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팝 넘어 한국을 즐긴다... 주말 역대급 10만명 몰린 ‘K콘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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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20. 오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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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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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누적 방문자 150만명 넘어
‘변방의 문화’ 에서 주류로의 도약 노려


1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LA 2023에서 팬들이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CJ ENM

19일(현지 시각) K팝 축제 ‘케이콘(KCON) LA 2023’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의 LA컨벤션센터 2층 회의장. 데뷔 1개월차인 신생 K팝그룹 ‘제로베이스원’의 멤버 석매튜와 리키가 입장하자, 현장에서 기다리던 500여명의 팬들은 발을 구르며 큰 소리로 환호했다. 이들이 좋아하는 제로베이스원은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다국적 그룹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팬층이 더 두텁다. 현장에서 흑인·백인·히스패닉 등 인종이 다양하게 섞인 해외팬들은 ‘사랑해’, ‘잘생겼어’와 같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외쳤고, 몇몇은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팬 시나이아 디아즈(21)씨는 “밋앤그릿(유료 토크쇼)을 포함한 500달러(약 67만원)짜리 프리미엄 입장권을 구매해서 왔다”며 “멤버들과 가장 가까운 앞자리에 앉고 싶어 이벤트 시작 전 한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LA 2023에서 인파가 몰린 모습./CJ ENM

CJ ENM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한류 축제 케이콘이 18일 기준으로 현장 누적 관람객 150만명을 돌파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에서 첫 행사를 연지 11년 만이며, 2019년 누적 100만 관객 기록을 세운지 4년만이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LA 2023에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실제로 이날 행사장 밖은 긴 줄이 대로변까지 끝 없이 늘어졌다. 관람객들은 긴 대기 시간 중 서로의 ‘최애 그룹’을 얘기하며 빠르게 친구가 됐다. 자발적으로 아이돌 뺨치는 군무(群舞)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돋구는 팬들도 눈에 띄였다. CJ ENM에 따르면 18~20일 3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를 찾는 관람객은 10만명을 거뜬하게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역대 케이콘 LA 행사 중 최대 규모의 인파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3 첫날 콘서트에서 셔누X형원(몬스타엑스)가 무대를 하고 있다./CJ ENM

18일 오후 8시에 시작한 첫날 공연에는 태민, 셔누X형원(몬스타엑스), 태용, 아이브 등 인기 아이돌이 총출동했다. 세계적 권위의 음악상인 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에선 1층 스탠딩석부터 3층 ‘하늘석’까지 좌석을 가득 채운 해외팬들이 K팝 노래를 따라부르는 ‘떼창’이 이어졌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올때마다 좌석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고, 노래에 맞춰 춤을추기도 했다.

'K문화’ 종합 선물 세트 된 케이콘

1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LA 2023에서 팬들이 K팝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구경하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19일 찾은 LA 컨벤션 센터는 ‘K문화 종합 전시관’을 방불케했다. K팝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 무대 사이사이엔 한국의 뷰티·패션·음식·생활 분야 등 50곳의 중소기업 부스들이 차려져있었다. 각 부스에는 화장품 샘플 등 경품을 받으려는 K팝 팬들이 수십m씩 긴 줄을 서고 있었다. 화장품 업체 BOM의 이정호 대표는 “올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부스를 차렸는데, 현장 반응이 너무 좋다”며 “약 500만원 어치의 제품을 갖고 왔는데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도 전시장 한 중간에 대형 부스를 꾸리고 스마트폰 신제품 Z플립5의 홍보에 나섰다. 게임사 펄어비스, 한국관광공사, 아시아나항공, 올리브영 등 기업들도 부스를 차리고 팬들을 맞이했다. 아이돌그룹 크래비티가 직접 나서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코너에선 구름처럼 모인 팬들이 이들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눈동자’, ‘오묘한’과 같은 아름다운 한국어 단어를 따라 읽었다. 11년 전 중소도시인 어바인의 한 콘서트장을 빌리고, 야외에 텐트를 치는 식으로 시작한 케이콘이 이제는 K팝을 매개체 삼아 ‘한국’ 자체를 경험하게 해주는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메인스트림’

1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3에서 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K팝이 향후 20년, 30년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글로벌 전 연령층과 접점이 생기는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BTS·블랙핑크 등 대형 그룹의 성공으로 전세계 K팝 인지도가 최근 수년 사이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냉정하게 봤을땐 미국 주류 방송계·미디어계에선 여전히 K팝을 ‘변방의 문화’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케이콘 현장에선 ‘K팝 주류화’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올해 CJ ENM은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와 파트너십을 맺고 ‘케이팝빌리지’를 설치해 아티스트 야외 무대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이하트미디어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은 미국 현지의 초대형 팝스타들도 앨범 홍보에 필수 코스로 삼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LA 2023을 찾은 중년 K팝팬 마리빅 샌티아겔(53)씨가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사진이 프린트 된 옷을 보여주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이날 현장에선 중년층 K팝 팬도 만날 수 있었다. 인기 그룹 샤이니의 사진이 프린트 된 하얀 드레스를 입은 마리빅 샌티아겔(53)씨는 “여동생과 중년 친구들과 함께 K콘을 찾았다”며 “집 청소를 할때마다 K팝을 듣는데, 이제 K팝이 어린 친구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샌티아겔씨 처럼 좋아하는 K팝 멤버의 사진을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고 나타난 장년층 팬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케이콘을 총괄하는 심준범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K팝이 메인스트림에서 다양한 연령에게 새로운 장르로서 보다 확고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관객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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