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수주잔고 10조원 육박
AI 성장 뒷받침할 전력기기, 전선 발주↑
“시장 호황 최소 2030년까지 이어질 것”
LS전선 美 해저케이블 공장에 1조 투자
다른 기업들도 수천억 투자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주요 전력 인프라 기업 5개사들이 지난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잔고를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전력기기, 전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전력 시장 호황이 최소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증설을 통해 늘어나는 고객 주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와 전선 투톱인 LS전선, 대한전선의 총 수주잔고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29조3916억원이다. 전년(20조4826억원) 동기 대비 43.5% 증가했다.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기록한 회사는 효성중공업(9조2000억원, 중공업 부문 기준)으로 전년 대비 58.6% 늘었다. HD현대일렉트릭, LS전선은 각각 42.2%, 19.7% 증가한 7조6466억원, 6조2741억원을 기록했다. LS일렉트릭(3조4477억원), 대한전선(2조8232억원) 수주잔고는 같은 기간 48.2%, 62.6% 증가했다.
역대급 수주잔고 달성 배경에는 전력 수요 폭증이 자리잡고 있다. AI 산업 성장으로 원활한 전력 공급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수요를 뒷받침할 만한 전력 인프라는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80% 이상이 설치된 북미의 전력 인프라 대부분이 1970년대에 조성돼 전력기기 등의 교체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새 전력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전력기기, 전선 발주는 자연스레 늘어났다.
차별화된 기술력도 상승세 원인 중 하나이다. 전력기기 3사와 LS전선, 대한전선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납기 준수 능력도 뛰어나 신뢰도도 높다.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초고압변압기를 검사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
전력기기 3사들의 제품 포트폴리오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제품은 단연 변압기이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전기를 가정, 공장에 송전하기 이전에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한다. 다른 전력기기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비싸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잔고 증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장거리 송전용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갖춘 전 세계 6개 기업 중 1곳이 바로 LS전선이다. LS전선은 대만 1차 해상풍력단지 건설 사업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계약을 모두 따내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한전선은 글로벌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울산 동구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에서 일부 변압기들이 조립 단계를 거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미국이 대규모 AI 투자를 발표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참가하는 5000억달러(734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조성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재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전력 시장 호황은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공격적인 증설을 통해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최대 5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 속에서 기존 생산시설로는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LS전선 관계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LS전선 제공] |
LS전선은 다음 달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현지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LS전선이 공장 건설에 투자하는 자금만 1조원이다. LS전선은 유럽 공장 구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9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사업장, 미국 알라바마 공장 증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2017년 HD현대일렉트릭이 HD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래 최대 규모 투자다. LS일렉트릭은 부산 사업장 증설을 위해 1000여억원을 투자했다. 효성중공업도 1000억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 초고압 변압기 공장과 미국 멤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