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울어진 운동장’ 깜깜이 선거구... 피해는 국민 몫이다
인천에서는 서구와 연수구 지역의 선거구 변경이 걸려 있다. 인구수 상·하한선에 걸려 선거구 재획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렇다 할 논의조차 않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에도 총선이 임박한 내년 2~3월께나 선거구 조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국회가 그간 상습적으로 선거구 획정 법정기일을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한 달여 남겨둔 시점에야 선거구를 확정했다.
서구는 당초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등의 인구 증가로 선거구 1개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구 갑·을을 서구 갑·을·병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최근에는 계양구 갑·을 선거구와 섞어 계양 서구 갑·을·병·정으로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서구 연희·가정2·검암경서동 등을 인구 하한선에 가까운 계양갑 선거구의 효성1·2동과 묶는 방식이다.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의 인구 증가로 조정이 필요하다. 연수 갑은 원도심, 연수 을은 송도지역으로 나누는 기조는 유지한다. 여기에 인구 편차를 맞추기 위해 현재 연수 을 선거구의 동춘1·2동을 연수 갑 선거구로 넘길지가 관심이다.
이 때문에 서구 을과 연수 갑 등의 출마 예정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이 코앞에 닥쳤지만 등록을 마쳐 놓고도 선거구가 뒤바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선거에 나선 정치 신인들을 혼란케 한다. 현재 서구와 연수구 지역에서는 인천시의원 출신 등 4~5명의 첫 국회의원 도전자들이 출사표를 냈다.
이들은 늑장 선거구 획정에 불만이 크다. 현역 의원들은 내년 1월 초까지 의정활동 보고, 정치현수막 등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편다. 그러나 새로이 도전하는 이들은 어디가 선거구인지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판을 감내해야 한다. 마치 수능시험이 닥쳤는데도 시험 과목을 알려주지 않는 식이다. 지금 상태로면 현역에게 너무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항변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 정치 혁신을 기대할 것인가. 누구를 위해 선거구 획정을 붙들고만 있는지 국민들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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