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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칼럼] ‘입스’ 이겨낸 김성근의 불펜 포수, 롯데 코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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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6. 12:418,626 읽음

내가 불펜 포수인데, 감독이 김성근이다? 쉬는 날이란 게 없었죠.”


올겨울 롯데 자이언츠는 1군 코치진을 일신했다. 박흥식 배영수 김평호 전준호 등 막강한 이름값의 올스타급 코치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에조세범(37)’이란 야구팬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 있다.


신고선수와 불펜 포수. 프로야구 선수단에서 가장 서럽고 힘든 위치다. 하지만 조세범의 삶을 단련한 도구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전력분석원으로 복잡한 성장과정을 거쳤다. 2023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프리벤션 코치가 됐다.


‘프리벤션 코치라는 용어도 생소하기 그지없다. 그는백어진 코치가 롯데의 타격 부문 퀄리티컨트롤(QC)을 맡고 있습니다. 전 투수 부문 QC코치라고 보시면 됩니다고 부연했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구속을 비롯한 여러 가지 투구 데이터와 영상 분석을 통해 상대의 득점을 막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최대한 다양하게 많은 영상을 찍어 선수들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좋은 밸런스로 공을 던지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다, 그러니까 이런 폼으로 어떤 공을 던지게 되더라 스스로 인지하게 되는 거죠. 나중에 슬럼프가 오거나,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 많은 참고가 됩니다.”
야구에 정답은 없다. 키나 팔 길이부터 세부적인 근육량까지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선동열처럼 던지고 이승엽처럼 칠 수는 없다. 각자에게 맞는 폼이나 밸런스를 분석하는 게 조 코치의 역할이다.

백어진 타자 QC 코치

눈에 띄는 프로 커리어는 없다. 2010년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이듬해 불펜 포수로 전향했다. 입스(YIPS,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지 못하는 상태) 때문이다.
롯데에도 지시완(29) 등 입스로 고생한 선수들이 있다. 조 코치는입스 극복은 마음가짐에 달린 건데...쉽지 않더라고요라며 웃었다.


“공을 던질 수 없는 포수라니, 무슨 심정이겠어요?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야구장에 나오기도 싫어집니다. ‘신경쓰지 말아야지하는 순간 입스가 다시 와요.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돼요. 전 이를 악물고 던지는데 집중했더니 어느 순간 확 풀리더라고요. ()시완이는 너무 착해서 문제인데... 입스를 이겨내려면 독해져야하고, 진짜 독한 승부욕으로 가득 찬 사람은 입스가 오지도 않습니다. ()시완이도 이젠 괜찮아요.”


조 코치에겐 인생 3막이 열린 해다. 2015년 전력분석원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한게 2막의 시작이었다. 결혼 직후 아이가 생겼다. 지금은 8, 6살짜리 두 아이를 두고 있다.
거쳐온 감독들의 면모가 심상치 않다. 선수 생활을 시작할 당시의 사령탑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었다. 이후 한화에서는 한대화 김응룡 김성근 한용덕, KIA에서는 맷 윌리엄스 감독을 모셨다. 롯데에서는 래리 서튼 감독과 만났다. 한국 야구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대감독들, 그리고 흔치 않은 외국인 감독들과의 인연이 인상적이다.

조세범 코치


특히 김성근 감독의 경우 엄청난 훈련량으로 유명하다. 조 코치는눈만 뜨면 훈련하러 가야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외국인 사령탑인 윌리엄스-서튼 감독은 상대적으로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김성근 감독님 때는 훈련하는 날은 새벽 6시반, ‘쉬는 날 11시쯤 야구장에 나가야됐어요.  시즌 중에도 경기 전후로 특투, 특타를 많이 했죠. 보통 투수 출신 감독은 투수, 타자 출신 감독은 타자에 더 신경쓰기 마련인데, 김 감독님은 양쪽 다 혹독하게 훈련시키더라구요. 일본은 밤 10시면 야구장이 문을 닫거든요? 전지훈련 내내 매일매일 라이트가 꺼질 때까지 야구장을 나간 적이 없어요.”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데다, 불펜 포수 출신답게 선수들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조 코치의 최대 강점이다. 전력분석원 출신 코치는 요즘 KBO리그 전체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죠? 그런데 투수는 좋으면 좋다, 아니면 아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게 낫습니다. 오늘 구위 어땠는지, 구속 얼마나 나왔는지 스스로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올해 롯데는 예년과 달리 스프링캠프에서 강훈련을 소화했다. 타 팀 선수들이고생 좀 하겠다며 위로를 건넸을 정도. 특히 투수들은 컨디션을 최대한 다운시켜놓고 투구 밸런스를 잡은 뒤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활기찼다“팀 분위기라는게 어느 팀을 가나 비슷하면서도 다르거든요. 그런데 우리 팀은 진짜 에너제틱합니다. 대단한 재능을 가진 어린 투수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윤성빈


가장 열정적인 선수를 물으니윤성빈이란 답이 돌아왔다. 조 코치는땀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더라고요. ()성빈이는 지금 피칭을 몸으로 익혀가는 과정입니다. 스스로 연구하고 발전하는게 눈에 보여요라고 강조했다“선수 시절에는 야구를 몸으로 느낍니다. 전력분석을 배우고 나면 숫자와 확률로 보게 되죠. 우리가 하는 일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거예요.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이랄까? 어디까지,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건 선수 몫입니다. 바라는게 있다면, 올시즌이 끝날 때는 우리 선수들 다같이 웃는 얼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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