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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으로 붓을 손에 묶고 그림을 그렸던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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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18:0014,443 읽음

<레스토랑 푸르네즈에서의 점심 식사>

프랑스의 대표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 물감의 혼색을 피하고 순색을 그대로 이용해 사람의 시각에 의해서 색이 혼합돼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연구했던 그의 그림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마치 보들보들한 솜으로 두들겨 놓은 것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물 위로 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처럼 그림 속에 빛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게 특징입니다. 

<두 자매>(좌), <이레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우)

하지만 그의 그런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 뒤에는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나날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은 그의 열정이 숨어 있습니다. 

<물랭 드 라 갈래트의 무도회>

그가 처음 이런저런 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한창 전성기를 밟고 있던 마흔 전후의 이야기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오른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두 번이나 겪어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했고, 오십 대가 돼선 르누아르를 죽기 전까지 괴롭혔던 '류머티즘 관절염'까지 앓게 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매일 같이 손목과 어깨를 써야 했던 화가로선 너무나도 고통이 큰 질환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관절염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고,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 질환은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르누아르는 관절로 인한 고통으로 겨울이 오면 따뜻한 프랑스 남쪽 지방으로 휴양을 떠나곤 했습니다. 안 좋은 몸으로 계절마다 지역을 옮기는 것도 힘들어진 탓에, 그가 66세가 되는 1907년에는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지중해안의 카뉴쉬르메르로 이주하여 지내게 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증세가 악화되어가고 있는 르누아르

하지만 지중해의 따뜻한 날씨도 그의 병을 낫게 해주진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다리로 걸을 수도, 설 수도 없게 되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병이 악화되어 갔습니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는 염증으로 굵어지고 굽어져 갔습니다.

<하얀 모자를 쓴 자화상>(좌)와 붓을 손에 묶은 채 작업 중인 르누아르(우)

하지만 그는 매일 같이 그가 즐겨 쓰던 하얀 모자를 머리에 얹고 휠체어에 올라 아틀리에로 나왔고, 그의 모델 겸 가정부로 일했던 가브리엘이 그의 망가져버린 손가락 사이로 붓을 넣고 끈으로 매주면 그는 언제나처럼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붓을 잠시 놓게 했던 건 그의 아내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그 충격에 휩싸였을 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치 그림으로 자신을 치유라도 하듯이 금방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919년 그는 자신이 본 마지막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힘없이 붓을 휘휘 저어 그린 듯한 그의 마지막 풍경화는 그동안 그가 그렸던 그림들의 화려한 색채와 빛의 아른함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가 손에 붓을 묶으면서까지 그림을 그렸던 열정만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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