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그 생애를 추측해 볼 만한 단서로 사용될 수 있는 일기나 편지 등의 기록 심지어 제대로 된 초상화마저 전무한 화가입니다. 때문에 그의 출생부터, 삶은 어땠고 성향은 어떠했는지 등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기록은 그의 작품과 커미션을 받고 진행한 그림들의 회계 기록이 남아있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의 작품이라 여겨지는 많은 작품들 중 실제로 히에로니무스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그림은 7점 밖에 남아있지 않고, 서명은 되어있지 않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적외선 촬영과 물감층 분석으로 그의 작품으로 판명된 것을 포함해 그의 작품으로 남아있는 것은 20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다해봐야 20점도 남아있지 않은 화가의 그림에 사람들이 이토록 관심을 갖고, 그의 역사를 추적하는 이유는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종교적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표현할 때 화가 본인의 상상 속 세계에서 나왔을 기괴하면서도 섬세한 표현들 때문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쾌락의 정원>을 보겠습니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 그림은 히에로니무스가 그런 삼면 종교화 중 하나입니다. 왼쪽에는 에덴동산의 '낙원' 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곳엔 평화로운 자연과 아담과 이브, 그리고 이브의 손목에서 생명의 온기를 확인하고 있는듯한 그리스도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중앙에는 작품의 제목에 쓰인 '정원'에 해당되는 부분이 그려져 있습니다. 정원에는 동물과 식물, 옷은 입고 있지 않은 남성과 여성으로 가득합니다. 부끄러움도 없이 맨몸으로 정원을 거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정원에 있는 여러 동, 식물들과 어우러져 끝없는 풍족함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는 인간이 악에 빠지고 쾌락에 굴복하면 어떤 시련을 겪게 되는지에 대한 '지옥'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쾌락에 빠졌던 인간들은 지옥의 '괴물'에게 형을 집행 받고 오물통에 빠지거나, 꼬챙이에 신체 일부를 꿰뚫리는 등 죽음으로 도달한 세상에서 다시금 영원한 고통의 심판을 받기도 합니다.
히에로니무스의 이 그림에서 나타나는 여러 기괴한 표현들 때문에 그가 미래를 봤다거나, 외계인과 만난 적이 있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합니다. 오른쪽 그림에 나타나는 기괴한 생명체 중 사람을 집어삼키고 배설하는 '심판관'의 의자를 보면, 수세식 변기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있고, 유리관을 머리에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우주를 탐험했던 '우주인' 혹은 '외계인'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게다가 왼쪽과 가운데 그림에서 보이는 건축물들은 로켓이나 우주선의 모습을 본 사람이 그린 것 만 같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뒤로한 채 그의 그림을 바라보면 수많은 군중의 섬세한 표현과 종교적 메시지를 철저하게 눌러 담은 그의 천재적인 그림만 보일 뿐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일하고 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