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높은 지지율로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 재확인"
산발적 항의 시위 벌어져…러 전역에서 74명 체포
美백악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아" 비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87%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사실상 5선을 확정하며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은 이날 러시아 대선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87%의 득표율을, 여론조사재단(FOM)은 그가 87.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의 67.5%를 넘어선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푸틴 대통령의 5선을 확정 지었다.
나머지 후보자들의 득표율은 미미하다. 2위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후보가 약 4%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2000년, 2004년, 2012년, 2018년에 이어 2030년까지 6년간 집권하게 됐다. 또한 그는 지난 2020년 개헌으로 2030년, 6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는 200년 만에 가장 오랫동안 통치한 러시아 지도자로 거듭나게 된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러시아가 우크라리아를 침공해 서방과의 갈등이 강화된 지 2년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투표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도 진행됐다.
크렘린궁은 이번 대선을 우크라이나 침략을 위한 내부 단결 기회로 삼고 있으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전쟁의 명분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정치분석센터의 파벨 다날린은 "이번 결과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높은 득표율은 국민 대다수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미 백악관은 이번 러시아 대선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투옥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에 맞서 출마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미 필라델피아 소재 외교정책연구소의 니콜라스 그보스데프 국가안보프로그램 책임자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모험이 지금쯤 러시아의 이익에 대한 좌절로 마무리되기를 바랐던 미국 행정부에게 이번 선거는 푸틴 대통령이 지정학적 복싱 링에서 더 많은 라운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진단했다.
지난 3일간의 투표에서 푸틴 대통령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최근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을 포함해 반정부 주의자들은 모두 사망하거나 망명했으며 러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을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해 왔다.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투표한 뒤 "선거 한 달 전, 대선 기간 이미 감옥에 갇혀 있던 푸틴의 주요 상대가 살해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나발니 지지자들은 정오경 러시아 전역의 투표소에서 다른 후보에게 투표해 푸틴에 대한 항의를 나타내는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시위를 벌였다.
반체제탄압을 감시하는 단체 OVD-Info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러시아 전역에서 74명이 체포됐다. 이번 선거 동안 일부 투표소에서 불을 지르거나 투표함에 녹색 염료를 붓는 등의 항의 시위가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은 영원히 집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는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등 전쟁범죄로 푸틴 대통령을 기소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