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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기엔 너무 아름다운 '피터 도이그'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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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4. 18:104,046 읽음

피터 도이그

꿈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보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피터 도이그'라는 화가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올해 60세가 되는 피터 도이그는 마치 외길을 걷는 장인처럼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들로 무장한 현대미술계에서 우직하게 '회화'만을 고집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가 어떻게 이렇게 눈부신 풍경을 그리는 순박한 화가가 된 건지 그 궁금함을 풀어보기 위해 그의 삶을 따라 걸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삶을 돌이켜보면 특별한 거 없이 평범한 것들 투성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중심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무역회사를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 잦은 이사를 다녔고 다른 화가들처럼 예술 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하며 자랐습니다. 그나마 그의 삶에서 특별한 것이라 할 수 있던 것은 그가 자주 이사를 다녔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잦은 이사로 인해 창밖 풍경을 관찰하는 그의 '눈'은 특별했습니다. 그는 주변에 보이는 자연의 산물을 소홀히 보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의 눈은 직접 본 풍경이던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빌려 본 풍경이던지 말입니다.  

<하얀 카누>

그의 특별한 눈 덕분에 탄생한 <카누> 연작은 그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반열에 오르도록 해주었습니다. <카누> 연작 중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낙찰되었던 <하얀 카누>는 우리에게 눈이 멀 것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하얀 카누>에서는 카누의 뒤로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모를 정도로 경계가 허물어진 반짝이는 풍경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의 시선이 어떤 풍경으로부터 멈춰 서서 이런 그림을 그려냈던 것인지를 듣는다면 사실 놀랍기도 합니다.

피터 도이그의 <카누> 연작
1980년 상영된 <13일의 금요일> 영화 포스터

피터 도이그는 <카누> 연작이 우리에게 상징적인 공포영화인 <13일의 금요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13일의 금요일>을 본 사람이라면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들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영화 <13일의 금요일> 중

하지만 피터 도이그의 시선은 잔인한 살인 현장들이 아닌 주인공들이 머물렀던 호수에 멈춰 섰습니다. 그처럼 영화 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일들과, 이미 일어나버린 잔인한 사건들을 뒤로한 채 호숫가의 풍경만을 바라보면 그저 고요하게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풍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의 영화 속 호수에서 멈춰있던 그의 시선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7점의 대형 작품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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