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마음은 MZ세대가 안다…대히트 ‘벨리곰’ ‘디그디그’ MZ 작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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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MZ세대’를 외치지만 그들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곳은 많지 않다. 때로는 알맹이 없이 ‘MZ세대’만 반복해 외치는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진짜 MZ세대’를 사로잡아 흥행에 성공한 기업도 눈에 띈다.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내부의 MZ세대 직원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 ‘찐 MZ’ 직원을 내세워 MZ세대를 사로잡은 기업들의 이야기다.

롯데홈쇼핑은 MZ세대 직원으로만 구성한 캐릭터사업팀을 통해 ‘벨리곰’을 탄생시켰다. 전시 기간 동안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갈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 제공)


▶MZ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할까

‘ ▷진짜 MZ’가 직접 만든다

지난봄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에는 ‘대형 곰’이 등장했다. 호수 근처 곳곳에 설치된 아파트 4층 높이 15m 규모 ‘벨리곰’이 그 주인공. 포동포동한 분홍색 몸에 맹한 얼굴을 가진 벨리곰은 벚꽃 개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맞물려 ‘사진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 기간 동안 총 325만여명의 방문객이 벨리곰을 찾았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의 MZ세대 직원들 손에서 탄생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콘텐츠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사업부문을 신설하면서 산하 캐릭터사업팀 7명을 전원 MZ세대로 구성했다. 이 MZ세대 팀이 중심이 돼, 업계 최초 자체 캐릭터 벨리곰이 탄생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부문은 MZ세대 직원을 모은 콘텐츠개발팀을 통해 ‘디그디그’를 운영한다. 디그디그는 등산 등의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는 MZ세대를 겨냥한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해 현재 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다. 팀원 4명 모두가 30대 초반이다. 홍순익 롯데온 디그디그셀장은 “조직 자체가 MZ세대로 구성돼 있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쉬워 업무 진행에 있어 속도와 효율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GS리테일도 ‘갓생기획팀’이라는 MZ세대 팀을 만들었다. GS25의 노티드우유 등의 ‘대박 상품’이 이들 손에서 탄생했다. 갓생기획팀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자, GS리테일은 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내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업계 최초의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의 기획과 제작도 온전히 이들에게 맡겼다. 이 역시 소셜미디어에 업로드된 자발적 방문 인증 게시물 수가 2500개를 넘기면서 흥행을 이어갔다.

▶내부 MZ 마음부터 잡아라

▷MZ 모임 만드는 기업들

내부 MZ세대 직원을 한데 모으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산하에는 전 세계 법인의 20대 직원들 70여명으로 구성된 ‘퓨처 제너레이션 랩’이 있다.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이 올 초 CES 2022 기조연설에서 ‘더 프리스타일’ 등 혁신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이곳 직원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는 2030 직원의 생각과 경험을 사업부장에게 전달하는 ‘재미보드’, MX(모바일)사업부에는 ‘젠지 랩’이 있다.

대상그룹은 아예 MZ세대 직원만 입장할 수 있는 사내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대상그룹 ‘우주라이크’는 1989년생 이전에 태어난 직원 849명을 대상으로 하는 메타버스 커뮤니티다. 지난 6월 문을 연 후 일평균 112명이 이곳에 방문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MZ세대가 원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주 소비층인 외부 MZ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도 제공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업명 숨기고 ‘MZ식 접근법’

‘ ▷따라 하기’ 넘어서 ‘MZ 진심’ 담겨야

MZ세대 팀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살피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기업명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스며든다는 것.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GS리테일의 갓생기획팀, 롯데쇼핑의 디그디그 등 대부분 기업명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MZ세대가 기획한 개별 브랜드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전통적인 기업이지만, MZ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올드’한 이미지 대신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젊은 직원만을 모아 의사결정권을 내준 자체가 완전히 신선한 이미지를 추구하려는 목적이지 않나. 이들의 생각은 올드 브랜드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MZ세대 팀 조직이 보수적인 산업군의 기업에서 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통업계는 내부 문화가 보수적이지만,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는 곳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한 업계다. 의사결정을 할 때 MZ세대 직원에게 무게를 두면서,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오프라인 등 전통적인 환경에서의 업무 경험이 많은 기성세대일수록 어떤 ‘루틴’에 맞춰 일을 진행하기가 쉽다. 결국 공급자 입장에서 머무르거나 MZ세대 흉내 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MZ세대는 여느 세대보다 주체적이고 유행에 민감하며 온라인 매체에 친숙한 세대다. 이들 수요를 맞추려면 당사자성을 가진 직원들에 권한을 넘겼을 때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인터뷰 | 선우정 GS리테일 갓생기획팀 카피라이터

‘2500개 인증샷’ 유발한 91년생 카피라이터

GS리테일 ‘갓생기획’ 브랜드를 만든 이들은 MZ세대 직원으로만 꾸려진 ‘갓생기획팀’이다. 갓생기획팀 소속 선우정 카피라이터 역시 만 30세의 MZ세대다. 그는 서울 성수동에 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 구성한 ‘갓생기획실’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열고 직간접 방문객 30만8000여명을 끌어들였다.

Q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소개한다면.

A ‘갓생(공부, 운동, 일 등에 매진하며 열심히 사는 삶)’이라는 MZ세대 트렌드에서 착안해 기획한 팝업스토어다. 가상의 Z세대 회사원 ‘김네넵’의 일상 공간을 구현했다. 그러나 단순히 ‘갓생러’를 콘셉트로 잡지 않았다. 갓생이 트렌드지만, 생각보다 갓생을 사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갓생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말로만 갓생을 사는 사람들’로 보다 세밀하게 콘셉트를 잡았다. 슬로건은 ‘이 또한 갓생’으로 잡았다. 갓생을 다짐하는 것만으로 꽤 멋지다고 공감해주는 브랜드인 셈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저희 브랜드만의 포인트였다.

Q 갓생기획실의 성과는 어땠나.

A 갓생기획실은 업계 최초 팝업스토어였다. 오픈했던 21일 동안 직·간접 방문객 30만8000명을 유입했다. SNS 방문 인증 포스팅은 2516개를 이끌어냈다. GS25가 아닌 갓생기획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협업 제안이 다양한 타 브랜드에서 오고 있다.

Q MZ세대로 구성된 ‘갓생기획팀’에 대해 소개한다면.

A 갓생기획팀은 자율도가 높은 프로젝트다. 실무자끼리 자유롭게 인사이트를 주고받으며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낸 후 보고하면, ‘MZ세대는 MZ세대가 제일 잘 안다’는 믿음 아래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진다. 아이디어의 단초는 언제나 ‘요즘 이거 좋더라’ ‘재밌더라’다. 우리가 좋아하고, 맛있어하는 건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 제일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Q MZ세대 카피라이터로서 MZ세대를 공략하며 느낀 점은.

A 대놓고 ‘우리 MZ스러운 브랜드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우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브랜드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더라. ‘요즘 MZ세대가 뜨니까 그들을 타깃으로 이걸 만들어야지’가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걸 우리가 직접 하니, MZ세대와 더 활발히 소통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직접 고객이 돼, ‘편의점에서 뭘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계속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7호 (2022.07.13~2022.07.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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