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친윤 비방전에 누더기 된 당원게시판, "'가발킹'도 '오야붕'도 금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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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1.29.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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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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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도입된 '자동숨김' 기능이 친한·친윤 사이 진흙탕 싸움을 막는 데 급급해 뚜렷한 기준 없이 시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원들 사이에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검열이 심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통과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역할'이라는 당원 게시판의 본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월 21일부터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자동숨김 기능'이 도입돼 관리진이 임의로 그날그날 올라오는 게시물을 모니터링해 숨김 대상 단어인 일명 '금지어'를 추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보니 '한딸'(한동훈 대표의 극성 팬덤을 의미), '발작' '꼴통부부' '가발킹' '오야붕' 등 일반적으로 쓰일 수 있는 단어인데도 비하의 맥락이 들어가 있으면 무조건 숨김 처리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당원들 사이에서는 어떤 단어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어 발언권을 침해한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금지어가 대체 뭔가" 항의 빗발

'어떤 기준으로 자동숨김 기능을 운용하고 있냐'는 주간조선의 질문에 국민의힘 홍보국 측은 "(21일 이후를 기준으로) 한 단어를 숨김 처리하면 일괄적으로 글을 쓸 때 적용이 자동화된다. 지금까지 댓글이 53만개 쌓여있는데, 게시판이 감당하지 못하는 양이다. 때문에 시스템에 버든(부하 현상)이 생겨서 (과거의 댓글까지는 적용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어떤 기준으로 숨김 단어를 설정하냐'는 질문에는 "지금 어느 진영 상관없이 욕설이 많다. 윤 대통령님, 여사님, 한 대표님, 의원님들, 모두에 대한 욕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발견되는 즉시 수동으로 반영하고 있고 과거의 글에 대해서는 나중에 숨김 처리를 하는 순서다. 한 가지 욕설 단어를 숨김 처리하면 철자를 바꾸는 등 계속 새로운 욕설이 창조되기 때문에 추가해야 하는 숨김 처리가 계속 발생한다"라고 답했다.

홍보국 측은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비방글부터 사라지고 있다'는 일부 당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착각이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답했다. "누구에 대한 것을 먼저 처리하고 이런 것은 당연히 없다.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홍보국에서 엄청 신경써서 하고 있다. 지금 제일 많이 처리하는 것은 '잠민전'이다. 김민전 의원에 대해 공격이 너무 많은데다 내용이 너무 창의적이라서 그에 대한 것부터 지금 다 처리하고 있고 신경써서 보고 있다. 한 대표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도 각각의 진영으로부터 서로 반대되는 컴플레인을 받고 있다. 친윤 의원님에 대한 욕설 글을 쓰시는 분들은 '왜 윤 대통령에 대한 글을 못 올리게 하냐'고 말씀하신다."

당원게시판에서 대통령도 당 대표도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는 한 대표의 과거 발언과 자동숨김 기능은 방향이 어긋난 것 같다는 지적에는 "일반 국민들이 접근 가능한 곳이 아니라 당원들끼리 소통하는 곳이지 않나. 발작이나 자살, 총살과 같은 단어는 듣기에 당연히 안 좋은 단어 아니냐. 그런 격한 표현들이 있으면 서로 더 격해지고 번지게 돼서 숨김 처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보국 측은 또 "사실 저희가 한 단어 한 단어 공들여 고민해서 숨김 처리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 야당에 대한 단어도 당연히 앞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의원들이랑 당원들이 당게에 '총살' 등 심한 욕이 많다고 민원이 너무 많이 온다. 당내에서 서로 싸우는 글이 너무 많다는 식의 항의를 해서 (부정적인 단어 사용을) 지양하려 한다. 정화하는 과정에서 개선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더니…"

숨김 처리의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책임당원 A씨는 주간조선에 "가발 관련 단어를 사용해서 한 대표가 게시판 관리에 개입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게시판에 썼는데, 자동숨김 처리가 됐다"며 "한 대표는 당원게시판을 '대통령과 당대표를 욕할 수 있는 익명 게시판'이라고 하더니, 이젠 비속어가 없는 글이라도 자신에 대한 비판이면 무조건적으로 검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제보한 시점에서 11월 27일 22시까지 '한가발' '한뚜껑' 등 한 대표의 가발설 관련 비하 표현은 당원게시판에서 총 0건으로 검색됐으나, '윤두창' '윤꼴통' 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하 표현은 총 349건('윤두창' 155건, '윤꼴통' 194건) 검색됐다.

지난 11월 21일부터 당원게시판과 커뮤니티에서는 이 '자동숨김' 기능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수십 건 작성됐다. 당원을 포함한 누리꾼들은 숨김 처리된 게시물 내용을 인증 및 공유하며 "한동훈 비판했다고 차단 삭제 숨김 처리?" "책임당원이 이 정도 쓴소리도 못하나" "금지어 공지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글 제한 수도 하루에 3회인 건 당원의 권리를 훔치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자동숨김' 기능은 비하나 욕설 관련 단어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특정 단어부터 '제목→내용' 순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예컨대 앞서 155건의 제목에서 검색되던 '윤두창' 키워드는 불과 2시간 뒤 '0건'으로 검색되지 않았다. 169건으로 검색되던 '두창' 키워드 또한 '0건'(11월 28일 0시 기준)으로 변경됐다. 두 단어는 내용 검색에서 또한 찾아볼 수 없었으나, 댓글은 각각 64건, 110건으로 남아있었다. 앞서의 당원 A씨는 "정치권과 커뮤니티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니 부랴부랴 대통령 부부에 대한 글에도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동훈 가발 쓰는 거 맞아요?' '내가 김문수 지지하겠다는데 너희들이 왜 발작해?'와 같은 과격하거나 비하의 표현이 들어가 있지만 의견표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글도 숨김 처리가 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작성한 글이 자동 숨김이지?'와 같은 글은 비속어나 비하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았으나 허위사실로 인식한 듯했다.

지난 11월 25일 친윤(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당 게시판에서 삭제되는 글들의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말하며 "도대체 누가 운영하는 것이고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물은 바 있다.

반면 '홍어' '걸X' '등X' '모지리' '염X' 등의 일반적·정치적 비속어는 여전히 수백 건에서 수천 건씩 검색됐다. 또한 야당 인사들을 향한 비하 표현인 '찢재명' '대깨문' '문재앙' 등도 수천 건씩 검색됐다.

앞서의 당원 A씨는 "한동훈을 비판하는 서로 다른 내용의 글을 작성했는데, '도배'를 이유로 5일 계정 정지를 당했다"며 "그런데 7일이 지나도 정지가 풀리지 않아 직접 전화를 해 요청한 적도 있다"고 밝히며 게시판 시스템상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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