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수개월간 큰 폭으로 올랐다. 세 번의 반감기는 모두 비트코인 랠리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인 2020년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3개월 동안 33% 상승했고 1년 동안에는 500% 넘게 폭등했다.
반감기가 비트코인 상승세의 촉매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급등한 비트코인이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 넥소의 공동설립자인 안토니 트렌체프는 "반감기는 비트코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이벤트인데 올해 반감기는 공급 감소와 새로운 ETF 수요가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칵테일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RNT파이낸셜의 스테판 오엘렛 최고경영자(CEO)는 "반감기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역할을 바꾸지 못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오엘렛 CEO는 최근 비트코인이 과거 반감기의 패턴을 따르는 것으로 보여 이번에도 추가 랠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JP모건은 지난 2월 "2024년 비트코인 반감기는 우리의 추산치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밝혔다.
최근 대표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마라톤디지털홀딩스의 프레드 틸 CEO도 "ETF 승인이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자본이 시장에 유입돼 반감기 이후 3~6개월간 볼 수 있었던 가격 상승을 앞당겼다"며 "이미 일부 현상을 보고 있고 수요도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립토퀀트의 훌리오 모레노 연구책임자는 "한때 비트코인 반감기가 가격에 영향을 미쳤지만 판매 가능한 비트코인 총량에 비해 신규 비트코인 발행량이 줄면서 영향이 줄었다"며 "반대로 반감기 이후의 비트코인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반감기 자체보다 거시경제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0년 5월 반감기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경제지원책이 쏟아진 직후라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각종 위험자산 가치가 급등했다.
최근에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감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전날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강행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8%나 급락했다.
한편 이번 반감기로 채굴 규모가 감소해 채굴업자들의 수익은 반토막이 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이번 반감기에 채굴업자들의 연간 매출 손실이 약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마라톤디지털홀딩스, 클린스파크 같은 채굴기업들은 수입 급감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신 장비를 마련하고 소규모 경쟁업체 인수에 나섰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경우 소규모 채굴업체들은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코인셰어스의 매슈 키멜 디지털자산애널리스트는 "생산량이 큰 타격을 받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채굴업자들이 최후의 수단을 쓰고 있다"며 "하룻밤 사이에 수익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각 채굴자의 전략적 대응과 적응 방식에 따라 누가 앞서고 누가 뒤처지는지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