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을' ASML 실적 발표 임박…"삼성·인텔에 전망 불확실" [친절한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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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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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주요 고객사가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앞서 ASML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공개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준 바 있는데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사진 제공=ASML
2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SML은 오는 29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ASML은 지난해 10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또 2025년 순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운 만큼 시장은 다가오는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ASML 매출에 대한 월가 전망치 중앙값은 322억달러다. 이는 ASML이 제시한 전망치 중간값에 못 미친다. 

지난 실적 발표 자리에서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순매출이 300억~350억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2022년 투자자의 날에서 제시한 범위의 하반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푸케는 연간 총 마진이 51~53%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또한 2022년 전망치에서 하향조정한 것이다. 그는 이것이 "주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요 지연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 ASML은 3분기 실적을 예정보다 하루 일찍 발표했다. 당시 ASML은 "기술적 오류로 3분기 실적이 웹사이트에 일부 잘못 게시됐다"면서 실적 공개를 하루 앞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고하고 가이던스를 하향조정하자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ASML 주가는 작년 7월 최고점 대비 약 30% 하락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역풍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10월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야누스헨더슨 인베스터스의 리차드 클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텔과 같은 주요 고객사의 경영 위기도 ASML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인해 ASML이 2025년에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확신하고 장기 전망에 대한 확신을 다시 쌓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인텔은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최초로 도입한 주요 고객사지만 현재는 투자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인텔은 반도체 왕국 재건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복귀했으나 손실이 급증하며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팻 겔싱어 CEO가 사임하면서 차기 CEO를 물색 중이다.  

또 다른 주고객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도 생산 문제를 겪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프로세서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전반적인 투자 증가폭이 올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장비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며 ASML을 비롯한 반도체 장비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도 ASML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딕 슈프 네덜란드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ASML에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도록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ASML은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구매하는 장비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지난 2년 동안 ASML 장비 구매를 크게 늘렸고 작년 3분기에 회사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ASML은 중국이 올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퀼터체비오의 벤 배링어 글로벌 기술 애널리스트는 "ASML은 웨이퍼 공정 장비 업계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라며 "중국뿐만 아니라 삼성과 인텔 같은 다른 기업들의 실적이 갖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몇 달 동안 ASML 실적에 대한 업계 전망치가 하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SML의 또 다른 고객이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 대비 크게 늘릴 계획이어서 다른 기업들의 감소분을 일부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TSMC는 올해 하반기에 최첨단 2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대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TSMC는 생산 능력 확장을 위해 올해 자본지출에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한 400억달러를 책정했다.  

일각에서는 TSMC가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ASML의 가격 책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ASML은 장기 실적 목표는 그대로 유지했다. 최근 ASML은 2030년까지 연간 수익이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디디에 스케마 애널리스트는 ASML의 단기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 보이지만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회사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며, 아마도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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