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타당했는지 여부가 3일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된다. 헌재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하면 최 대행은 마 후보를 재판관으로 즉각 임명해야 한다. 최 대행이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형사 처벌은 물론 탄핵 사유도 될 수 있다고 법조계는 전망했다.
헌재는 오는 3일 오후 2시 국회가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의 결론을 낸다. 국회가 선출한 3명의 재판관 후보자 중 마 후보자만 빼고 정계선·조한창 두 명의 재판관만 임명한 최 대행의 결정이 국회가 갖고 있는 ‘헌재 구성 권한’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다.
앞서 최 대행은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1명의 재판관 임명이 늦춰지면서 헌재의 9인 재판관 체제 구성은 미뤄졌다. 이후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들어오자 헌재는 이 재판 심리를 속전속결로 진행해왔다. 최 대행 측이 권한쟁의심판 변론 재개와 증인 신청을 헌재에 요청했지만 헌재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1차 변론기일 후 바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국회 측 주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인씩 임명하는 재판관 선출의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국회 몫 3인 재판관’을 선출한 것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재량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가 인용하면 마 후보자의 임명은 법적으로 곧바로 이뤄질 수 있게 돼 9인 재판관 체제가 완성되고 향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등 사건을 9인 재판관이 심리·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최 대행 측은 헌재가 국회 손을 들어주더라도 즉각 마 후보를 임명할 필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사실에도 어긋나고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헌재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 기속력을 갖는다. 헌재법 66조 2항은 ‘헌재가 부작위(불임명)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면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가인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헌재가 국회 측 손을 들어줬는데도 임명을 미루거나 이를 하지 않으면 (최 대행에 대한) 탄핵 사유가 성립되는 것이자 실정법 위반, 구체적으론 직무유기 등 범죄도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황희 성균관대 교수는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위헌의 연속이 되는 것”이라며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재판관의 임시지위를 인정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고 헌재가 인용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선 이번 권한쟁의심판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명의로 낸 것을 문제 삼으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국회 표결을 통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역시도 “잘못된 해석”이라고 했다. 최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등은 “헌법재판관 추천은 국회의 권한이지, 국회의장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국회 표결을 통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국회가 먼저 3명의 후보자를 표결을 통해 (인준 가결) 의사를 확정했고, (최 대행이) 이들 중 두 명만 골라서 임명한 것이 현재의 문제”라며 “이 상태에서 또다시 국회 권한이 침해됐는지를 표결로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100여명의 헌법학자들이 모인 헌법학자회의는 이날 입장문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국무총리 탄핵심판 등 이번 사건보다 먼저 접수된 사건들 역시 9인 체제로 심리해 선고하는 게 헌법에 부합한다”며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