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챗GPT의 등장으로 제약·바이오업계를 넘어 의료계에도 AI(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다. X선 촬영(X-ray),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영상을 분석하는 데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AI는 의료시장의 판도를 바꿀 ICT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 정확도와 조기 진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AI영상진단 설루션을 향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①연초 대비 수익률 300%… AI영상진단株 '훨훨'
②'4社 4色' AI영상진단… 국내 대표기업 차별점 뭐길래
③'의사 없는' 진단시대? 진화하는 AI영상진단, 어떻게 쓰이나
#. 직장인 A씨(35)는 요즘 주식 계좌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올해 초 투자한 인공지능(AI) 영상진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해서다. 파란불이던 A씨의 주식계좌는 6개월 만에 20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빨간불로 돌아섰다. A씨는 "AI 영상진단 기업의 주가가 이렇게 오를 줄 몰랐다"고 말했다.
AI 영상진단 기업 루닛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루닛의 주가는 종가기준 연초(1월2일) 2만8850원에서 지난 6월13일 10만1000원으로 수직상승했다. 6개월 만에 250.1% 급등한 것. 6월13일 기준 루닛의 시가 총액은 1조246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21일 증시시장에 데뷔한 루닛은 상장 초기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뷰노나 딥노이드 등 다른 AI 영상진단 기업 주가 추이도 비슷하다. 뷰노의 주가는 올해 초 6230원에서 6월13일 2만8750원으로 361.5% 치솟았다. 같은 기간 딥노이드는 5510원에서 1만1560원으로 109.8% 올랐고 제이엘케이는 3285원에서 1만200원으로 210.5% 뛰었다. AI 영상진단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로 증시시장이 호황을 보이던 때와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챗GPT 광풍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본 것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서버 시장에서 70~80% 규모로 GPU를 공급하고 있다. 실제 챗GPT 초기 모델엔 엔비디아의 GPU 1만여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엔비디아의 주가는 고공행진했고 몸값은 1조달러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은 투자자들의 AI 수혜주 찾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숨은 진주를 찾듯 투자자들은 AI에 집중했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AI 영상진단주가 주목을 받았다. AI 영상진단은 AI를 활용해 환자의 질병을 예측하거나 판별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X선 촬영(X-ray),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을 통해 얻은 환자의 영상 데이터를 AI가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보완하고 미리 이상 소견을 검출할 수 있어 차세대 의료AI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은 개화기에 돌입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18년 21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362억달러(약 40조원)로 연평균 50.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은 AI 진단 설루션이 주도했다. 2019년 3억80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였던 AI 진단 설루션 시장은 2022년 11억8300만달러(약 1조3956억원)로 3년 새 3배 이상 불어났다.
다만 시장의 성장세와 달리 국내 AI 영상진단 업체들의 수익성은 개선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루닛을 비롯해 뷰노, 딥노이드, 제이엘케이 등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AI 영상진단 시장에서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부담도 안고 있다.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매년 수십~수백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AI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 공급만을 통해 얻는 수익 구조는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대목"이라며 "아직 AI영상진단 시장이 개화기인 만큼 다른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