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석 “비명계와도 만나고 있다…근본적 변화 없으면 신당 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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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05. 오후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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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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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국민의힘 내부 혼란이 증폭되면서 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내놓는 메시지들은 파편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의중을 듣기 위해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전 대표가 내놓은 결론은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경우, 12월 후반 탈당하겠다”는 것이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가 드러낸 속마음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이었다.

다른 하나는 ‘신당 창당’이라는 승부수였다.

먼저, 배신감과 불신부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단정 지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당원권 정지와 그에 이은 당대표 해임 결정 등을 거론하면서 “얼마나 나를 흔들었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전 대표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여권 지도부에 특정 요구를 제안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조건으로 비쳐지는 것은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신뢰관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무슨 대화나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라며 “만약 내가 어떠한 것을 요구할 경우 애매한 표현으로 들어주는 척을 해서 분위기가 좋아지면 ‘다시 이준석에게 연락하지마’ 하거나, 뒤통수를 칠 것”이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남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여권 지도부가 남들이 예상하는 것을 상회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기본을 어긴 것들을 되돌리고 다시 해보려는, 그런 정도의 파격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신뢰 문제에 있어 자신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어떠한 요구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 내부의 변화 가능성을 지켜본 뒤 ‘다음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음은 신당 얘기.

이 전 대표는 ‘그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으면 지금 탈당하지, 왜 연말까지 남아 있을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친윤계를 포함한 현 지도부가 물러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 작업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의 명분과 관련해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그동안 비정상이 ‘뉴노멀’이 돼서 정상에 대한 갈구가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체화할 수 있다면 다른 정당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신당과 관련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내의) 비명(비이재명)계와도 만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비명계와의 접촉을 설명할 때 비명계‘와도’라는 조사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비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력을 만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신당 구성의 관심이 비명계 합류에 쏠릴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눈치였다.

‘이준석 신당’이 가시밭길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연히 군소정당이 될 각오도 하고 있다”면서 전의를 다졌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결행할 경우 그 시점은 올해 12월 27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정확히 12년 전인, 2011년 12월 27일 출범했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전 대표는 “내 정치 인생도 한 ‘간지(干支)’를 돌았다”면서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 내 비명계가 신당에 힘을 합치고, 여기에 국민의힘 탈당 세력과 일부 세력들이 합류할 경우 내년 4월 총선 구도가 크게 소용돌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인요한 혁신위’가 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로 물러났던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재등장시키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결정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수고하세요’ 뿐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대화 요구를 뿌리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외교는 주권을 가진 국가와 하는 것이다. 나는 인 위원장이 주체적인 정치 객체로 보지 않는다.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치인과의 대화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여권 지도부에 백기투항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직 먹고살 만한가 보다’라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내일 총선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험하다고 확신한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이긴 정당을 1년 반 만에 폐허를 만든 사람들이다.

대화라는 것도 최소한의 신뢰가 존재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나는 상대방에 대해 신뢰자본이 전혀 없기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는 상태다.

여권이 만약에 이태원 참사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선거용으로 ‘뭘 하는 척’ 하더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여권 지도부에게 협상의 공간을 제시할 의향은 없는가.

“그것은 그쪽에서 연구할 사안이다. 나는 어떠한 조건도 제시할 생각이 없다.

나는 지금 국민의힘을 이끄는 세력들을 시한부로 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사라질 것이다.

그 사람들과 공동의 이익이나 목표가 없다. 무엇을 같이할 당위가 없는 상황이다.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공감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보수 진영에서는 이 전 대표가 현 지도부와 극적으로 타협하기를 원하는 지지층들도 있다.

“60∼70대 정치인들이 ‘이 대표에게는 아직 30년이 있잖아. 그러니까 굽히고 들어가’ 하는 말을 한다. 그런 올드한 문법이 해법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무도 설득 못 시키는 것이다.

여당이 최근 ‘김포의 서울 편입’에 이어 ‘주식 공매도 중단’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이 30%,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60%인 상황에서 ‘공매도 중단’ 같은 안정제 비슷한 아이템을 내놓는다고 해서 갑자기 국민의힘으로 돌아설 유권자층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화합해라’, ‘이런 국민의힘을 도와라’ 같은 주장에 별로 감흥이 없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자리나 측근들의 공천을 위해 이 같은 행보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이 방송에서 최근 그런 말을 했는데, 선대위원장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짚고 가고 싶다.

그리고 측근들의 공천을 위해서 ‘이준석이 이런다’ 하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배운 정치에는 그런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 유승민 전 의원에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측근들의 공천’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친윤계 의원들에 대해 평점심을 잃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내가 욱해서 뭘 했다면, (당대표에서 해임된 이후) 1년 반 동안 뭘 해도 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많이 생각난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서 저렇게 됐지만, 내가 박근혜정부 당시 실정을 비판했을 때와 지금 느낌이 많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 직접 나에게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영광이 무너질까봐 두렵고, 어렵게 만든 대한민국이 더 잘 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왜 저렇게 하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여권 내부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신당 창당인가.

“그렇다.”

-신당이라는 것이 출범 전에는 큰 관심을 끌다가 막상 창당한 이후에는 가시밭길을 걸었던 경우가 많은데.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이후 당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평소에 연락이 없던 의원들한테도 가끔 연락이 오기도 한다.

‘신당을 같이 하자’ 이런 것은 아니더라도 안부 전화가 온다. 변화의 태동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금태섭 전 의원을 포함해 여러 세력들이 신당을 얘기하고 있는데.

“(지난 1일)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났을 때, 금태섭 전 의원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금 전 의원을) 만나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다. 비명계와도 만나고 있다.”

-비명계와의 회동에서 논의 진전은 있나.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

지금은 신당 참여 세력뿐만 아니라 지향점 등 물리적·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

-신당 후보자 지원 유세를 위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도 선택지에 있나.

“없다. 반드시 출마할 것이다.”

-출마할 경우 지역구는.

“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큰 곳으로 나갈 것이다.

서울 노원도 나에게는 의미가 큰 지역구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솔직히, 신당을 창당하지 않고 무소속을 택했다면, 내 마음대로 지역구를 결정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당연히 신당 지도부와도 내 지역구를 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당을 창당했는데, 지지율도 안 나오고 인재영입에도 실패한다면.

“당연히 군소정당이 될 각오도 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는 연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연락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때가 되면, 만나볼 수 있지 않겠는가.

유 전 의원과는 연락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서로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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