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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앵그르는 사진 기술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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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18:1014,069 읽음

데이비드 호크니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화가 중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이 책에선 호크니가 앵그르의 그림을 관찰하는 가운데 발견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호크니가 2001년 뉴욕대학에서 열리는 심포지엄까지 열며 그 논란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한 가지입니다. 15세기 전후의 유명 서양화가들은 그림을 스케치하고 그리는 데에 광학기술을 이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과거의 예술가들은 일명 '눈 굴리기'기술(모델이나 대상을 눈과 손으로 비례를 측정하여 스케치로 옮기는 기술)이라 불리는 방법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호크니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론 눈 굴리기 기술이 아닌 카메라 기술에 적용된 옵스큐라 방식의 도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앵그르의 스케치

처음 그가 이 주장의 근거로 삼은 것은 바로 앵그르의 스케치였습니다. 앵그르의 스케치는 놀랄 만큼 정확하지만 눈 굴리기 기술을 이용해 스케치를 했다기엔 스케치의 선들이 너무 빠른 속도감을 지녔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스케치를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옮겨나간 것에 어떠한 망설임이나 스케치를 지우고 다시 그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호크니는 앵그르는 일종의 '광학장치'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확신했습니다.

이어 호크니는 당시의 '광학장치'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몇 가지 재현해 사람들에게 공개했습니다. 호크니가 재현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어두운 밀실 공간을 만들고 벽에 빛이 들어올 조그만 틈을 만듭니다. 투과되어 들어온 빛이 벽에 반사되면서 뒤집힌 상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 밑에 종이를 대고 투과되어 들어온 이미지를 그대로 스케치로 옮겨냅니다. 좀 더 디테일한 명암과 묘사는 격자 프레임으로 되어있는 틀을 대고 옮겨 냅니다.

옵스큐라 방식을 재현하는 호크니

호크니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광학기술과 기구는 1420년대에 이미 개발되고 화가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반 아이크, 라파엘로 같은 미술사에 깊이 뿌리내려있는 화가들의 그림들도 모두 이러한 기술이 사용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프레임 창을 이용해 그림을 옮기는 모습

광학기구의 개발은 그림을 그리며 불편했던 많은 부분들을 개선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종이를 아낄 수 있고, 습작을 제작하거나 밑그림을 여러 장 그려가며 연습해야 할 일도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크니의 이러한 주장들은 미술사의 대가들의 권위를 훼손한다며 미술사가들 사이에서 비난받았습니다. 하지만 호크니는 광학적인 기술과 도구는 사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장치일 뿐 그림을 그리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라 반박합니다. 

미술사의 대가들의 목표는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는데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러한 목표의식에 발맞춰 '완벽한 재현'을 위해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면, 광학 기술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것을 '사기극'이라고 평가하기 보다 재현을 위한 성공적인 기술 개발의 산물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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