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색은 지금까지의 발견으로 비추어 볼 때 기원전의 인류, 동굴에 몸을 숨기고 사냥을 통해 생존하던 우리의 오랜 조상으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긴 역사를 흘러 빨간색은 현재 더 다양해진 용도와 다양해진 형태로 발전을 이루며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인 색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빨간색이 가진 그런 힘은 혁명의 상징이 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가 되거나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빨간색의 역사와 발전은 지금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2009년 한 화학자가 새로운 파란색 색소인 인망 블루를 발견하게 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선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붉은 색소를 찾는 일도 가능할 거라 여겨지며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빨간색 색소의 발견을 기대하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빨간색의 역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강렬한 인상만큼 위험한 색이었던 빨간색 "진사(선홍색)"
고대 이집트 시대의 빨간색은 이집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색소의 성분 안에 황호 수은이 포함되어 상당히 강한 독성을 지녔습니다. 진사라고 불리는 광물로부터 추출해서 사용된 이 색소는 그 위험성과 달리 고대 로마 시대까지 계속해서 사랑받아왔습니다. 그 인기는 한때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 이 붉은색으로 빛나는 광물로 집안의 벽을 장식한 것이 유행할 정도였습니다. 진사 보다 더 오래되고 값싼 붉은색 색소인 황토가 있긴 했지만 붉은빛이 진사보다 옅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진사를 더 가치있게 여겼습니다. 진사는 당시 황토보다 15배나 비쌌고 당시 상당한 가공 기술을 필요로 했던 파란색 색소 이집션 블루와도 비슷한 가격에 거래될 정도였습니다.
최초의 합성 색소 "연단(연단색)"
연단은 밝고 생생한 빛을 내는 적색 안료로 중세 시대에 여러 장식과 그림에 사용되었던 색소입니다. 연단은 진사와 마찬가지로 "붉은 납"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었지만 백색 납 안료를 공기 중에 구워서 만들어내는 공법 때문에 최초의 합성 색소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합니다.
연단 특유의 밝은 빛은 선명한 색상들을 그대로 배열해 그림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의 사랑을 받은 색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연단이 밝은 조명에 노출되면 하얗게 색이 바래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고흐의 연단 사랑이 아이러니하게도 독이 되어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빛은 덜했지만 대중화에 성공했던 빨간색 "버밀리온"
버밀리온의 발견과 사용은 중세 아랍 연금술사들에 의해 서양으로 넘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은 그 수천 년 전부터 중국에서 사용되어온 색상입니다. 버밀리온은 보통 주황 빛깔의 붉은색으로 보이지만 햇빛에 노출되면 점점 검게 변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고흐가 사랑했던 연단만큼 밝은 빛을 내진 못했지만 다른 색들에 비해 안정성이 높았던 탓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습니다. 그 인기는 16세기 초부터 시작되어 베니스, 네덜란드, 독일에서 붐을 일으켰습니다. 덕분에 버밀리온은 유럽의 철물점, 약품점, 페인트 가게까지 다양한 곳에 진열되며 붉은색의 산업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벌레가 만들어낸 빨간색 "카민(연지색)"
카민의 원료인 연지벌레는 16세기의 신대륙에서 금과 은에 이어 세 번째로 값비싼 수출품목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은 멕시코 선인장에 붙어사는 연지벌레를 잡아서 말리고 으스러트리면 붉은 빛깔의 색소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지벌레로 추출한 색소는 '염료'였지만 이것이 곧 "카민"이라는 물감으로 변형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카민이 개발된 덕분에 15,16세기의 화가 렘브란트, 반 다이크, 루벤스 등의 화가들이 사용했던 팔레트에선 이 물감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민도 다른 붉은 색소들처럼 빛에 약했습니다. 18세기 초상화가 조슈야 레이놀즈의 작품은 이런 카민의 약점의 희생양이 된 작품들입니다. 그는 인물의 생기를 위해 카민을 섞어 사용했지만 카민 오히려 인물들을 창백한 유령이나 대리석 조각상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과학의 산물이었던 빨간색 "카드뮴 레드"
1817년은 독일의 한 화학자가 새로운 원소인 카드뮴을 발견한 해입니다. 카드뮴의 발견은 노랑과 오렌지 색조의 새로운 색조를 만드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카드뮴이 적색으로서 상용 상품이 된 것은 거의 100년이나 지난 1910년이 되어서입니다. 카드뮴의 새로운 발견 이후 빨간색 색소로의 활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화가들 기존까지 주로 사용하던 빨간색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적인 화가 앙리 마티스는 카드뮴 레드의 초기 주 사용자였지만 그의 카드뮴 레드 전파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앙리 마티스는 자신의 동료였던 르누아르에게 카드뮴 레드 튜브를 건네며 써보라고 권유했지만 이미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나이가 들었던 르누아르는 그가 건네는 튜브를 즉시 돌려주며 사용하던 물감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귀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림 볼 때 알면 좋은 예술잡학사전
일하고 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