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떠나볼까, 〈여행자의 동네서점〉으로 지난 해 9월 초판 발간 후 1년이 지났습니다.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6곳의 새 스팟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금, 도시 속 동네서점으로 착한 여행을 떠나볼까요?
- 여행자의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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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퍼니플랜
발매 2017.11.11.
기찻길 동네의 변화, 연희·연남동의 동네서점
홍대입구역에서 동교동 방면으로 향하는 곳이 제2의 홍대라고 불리는 연남동이다. 북적대고 화려한 홍대와 달리 연남동은 주택가로 골목길의 정취가 남아 있는 동네다. 골목길 곳곳에 옛것과 새것이 함께 느껴지는 개성 넘치는 상점이 많다. 중국 화교들이 많이 살고 있어 리틀 차이나타운이라고도 불렸던 연남동은 향미, 하하 등 열댓 개의 중국집이 맛집으로 떠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대로변부터 다니기조차 힘든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다. 규모는 작지만 그들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소규모 카페, 책방, 식당, 작가의 작업실 등이 현재의 독특한 동네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요즘 부쩍 젊은이들이 많아진 연남동과 연희동이 두 번째 여행지다.
① 헬로인디북스 → ② 사슴책방 → ③ 책바 → ④ 유어마인드 → ⑤ 책방연희
사슴책방 Deer Bookshop
<헬로 인디북스>의 새로운 짝꿍, 사슴책방
<헬로 인디북스> 바로 옆엔 짝꿍처럼 그림책서점 <사슴책방>이 있다. <책방 피노키오>가 떠난 자리에 2016년 10월 가을 문을 열었다.
<사슴책방>은 귀엽고 우아한 사슴을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책을 만들고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함께 운영한다. 15년 넘게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이 좋은 책을 만들고 소개하기 위해 뭉쳤다.
연남동 골목으로 훤하게 뚫린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내부가 보인다. 책방은 작은 전시장 같다. 얼굴을 드러낸 채 놓인 그림책들은 그 자체로 한 장의 그림이 되어 손짓했다. 나무 선반으로 정갈하게 만든 서가는 그림책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책방 피노키오> 사장님이 두고 가신 나무와 <헬로 인디북스> 주인장이 공수해준 나무로 서가를 만들었어요.”
그림책 중심 서점이지만 다루는 책을 그림책만으로 한정하긴 어렵다. 그래픽 노블과 디자인북, 아트북, 드로잉북 그리고 사진집 등 시각 중심 책들도 많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책도 많다. 일본, 프랑스, 인디아, 스위스, 영국, 벨기에, 스페인 등 다양한 국적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일본 서적의 경우, 일본에 가서 직접 골라 오기도 해요.”
손바닥보다 작은 책부터 도화지 크기의 다소 큰 책, 화려한 색으로 그려진 책과 덤덤하게 군더더기 없이 그려낸 소박한 책까지 국적만큼이나 크기도 형태도 색채도 다양했다. 책마다 가격과 국적이 적혀있어 나라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모두 ‘감정을 빚어내고 시선을 은유하는 느린 호흡으로의 산책’ 주인장이 고심해 고른 책들이다.
책, 전시, 교육 그리고 작가
책방 벽면 서가 사이 중앙에 놓인 큰 테이블은 전시와 교육을 위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평소엔 책과 출간물을 전시하는 진열대로, 수업과 모임이 있는 날은 수업 테이블로 사용된다. <사슴책방>은 그림책을 직접 만드는 그림책 더미북 수업과 이야기 위주의 그림 실습인 드로잉 워크숍 등 그림책 수업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책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전시와 작가 홍보, 교육을 위한 공간이기도 해요.”
<사슴책방>은 전시와 교육을 통해 그림책 작가 연대를 꿈꾼다. 작가 연대를 꿈꾸며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고, 좋아하는 작가에게 직접 의뢰하여 기획전시를 열고, 작가를 초청하여 독자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작가 지원을 한다.
「나의 작은 집」 김선진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버섯소녀」가 <사슴책방>의 지원을 받아 한창 제작 중이다. 작은 책방이 새로운 창작물을 위해 지원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 가치를 알고 지원 프로그램에 힘 쏟는 두 주인장에게 창작자로서, 독자로서 감사하다.
녹색의 빛, 자연의 빛, 책의 빛
이 책방엔 고양이 두 마리 ‘모네’와 ‘디디’가 함께 한다. 한 마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주인장의 고양이이고, 다른 한 마리는 디자이너 주인장의 고양이다. 유난히 이곳 고양이는 너무 느긋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카메라 소리에 눈만 끔뻑 떴다가 감을 뿐이다.
손님이 아무리 주변을 왔다 갔다 해도 창가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느라 꼼짝하지 않는 고양이들이다. 골목으로 크게 난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짙게 느껴진다. 짙은 녹색 빛을 책방 색으로 규정한 주인장은 자연의 빛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따뜻한 교감과 소통으로 작지만 단단한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연남동 골목 구석의 <사슴책방>이 좋은 책과 문화를 만드는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 여행자의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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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퍼니플랜
발매 2017.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