 있지요. 통일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 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남북 간에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제가 30년 전부터 북한 화장품에 관 심을 가졌는데요. 계기가 있어요. 하나원(북한이탈 주민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한 기관이다. 정식명 칭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탈북자 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기껏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 하고 나면, 여성 탈북자 10명 중 7명은 여성 강사 의 화장품에 더 관심을 보여요. 사상이 달라도 아 름다움에 대한 본능은 똑같구나 싶더군요. 지난 30 년간 평양을 13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화장품 산업을 유심히 살펴봤어요.

Q. 북한에 한국산 화장품이 팔리고 있다면서요?

한국산 화장품이 결혼 예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한국 화장품을 예물로 받았다고 하면 이웃들 에게 ‘시집 잘 갔다’고 부러워한다네요. 다만 한국 화장품 판매는 불법이라서 장마당 등을 통해 비밀리에 거래되고 있어요. 제품의 포장을 버리고 동남 아시아 화장품인것처럼 판매하지요. 한국산 화장 품인 걸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겁니다. 여 기에다 중국산 화장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리 기도 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떨어졌다는 평 가도 나온다는군요. 참고로 북한의 화장품 시장 규 모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 기 직전 북한 화장품 유통시장을 알아보았는데, 한 국 화장품이 북한에 공식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없 었습니다. 다만 보따리상들이 중국에 있는 매장에 서 한국 화장품을 사서 북한에 유통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북한 국경과 인접한 중국 단둥 시丹东市의 화장품 매장에 가면 북한에서 인기 있 는 화장품을 가늠할 수는 있습니다. (대한무역투자 진흥공사KOTRA는 북한 화장품 시장규모를 2017년 1000여억 원에서 2030년에는 12배인 1조 600억 원 (8억 7000만 달러)으로 추정하고 있다.)

Q. 북한에서는 어떤 화장품이 인기 있나요?

보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아무래도 북 서풍이 심하게 불어 피부가 쉽게 타고 거칠어지는 데다 겨울이 길기 때문에 얼굴의 보습 기능을 중요 하게 여깁니다. 그 다음에 영양, 미백 등을 생각합 니다. 핸드 크림도 좋아합니다. 자외선 강도도 높 아서 자외선차단제 제품이 인기입니다.

남성욱 교수 연구실에 있는 북한 화장품 ⓒ더케이뷰티사이언스

Q. 북한 화장품은 어떻게 수집했나요?

책(『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을 쓸 때 중국을 통 해 북한 화장품 65개를 구했습니다. 이 제품을 아모 레퍼시픽연구원에 전달해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 다. 북한 화장품을 처음으로 살펴본 것이지요. 북한 화장품은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 알아보는게 주 요 관심사 였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국경 통제가 심해서 간접적으로만 정보를 파악하고 제품을 구 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사그라들면 다 시 북한 화장품을 구해서 분석할 생각입니다.

Q. 북한의 화장품 연구원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화장품 연구원들은 남한과 북한이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도 화장품 연구원이 되려면 자연과학을 공부하듯이 북한은 경공업대학에서 배웁니다. 석사원, 박사원이라는 과정이 있어요. 다만 북한에서는 본인이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갈수 있는게 아닙니다.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북한은 경공업성에서 화장품 생산을 관리하는데, 연구개발은 북한과학원 산하 7개 연구원 가운데 경공업 파트에서 맡고 있어요. 다만 북한은 우리나라처럼 일하고 싶은 기업에 지원해 입사 시험을 치르고 일자리를 구하는 게 아니고 모두 배정을 받아요. 어느 공장으로 가라고 지시를 받아서 갑니다.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긴 하지요. 하지만 우리처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요. 또 한 회사에 경쟁력이 없어도 있을 수 있으니 신기술 개발에 한계도 있지요.

Q. 북한의 화장품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재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요. 최근에는 인삼뿐 아니라 개구리 기름 같은 온갖 천연 소재까지 활용하고 있어요. 서양 화학산업 기준으로 볼때 물질 추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런듯해요. 제형이 불안정한 화장품이나 금형 기술의 낙후로 내용물이 균일하게 분사가 되지 않기도 하니까요. 기능성화장품의 생산력이나 기술력도 낮은 수준입니다. 일부 제품에선 유해물이 검출되고 성분 표기도 없어서 품질개선도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원물이 통째로 들어간 북한 화장품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제품은 효능 보다 전시 효과를 노린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북한은 우리나라에 화장품 원료를 공급해 주길 바라기도 했어요. 하지만 화학공업 원료는 유엔 대북 제재 사항입니다. 공급이 거의 불가능하지요.

Q. 남·북한 화장품 연구원들이 공동세미나를 개최하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남·북한 화장품 연구원의 공동세미나를 개최한다면 남북한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것으로 봅니다. 서로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어요. 북한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남한은 생산력이나 기술력, 마케팅 기법이 뛰어나니까요. 북한 내에서도 온라인을 이용해 제품 개발 회의도 진행하니까 다양한 진행방법을 찾을수 있지 싶습니다.

Q. 남한 화장품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북한 여성들은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요. 남북한 통합 전략 차원에서 대북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북한도 여성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화장품은 중요한 홍보 수단입니다.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단계적인 진출이 적절하지 싶어요. 한국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북한에 공장을 짓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개성공단에만 적용되면 좋을 것입니다. 다 른 지역의 인프라는 개성공단만큼 따라주질 않거 든요. 북한은 우리나라의 원료에도 관심이 많습니 다. 북한은 소재 개발 능력이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일반적인 추출물은 통일부 반출 승인 허가를 받으 면 되지만, 화학물질이면 화장품 원료도 화약 원료 로 바뀔수 있다고 해서 어렵습니다. 화장품 공장을 만들어서 제품을 생산하려면 원료가 북한으로 들 어가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2016 년 2월 이후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고 있지 만 향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 용기 및 포장용지 공장 등을 생산하면 좋지 싶습니다. 과거에 토니모 리의 자회사인 태성산업이 개성공단에서 화장품용 기를 생산한적이 있어요. 그리고 남북 관계가 획기 적으로 개선된다면, 합작으로 공장을 건설하는 것 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면 될듯합니다. (더케 이뷰티사이언스 2023년 1월호(vol.49)에는 한국산 화장품의 대북 진출 전략이 제시되어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남·북한 화장품 연구원의 공동세미나 개최는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남한은 생산력이나 기술력, 마케팅 기법이 뛰어나니까요.

북한 내에서는 온라인을 이용해 제품 개발 회의도 진행하니까

다양한 진행방법을 찾을수 있지 싶습니다.

Q. 북한은 ‘고려인삼’ 추출물 화장품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한다는데요.

북한 화장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나요?

국제 사회에서 ‘고려 진생’은 인지도가 높아요. 그 래서 호기심을 끌기는 했어요. 다만 실제 구매로 이어졌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북한은 모스코바, 심양 등에 매장을 만들기도 했는데 코로나19가 터 지면서 제대로 운영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북한은 첫 번째 화장품 브랜드로 ‘고려 진 생’을 활용할 겁니다.

2023년 1월 평양시인민소비품전시회에 소개된 기름 개구리 추 출물 화장품 ⓒ남성욱 교수,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3년 4월호

Q. 북한에 개구리 기름으로 만든 화장품이 있던데요.

더케이뷰티사이언스에 처음으로 소개한 내용인데요.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혐오스러울 수도 있을 겁니다. 남북한은 동물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달라요. 사실 립스틱에 지렁이 성분도 들어가잖아요. 북한의 마케팅 기법이 약해서일수도 있어요. 그리고 북한 입장에서 보면, 건조하고 차가운 날씨가 많아서 식물성 원료보다는 동물성 원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보면, 어느 나라의 문화를 자기들만의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Q. 연재 내용을 보면, 평양에서 화장품·뷰티 관련 서적이 매대에 깔리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북한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점점 표출하니까 책을 통해 수용하려는 것이지 싶어요. 화장품 생산이 부족하고 품질이 떨어지니까 뷰티 관련 책을 통해서 수요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주는 거죠. 이 책을 보면, 구전으로만 전해지거나 시중에 떠돌아다니던 피부관리법 같은 얘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판 『동의보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코로나19가 끝나면 북한의 뷰티 관련 책도 분석해 볼 생각입니다.

Q. 북한 화장품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화장품산업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관심 분야입니다. 외국에서 화장품 원료를 들여오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화장품 공장을 리뉴얼하거나 확장하고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현지지도를 나서면서 공산품 산업 발전의 견인차로 화장품을 지목했습니다. 2016년 12월 24일 김정은이 농업근로자 동맹 참가자들에게 보낸 선물에 은하수 화장품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여성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것이지요. 즉, 북한 화장품의 미래는 어둠속에서도 빛을 찾아서 가고 있다고 봅니다.

Q. 통일융합연구원장도 맡으셨는데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2022년 12월 8일 통일융합연구원을 개소해 초대 원장을 맡았어요. 통일융합연구원은 통일 문제를 인문사회, 과학기술, 보건의료, 문화예술체육 등 다학제적, 통섭적인 융복합 연구로 살펴봅니다. 올해는 매월 세미나를 개최하고, 통일융합연구원 총서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더케이뷰티사이언스에 새롭게 들어간 내용을 더 보완해서 책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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