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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시세는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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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16:53689 읽음

(한국전쟁 당시 충정아파트 사진, © 국방부 블로그)

현재 서울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파트 중 한국전쟁 당시 사진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의 주요 배경이 되는 그린홈(좌)과 그 모티브가 된 충정아파트(우), ©넷플릭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바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충정아파트입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배경이 된 그린홈 아파트의 실제 모티브로 알려져 네티즌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충정아파트의 준공일은 지금으로부터 84년 전인 1937년 8월 29일입니다. 일부 문헌에는 1932년으로 기록돼 있기도 합니다. 네이버 부동산도 충정아파트의 준공일을 1932년 1월 2일로 기재하고 있죠.

수난의 역사를 품은 아파트

충정아파트는 일본인 건축가 도요타 다네오의 설계 하에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연면적 1,050평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당시 충정아파트는 그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 또는 우리말로 '풍전아파트'라고도 불렸습니다.

광복 직전에는 동아 기업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호텔로 운영되기도 했으며, 광복 직후 일본인들이 빠져나가자, 해외에서 귀국한 동포에 의해 무단 점유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이 양민들을 학살하는 인민재판소로 사용되기도 했죠. 서울 수복 이후에는 '트래머 호텔'이라고 불리며 UN군의 임시 숙소로 활용됐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충정아파트의 수난은 계속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병조의 사기극입니다. 아들 6형제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바쳤다는 이유로 이승만 대통령에게 공로훈장을 받은 김병조는 후에 박정희 대통령의 눈에 띄어 1962년 3월 1일 자로 이 건물의 권리권을 받게 됩니다.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호텔로 사용 중이던 미군 측에서 6형제를 잃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흔쾌히 양도에 동의하고 수리까지 해서 넘겨주었다고 해요.

(당시 김병조의 사기극이 드러났음을 알리는 신문기사)

김병조는 본래 4층이었던 건물을 5층으로 증축하고 이름도 '코리아관광호텔'로 바꿔 호텔 영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김병조의 안타까운 사연은 얼마 안 가 거짓으로 밝혀집니다. 결국 1962년 8월 16일 그가 구속됨과 동시에 정부는 김병조에게 임대했던 건물의 계약을 취소합니다.

이후 건물은 병원으로 운영될 뻔하기도 하는 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75년 서울은행의 소유가 됩니다. 이후 다시 아파트로 용도변경을 하여 용도에 맞게 아파트로 리모델링하였습니다.

1979년에는 충정로 왕복 8차선 확장 공사로 아파트의 3분의 1일이 잘려 나갔습니다. 당시 입주해 있던 52가구 중 19가구가 헐렸는데요. 잘려 나간 부분에 살던 주민 중 3가구가 중앙계단 자리에 집을 증축하는 등 공용공간을 점유하자 복도와 계단을 다시 만들면서 현재의 독특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국내 최고령 충정아파트, 보존한다.

이후 2008년. 마침내 충정아파트는 도시환경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 대상지가 됐습니다. 그러나 원래 주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세대와, 1979년 이후 공용공간을 무단 점유하며 살던 세대, 그리고 불법으로 증축된 5층에 살고 있던 세대 간의 갈등과 보상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결국 재개발 계획은 흐지부지되고 말죠.

현재 서울시는 충정아파트의 중요 역사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보존하는 방향으로 정비 계획을 변경했는데요.

서울시 도시활성화정책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충정아파트 외관은 그동안 불법 증축된 구조물 등을 덜어내는 정도로 최대한 보존하고, 내부 공간은 주택사(史) 박물관 등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충정아파트의 시세는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충정아파트의 시세는 얼마일까요?

(자료 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충정아파트는 지난해 2월 전용면적 69m2가 5억 9,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는 평당 2,821만 원 수준인데요. 바로 직전 거래였던 2018년 4월 전용면적 86m2가 3억 2,980만 원(평당 1,265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평당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죠.

지어진 지 약 90년에 가까운 아파트가 왜 이토록 높은 시세에 거래되고 있을까요? 충정아파트의 리모델링이 추진되어 근방 주상복합 아파트로 주민 이주가 진행될 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높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실거주하는 거주민들 중 대다수가 세입자인데다, 건물의 심한 노후화로 인해 곰팡이와 악취는 물론이고, 하수관이 막혀 지하실이 하수로 가득 차거나, 외벽의 시멘트가 떨어져 철근이 노출되어 있는 등 불안감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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