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본인 티베트본은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한국어판인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구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영역본을 참조하여 1장에서 7장까지의 내용을 66단락으로 나누고 소제목을 부여하였다.
맨 첫 부분은 예경문인데, 깨달음의 길을 제시한 붓다와 람림의 영적 계승자인 미륵보살, 문수보살에 대한 예경을 담고 있다. 또한 후학들에게 영적 가르침을 활발하게 행한 용수보살(Nagarjuna)과 무착성자(Asanga)에 대한 경배도 함께 하고 있다.
본론에 들어가면 1~2장에는 이 책 람림의 가르침을 어떻게 따를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즉, 법을 어떻게 듣고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나오며, 어떻게 마음을 훈련시키고 정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3장 또한 사람의 근기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누어 가장 아래층의 하사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사도의 수행자들은 끊임없이 윤회(Samsara)하는 세계에 기꺼이 머물며, 단지 윤회의 세계에서 최고의 천상계에 태어나기를 원한다.
4장은 다음은 중사도의 수행자들에 대한 내용인데 끝없는 윤회의 존재라는 것에 대한 염증을 느끼며 그 안에서 해탈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두 존재들은 불교수행자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존재들이다. 이어지는 5장의 대부분 내용은, 상사도 수행자들에 대하여 할애하고 있다. 상사도 수행자들은 자비심을 가지고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고통을 끊을 수 있는 해탈의 길을 얻고자 한다. 그들은 해탈을 서원하고 보리심을 얻기 위하여 수행한다.
이러한 수행은 육바라밀 중 보시, 지계, 인욕, 정진의 4가지 바라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이루어진다. 또한 육바라밀 중 마지막 단계인 선정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을 얻는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선정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의 다른 표현인 지와 관을 득하는 방법에 대하여 무려 4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진정한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이란 단지 고요한 평정이나 집중과 같은 것이 아니며, 일반적인 사고와 같은 정신활동 역시 아닌 것이다. 그것은 세밀하고 분석적인 성찰을 통하여 지혜를 하나씩 얻어가는 과정이며, 궁극적으로 지止(samatha)와 관觀(vipasanya)의 통합을 통해서 가능하다.
6~7장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 가장 난해하면서도 명쾌한 부분이며 아주 독창적이다. 지와 관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총카파는 티베트불교사상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다.
이 두 장의 첫 부분인 6장은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집중하는 지에 대한 성찰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비유컨대 한 그루의 나무에 끝없는 가지?잎?꽃 그리고 열매가 있다고 해도 이 모든 것의 일체를 모으는 요점은 뿌리인 것과 같다. 이처럼 대소승의 모든 경들이 끝없는 삼매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의 일체를 모으는 요점이란 지관止觀인 것이다.”(본문 615쪽 참조) 지는 관과 분리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왜 그러한지와 그 속성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다. 또한 수행의 각 단계에서 보완하여 할 점들을 강조하여 설명하고 있다. 집중과 평정을 얻는 방법들이다. 또한 수행자가 삼가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혼침과 도거 등이 그것이다. 지의 자성에 대해 ?해밀심경?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본문 616쪽 참조)
홀로 그윽한 곳에 앉아 안으로 바르게 머물며, 바르게 사유하는 법 자체를 마음에 지어가고, 어떤 생각으로써 마음에 짓는 내심內心의 상속을 작의作意로써 마음에 지어간다. 이와 같이 머물고 몇 번에 걸쳐 행하면 거기에 몸의 경안經安과 마음의 경안이 생기나, 이것을 이름하여 지止라 한다. 이와 같이 보살은 지를 완전히 구할 수 있다.
지를 고양시키기 위한 과정을 코끼리를 길들여가는 과정에 비유하여 묘사하고 있다. 지와 관련하여 마음의 평정을 이루기 위한 아홉 가지 과정 또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총카파는 무착(아상가, Asanga)의 가르침을 그의 여러 저서를 인용하여 반영하고 있다.
관(insight)에 대한 논고인 7장은 좀 더 광범위하고 독립적으로 다루었다. 첫 부분에서부터 중관학파에서 바라보는 명백한 실제성에 기초를 둔 구조와 반대로 동일한 교리구조 아래에서 논리성을 바탕으로 추구한 관점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논하였다.
?수차중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 다음 지를 성취한 후에 관을 수행해야 한다.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세존의 일체 말씀은 선설善說이요, 직접으로나 간접으로 그 진실성을 분명히 했고 진실성을 향한 그 자체이다. 진실성을 안다면, 빛이 발하여 어둠이 제거되듯이 일체 견해의 그물망에서 벗어나게 되느니라. 다만 지止만으로는 지혜가 청정해질 수 없고, 장애의 암흑도 물리칠 수 없으며, 지혜로써 진실을 잘 닦으면 지혜가 완전히 청정해지고, 그 진실을 깨닫게 되며, 오직 지혜로써만 장애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지에 머물러도 지혜로써 진실을 널리 구하고자 하며, 지止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무엇을 진실이라고 하는가. 절대의 일체 사물에서 보특가라(人我)와 법아法我 두 가지로써 공성空性에 이르는 것이다.
훗날 총카파는 그의 나이 52세(1408년)에 이와 관련한 불교해석학을 독립적인 주제로 묶어서 책 후편을 남겼다. 절대적인 진리(眞諦, paramarthasatya)와 상대적 진리(俗諦, vyavahara)에 대한 이 두 가지 원칙의 본질을 세밀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관(vipasyana)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설파하고 있다. 관은 공의 논리로서 자성 또는 자기존재(실체의 자존)도 없고, 상호 의존적인 근원 자체도 또한 없다는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중관론학파의 용수와 그 계승자들에 의하여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불호(佛護, Buddhapalita, 5세기)와 바야(Bhavya, 6세기), 찬드라키르띠(月稱,Candrakirti, 7세기) 등이 그 계승자들이다.
관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해심밀경?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본문 945쪽 참조)
세존이시여, 관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까. 미륵이여, 관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성상으로부터 생하는 것과, 두루 탐구하는데 생하는 것, 묘관찰에서 생하는 것이다. 성상으로부터 생하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삼매의 소행처인 분별과 함께 한 영상의 순수한 작의사유作意思惟의 일체 관을 말한다. 두루 탐구하는 데서 생하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이러이러한 일체 법에 대해 지혜로써 잘 통달할 수 없는 것들을 아주 잘 통달하기 위한 작의사유의 일체관을 말한다. 묘관찰에서 생하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이러이러한 일체법을 지혜로써 잘 통달함에 해탈하여 지극한 안락에 이르기(觸) 위한 작의사유의 일체 관을 말한다.
총카파는 여기서 관념적 현상, 즉 색과 공을 대등하게 보고 있다. 상호의존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관념적 현상, 색의 입장에서 보면 공에 의하여 본래 없는 비존재가 궁극적으로 사라지면서, 불멸의 존재 역시 제거되는 것을 사실로 보고 있다. 중관학파는 당시 성행하던 실재론적 견해를 타파하고 반야경의 공관에 입각한 중도를 주장하여 대승불교의 중도사상을 이론적으로 확립했다.
이 장에서는 더 나아가 실체성이나 구체성에 입각한 주관의 오인에 대한 부정과 객관적 실체화를 행하는 추론에 대한 부정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부정에 대한 예를 들 때도 지나치게 광범위해서도 안 되고 또는 너무 편협되고 좁게 한정을 두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다룬다. 중관학파의 두 지파인 바야(Bhavya)가 소속된 자립논증중관학파自立論證中觀學派(Svatantrika)와 불호佛護(Buddhapalita)와 찬드라키르띠(Candrakirti, 7세기)가 주창한 귀류논증중관학파歸謬論證中觀學派(Prasangika Madhyamika)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귀류논증 중관학파적 입장에서 총카파 자신이 세운 철학적 체계, 이론, 주장 등이 받아들여 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분석을 총카파는 자신 있게 얘기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총카파는 중관학파의 인식방법에 대해 매우 중요한 통찰을 하고 있으며, 그러한 인식방법이 절대적 진리로서 확증되지 않더라도 상대적 진리의 차원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마음의 지속적인 흐름을 관하고 모든 존재와 개체의 무상함에 대한 확인을 통하여 중관론이 어떻게 검증되는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지와 관의 통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본문971쪽 참조)
이미 의요意樂의 올바른 견해를 얻은 자는 아와 아소의 집착을 일으킬 수 있는 근원을, 아와 아소에 대한 무자성을 결택할 때와 똑같이, 관찰혜로써 많이 분석하여 마지막에 그 의에 대한 올바른 견해의 힘을 일으키는 산란하지 않는 집지심執持心인 지수止修와 관찰혜로써 번갈아 사택해야 한다.
이 때에 많은 관수觀修로써 주분住分이 적어진다면, 지수止修를 많이 하여 주분을 일으켜야 한다. 많은 지수의 힘으로써 주분이 증대해 가고, 관찰을 원하지 않아 관찰을 하지 않는다면 진실성에 대한 견고하고 강한 정해가 오지 않는다. 만일 그 정해가 오지 않는다면, 올바른 견해의 반대품이 두 가지 아집我執을 허구하므로, 그 정도로 손해당하지 않는 분석적인 수행을 많이 하는 방법으로 지와 관 두 가지를 평등하게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 부분 에서는 금강승(Vajrayana)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총카파는 이 책 곳곳에서 수행자들이 어떻게 하면 비전의 바라밀승(Paramitayana)과 연결될 수 있고,그 비법을 얻을 수 있는지 곳곳에 암시하고 있다.
8장은 헌사로서 부처님과 문수보살에 귀의하여 그 성자들을 지키고 모시라는 서원으로 시작한다. ?람림(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찬탄하고 대학자 아티샤의 공덕을 기리고, 용수와 무착 두 스승의 도의 궤적을 따라서 수행하는 모든 원만한 가르침이 바로 ?람림(깨달음에 이르는 길)?임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선대 티베트의 선지식들인 걀첸기론, 쑬푸, 꾄촉팰쌍뽀, 마하살타 꺕촉팰쌍뽀, 남카첸잰.......렌다 등 모든 스승들에게 머리 숙인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지음에 복덕이 크게 늘어나고, 이 책이 큰 보배의 가르침으로써 모든 분야에서 사방으로 널리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책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