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모든 새클러 일가의 모든 구성원에 대해 60억달러의 옥시코돈 중독자 치료프로그램 기금을 내는 조건으로 현재 진행중이거나 향후 제기될 모든 소송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새클러 가문은 지난해 옥시코돈 제조사인 퍼듀파마 파산과정에서 추징당한 5억달러와는 별도로 60억달러를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출연해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 치료와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법원은 또 새클러 가문이 퍼듀파마를 청산하는 대신 노아파마(Knoa Pharma)라는 새로운 제약회사를 만들어 약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번 판결은 소송 원고인 옥시코돈 중독자측이 변호인을 통해 새클러 가문의 징벌적 손해배상에 합의하면서 이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옥시코돈 중독자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옥시코돈 희생자들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다. 이젠 퍼듀파마를 과거로 묻고 치료와 재활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때”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부터 4년 넘게 진행된 소송에 피해자들은 지칠대로 지쳤다”며 “이번 결정이 결코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도 미국 전역에서 죽어가는 옥시코돈 중독자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관련 연방 형사법이 허용한 범위 이상의 면죄부를 준 것으로 법 제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지적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려 400명이 넘는 새클러 일족 전원이 모든 민사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고, 퍼듀파마의 ‘완전한’ 파산이 아닌, ‘60억달러만 떼어내고 새로운 제약회사까지 차려준 격’이라는 비판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법대 멜리사 B 제코비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부와 권력을 쥔 회사와 부자들에게 돈 대신 면죄부를 주는 게 결코 대안적 정의는 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수퍼 리치(Super Rich·갑부들)’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물질을 댓가로 법 취지를 넘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클러 일가는 2018년부터 옥시코돈 피해자들로부터 수많은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데다, 이 약품 개발과정에서 마약성 중독성분을 고의적으로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2019년 퍼듀파마에 대한 파산 신청을 냈다.
미국 파산관련 법에 따르면, 파산 신청을 한 회사에 대해서는 모든 당사자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배상 절차도 잠정 중단된다. 퍼듀파마는 이같은 법률 조항을 이용해 2년 가까이 퍼듀파마의 최종 파산 선고를 지연시켰다.
그러자 옥시코돈 피해자들은 퍼듀파마가 아닌 새클러 가문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연방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NYT는 “비록 민사 책임에 대해서는 100% 면죄부를 받았지만, 새클러 일가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여전히 면제되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들이 제기한 형사 고발 사건들은 계속 검찰에 의해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