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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의 6,000년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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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12:1011,070 읽음

파란색은 많은 예술가들과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색상입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이 파란색의 인기는 우리의 진화적인 발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냥과 채집 같은 활동이 인류의 생존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때에, 파란 하늘과 맑은 물의 파란색은 인류의 생존 가능성의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과 물은 정확히 파란색이라고 말할 순 없었을뿐더러, 물을 그대로 옮겨와 칠했을 때 파란색을 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하늘을 때다가 캔버스에 칠할 수 있는 물질도 아니었습니다.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의 색상들과 달리 파란색의 색소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소량씩 발견된 파란색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합니다. 파란색의 역사는 과학의 발명과 세계의 무역 등 인류의 풍부한 역사와 함께 해온 색입니다. 오늘은 그러한 파란색의 역사, 고대 이집트부터 사용된 파란색과 최근에 새롭게 발견된 색소까지. 그 파란색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집트에서 발명한 파란색, 이집션 블루

이집트의 파란색 발명은 기원전 2,200년 경, 대 피라미드가 세워졌을 무렵에 이루어졌습니다. 석회석과 모래, 구리 함유 광물들을 1470~1650 도 사이의 고열로 가열하면 불투명한 청색 유리가 됩니다. 이집트인들은 이 불투명한 청색 유리를 갈아 안료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집션 블루라고도 불리는 이 파란색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청색 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그만 실수라도 일어나면 청색이 아닌 녹색을 띠게 되어 파란색으로서 사용은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집션 블루는 로마 제국 전역에서 인기를 유지하며 사용되었지만, 이후 새로운 파란색이 발견되면서 이 복잡한 제작 방식의 파란색은 금방 잊혔습니다.

 

금보다 귀했던 파란색, 울트라마린

한때 "진정한 파란색"이라고 불렸던 울트라마린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산맥에서만 발견되었던 청금석으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이집트 상인들은 6,000년 전부터 청금석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청금석의 짙은 파란색에 매료되어 그것을 보석이나 머리장식 등으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사소페라토의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좌)와 얀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우)

그리고 청금석이 진정한 파란색으로서 안료가 되어 그림으로 제작된 건 6세기의 아프가니스탄 바미얀에 있는 프레스코화에서부터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700년 후 이 색소는 베네치아까지 수입되어 중세 유럽의 가장 인기 있는 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 세기 동안, 청금석의 가치는 금과도 같았고, 높은 가격 때문에 청금석 안료는 그림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예수의 매장>

일화에 따르면 미켈란젤로는 청금석 안료인 울트라마린을 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예수의 매장>이 미완성으로 남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높은 가격과 수요 때문에 1824년 프랑스에선 화학적 기술을 이용해 값싼 울트라마린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5천 프랑의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화학자와 독일의 한 교수가 몇 주 만에 새로운 울트라마린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상과 함께 보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덕문에 이 새로운 울트라마린의 이름은 "프랑스 울트라마린"이라 붙여졌습니다.

 

그나마 값싸게 구할 수 있었던 남색, 인디고

흔히 하늘의 그늘 색이라고도 여겨졌던 남색은 한해살이 식물이었던 쪽을 이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인디고는 17세기와 18세기 내내 인기 있는 수입품이었고, 이 인기의 비결은 값싼 가격과 다양한 활용도 덕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인디고 안료는 그림보다 옷과 카펫 같은 호화스러운 섬유 공예품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로우랜드 리케츠가 일본 염료 장인들의 직물을 이용해 설치한 작품

구하기 힘들어 값비쌌던 청금석과는 달리, 인디고는 인도에서부터 미국 남부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에서 풍부하게 재배되고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1880년엔 합성 인디고까지 개발되어 작물로부터 채취되었던 인디고가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입고 있는 청바지를 염색하는 색소가 바로 이 합성 인디고입니다. 그리고 최근엔 과학자들이 식물에서 남색을 만드는 것과 같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대장균 박테리아를 개발해내기도 했습니다 '바이오 인디고'라고도 불리는 이 친환경적인 색소는 앞으로 환경 파괴 문제를 야기했던 기존 합성 인디고 색소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빨간색과 빨간색을 섞어 만들어진 파란색(?), 프러시안블루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좌)와 피카소의 청색시대 자화상

1703년, 독일의 염료 제조자 요한 야콥 디즈바흐는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파란색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당시 코치닐 레드 색소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그는 그 빨간 색소에 빨간 색소를 더 섞으면 간단히 많은 양의 색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빨간색에 빨간색 색소를 섞었을 때, 놀랍게도 그 염료는 짙은 파란색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섞었던 붉은색 색소에는 동물의 피가 섞여있었는데 물감이 섞이는 과정에서 색소와 피 성분 안에 녹아있던 철 페로시안과 염이 산화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파란색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발견된 이 파란색은 이후 일본의 유명 화가 호쿠사이와, 청색 시대의 스페인 거장 피카소 등 많은 예술가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또 다른 우연이 만들어낸 친환경 파란색, 인망 블루

위에서 언급한 프러시안블루만이 우연히 발견된 파란색 색소는 아닙니다. 2009년, 화학자 수브라마니암과 우리건 주립대학에서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전자 기술 제조 산업에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대학원생은 그들의 표본 중 하나가 가열될 때 밝은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수브라마니암에게 알렸습니다. 수브라마니암은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온다."라고 말하며 이를 발견한 학생의 발견을 치하했습니다. 

인망 블루 안료를 들고 있는 스브라마니암

이트륨, 인듐, 망간 등의 화학적 구성으로 만들어진 이 파란색 색소는 "인망 블루"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2016년 6월 상업용 색소로 공식 출시했습니다. 내구성이 강하고 안전하며 생산하는 방법도 간단했기 때문에 향후 친환경 건축 재료로 사용될 전망이기도 합니다.


그림 볼 때 알면 좋은 예술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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