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같은 사람이 있고, 빛 같은 사람이 있다.
색 같은 사람들이 섞이면 검정색이 되고,
빛 같은 사람들이 섞이면 하얀색이 된다.
김은택 작가는 우리의 눈에 온전한 형태로 지각되지 않는 빛의 풍경을 회화의 시각을 통해 구상화시켜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빛의 흐름을 담아낸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빛이 있기에 누리게 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듯 하다. 눈이 아닌 마음을 통해 전해지는 김은택 작가의 '빛'은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과 작가, 그리고 관람자 간의 양방향의 소통을 경험하게 한다.
Q. 본인을 대중에게 간략히 소개하신다면 어떻게 소개하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스스로 빛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빛은 켰을 때 존재하고 끄는 순간 사라져버리잖아요? 그래서 제가 주인공인 것처럼 존재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이 아니라, 마치 겉도는 빛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처럼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며 존재하는 그런 작가인 것 같습니다.
Q. 빛을 주제로 작품 연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빛에 대해 좀 더 연구하기 시작했던 것은 2020년도 무렵부터였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거든요. 그 때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고,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제 스스로 느끼기에 사람과 빛 그리고 회화는 닮은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직접적으로 사람을 표현하는 대신 빛을 이미지로 소비하기 시작했고, 빛을 주제로 하지만 그 안에 사람과 회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형태의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최근에 '쌓고 쌓아도 결국 투영되는 것은 보는 사람의 심안이 마지막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셨어요. 작가님은 주로 빛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색채를 더해 빛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마지막 감상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네 맞아요. 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 요동치게 했을 때, 다시 말해 감상자와의 교류가 존재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작업을 할 때에도 단순히 시각적 효과에 집중하기보다는 마음 속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그런 노력 속에 나온 작품을 보고 대중이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 뿌듯한 마음이 들고, 실제로 작품을 통해 감상자와의 교류가 일어나고 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상당히 좋더라고요.
Q. 작가님께서 '색 같은 사람이 있고, 빛 같은 사람이 있다. 색 같은 사람들이 섞이면 검정색이 되고, 빛 같은 사람들이 섞이면 하얀색이 된다.'는 내용의 글을 쓰신 걸 봤어요.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빛이나 물감이나 사실 색 자체는 같잖아요. 사람도 그런 것 같아요. 색은 같아도 그 사람의 진짜 본질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인데, 저는 사람이 개인으로 존재할 때보다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개개인의 특성이 더 뚜렷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자신만의 본질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 과연 탁해지는 검은색으로 나오는지 아니면 하얀색으로-밝은 빛으로- 뿜어내는지에 따른 것이 빛과 물감의 관계같다고 느꼈어요. 또, 물감은 적절히 잘 활용하면 정말 좋은 색을 만들 수 있지만 계속해서 색을 섞다 보면 어느 순간 탁해지고 검어져서 고생하게 되거든요. 그런 부분도 사람과 많이 유사한 것 같아요. 사람들끼리 섞이는 과정은 재미있고 뭔가 다채로워지는 것 같은데, 이것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고 관계에 끌려 다니다 보면 어느새인가 탁해져 있고 힘들어진다는 점들이 닮았어요.
Q.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노력에 의해서 달라진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쓰신 걸 봤어요. 혹시 이런 부분을 강하게 느낀 계기나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일을 노력을 통해서 바꿔보신 경험이 있으신 건지 궁금해요.
A. 저는 교직이수를 하는 조건으로 뒤늦게 미대 입시를 시작했는데, 조소로 입시 시험을 봤거든요. 그런데 교직이수를 하려면 서양화를 해야 한다고 해서, 대학 입학 후에 붓을 잡아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서양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채도, 명도, 구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양화를 하려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죠. 당시에 담당 교수님이 너는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고, 여기 있으면 안되는 수준이니까 돌아가라고까지 하셨어요. 그래서 자퇴를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자퇴까지 생각하고 휴학을 했는데, 휴학을 하고 나니까 이상하게 그림이 그리고 싶은 거예요. 휴학 했을 때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관찰’이라는 걸 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딱 한학기 후에 복학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그림이 잘 그려지더라고요. 잘 안되던걸 극복해냈다는게 너무 좋았고, 생각한 것들을 그려내는것도 재밌었어요. 결국 졸업할 때는 상을 받았는데, 저한테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고 하셨던 교수님이 상을 주셔서 더 기억에 남아요. 이런 것들을 극복하는 것이 삶에서 재밌더라고요. 제가 종종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인데, 미술은 너무 마약 같아요. 하고 있으면 기분은 좋고 즐겁지만 열심히 하면 할수록 피폐해지는 느낌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좀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미술이 가장 삶과, 인간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은택 작가님의 작품을 <옐로칩스 마켓>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