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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소리는 울림이 되어_소리꾼 고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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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11:4891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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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울림이 되어

라비던스의 멤버이자 소리꾼 고영열로부터 이제 곧 나올 싱글 정규앨범 ‘초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발라드, 팝, 재즈, 월드뮤직, 그리고 판소리… ‘고영열 장르’라는 말은 이유없이 생겨난 게 아니었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김지연 place rctn332&coffe332


추석 연휴 바로 전날, 올해 들어 이렇게 긴 휴가가 처음이라 설렌다는 고영열은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일정을 소화해냈다. 아무 계획 없이 그저 집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그는 그동안 라비던스 콘서트와 앨범 작업, 개인 콘서트와 앨범 작업, 온라인 콘서트, 방송, 행사, 협업, 여기에 틈틈이 곡을 만드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3년 만에 나온 앨범에는 고영열의 자작곡이 반 이상 들어있다. 10월 발매에 앞서 ‘그대의 날개가 되어’, ‘옐로우 라이트’, ‘흘러간다’ 세 곡을 선공개했는데, 각기 개성은 다르지만 고영열만의 보이스가 마음을 울린다. 사진 찍을 때는 화사해야 한다며 의상까지 직접 준비한 고영열은 한결같이 씩씩하고 어떤 질문에도 호탕하게 웃었기에 ‘한’보다는 오히려 ‘흥’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았다.

라비던스 멤버와는 요즘에도 자주 만나나요.
‘프리즘’ 앨범 홍보활동까지는 늘 붙어다녔는데 갑자기 개인 일정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개인 일정할 때 나머지 멤버가 우루루 몰려가서 만나니까 그 또한 재밌더라고요. 건하(황건하 분)의 데뷔 뮤지컬 <금악>을 축하하기 위해 첫공을 보러 갔고(건하가 뮤지컬 연습할 때 제가 막 따라다니면서 왕처럼 “어디 있느냐” “많이 아프냐” 놀렸거든요. 하하), 이번 주에는 존노 형의 리사이틀을 보러 가요. 매번 작업실에서 비트박스하고 춤추는 것만 보다가 ‘리얼 클래식’을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신기해요. 바울이 형도 개인앨범 준비에 한창이고요. 라비던스는 넷의 성격이 다 다르고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도 다른데 한번도 다툼 없이 여기 까지 왔어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비슷한 부분이 없어서 서로를 더 존중하는 것 같아요.

오는 10월에 발매될 싱글 정규앨범은 언제부터 준비하신 건가요.
2018년 1월에 정규앨범을 냈으니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게도 뭔 가 계기가 필요했는데 재작년부터 ‘월간 고영열’처럼 피아노 한 대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 매달 20~30분 정도 초대해서 미니콘서트를 열었어요. 코로나19로 온라인 콘서트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제가 만든 곡을 소소하게 선보였죠. 혹시 마감이 영감이라는 말 아세요?(웃음) 매 무대에서 새로운 곡을 발표해야 하니 데드라인을 앞두고 10분 만에 만든 곡도 있어요. 공연이 너무 재미있고 공연을 할 때마다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게 좋았는데 그 곡을 하나하나 쌓아두고 있었어요.

이번 앨범을 위해 그때 작업했던 곡과 새로운 곡을 합했습니다. 이번 앨범에 속한 11곡의 장르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알고 있어요. 전통음악은 물론 발라드, 재즈, 월드뮤직까지… 그걸 혼자 어떻게 다 하시나요.
혼자 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훌륭하신 마스터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팬텀싱어 3>와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도 그랬지만, 예전부터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는 시도를 종종 했었거든요. 그리고 매달 다른 장르로 온라인콘서트를 진행했어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죠.

전통음악을 배우고 선보이는 동안에도 이러한 시도를 해야겠다고 내내 생각하신 건가요, 아니면 꾸준히 작업하다보니 더 흥미를 느끼신 건가요.
둘 다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의 전통음악을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친숙하게 들려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살았으니까요. 전통음악을 지금까지 16~17년 하고 있는데 사실 제게도 우리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그걸 스스로 깨부수고 싶었어요.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조금씩 하다보니 틀이 조금씩 깨지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점점 깨지다 보니 더 재밌어지고요.

스스로 지녔던 우리 음악에 대한 고정 관념은 무엇이었는데요?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새로운 작업을 하면 ‘이게 될까’라고 여겼던 것들이 ‘이게 된다고?’로 마구 변하는 거예요. 단순히 우리 음악의 지루함을 떠나 음악적 스케일이 커지고, 다루고자 하는 감정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매번 새로움을 느꼈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도 시시때때로 느꼈습니다.

처음 우리 음악을 배우고 싶었던 계기 혹은 우리 음악의 매력은 어떻게 다가왔나요.
어릴 때 수영선수가 꿈이었어요. 수영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어머니가 마침 판소리를 하고 계셨거든요. 폐활량을 늘리려면 판소리를 배우는 것도 좋다고 해서 따라갔죠. 오히려 수영을 한 덕분에 호흡이 탄탄하다며 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판소리를 시작했을 때 는 재미있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는 것 같았다면, 중학 교 때는 심오한 판소리의 세계를 경험했다고 할까요? 판소리가 주는 감정적인 선이 대중가요보다 엄청 고차원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파헤쳐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당시 판소리 선생님들께도 ‘컬래버레이션’의 개념이 있으셨을까요.
김덕수 선생님, 안숙선 선생님께서 컬래버 작업을 활발히 하셨을 때가 있었고요. 제가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알고 그런 작업을 꿈꿨던 때는 고등학생이었어요.

처음 무언가에 도전해서 대중에게 사랑받기까지는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잖아요. 고영열의 음악도 그랬을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전통음악 공부를 열심히 하고, 졸업하자마자 피아노를 치면서 크로스오버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때 영상 하나를 딱 올렸는데 전통음악계 시장의 반응이 완전 싸한 거예요. 선생님들, 친구들 할 것 없이, 잘 하는 거 하지 왜 이런 걸 하냐고요. 나름 큰 결정을 하고 선보였던 음악의 반응이 너 무 좋지 않아서 전통음악으로 공연하던 커뮤니케이션이 다 끊기면서 갑자기 백수가 됐어요. 혼자 골방에서 작업하고 아무도 응원 해주지 않던 시기를 거쳤죠. 그러다가 피아노치면서 ‘사랑가’를 부르게 되고 ‘두번째달’과 컬래버하면서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사랑가’와 지금의 ‘사랑가’는 같은 곡일 텐데 지금에서야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국악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마음이 바뀐 걸까요.
국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저도 바뀐 것 같아요. 전통 음악을 한창 공부했던 때는 ‘사랑가’는 판소리기 때문에 반드시 이 멜로디가 들어가야 한다는 고집 같은 게 저에게도 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 개방적으로 변했어요.

클래식한 성악 아니면 안된다는 시선이 성악계에 존재하듯이 국악계에도 전통 판소리 아니면 안된다는 시선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죠. 예전에는 더 많았어요. 제가 욕을 정말 많이 먹었거든요.(웃음) 국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애쓰는 젊은 국악인들은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할 거예요. 다행히 예전보다는 잘 보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시고, 응원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음악적 장르는 무엇인가요.
제일 어려운 장르는 재즈인 것 같습니다. 대개 국악과 재즈가 잘 어울린다고 말씀하시는데 막상 시도하면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많아요. 제가 참 좋아하는 장르고 국악과 비슷한 느낌도 있어서 이번 앨범에서 시도했거든요. 재즈 피아니스트 선생님께서 3곡을 편곡해주셨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물론 완성된 곡까지 너무 좋아요. 다만 대중분들이 이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정규앨범 발매 전에 세 곡, ‘흘러간다’ ‘옐로우 라이트’ ‘그대의 날개가 되어’ 가 선공개됩니다. 이 중에 ‘고영열의 픽’은 무엇인가요.
음… ‘옐로우 라이트’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선생님께서 참여하신 곡 가운데 하나예요. 운전을 하다 가 노란불이 켜지면 갈까 말까 잠깐 고민을 하잖아요. 액셀을 밟았을 때와 밟지 않았을 때의 함께 달리는 주위 차량이 달라지는 게 인생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이 ‘신호등’ 이었는데 가수 이무진 님의 ‘신호등’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분의 노래 제목을 해치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옐로우 라이트’가 되었습니다.

노래를 만드실 때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나요, 아니면 일상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멜로디나 감정을 메모하고 기억하는 편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많이 가져오는 소스는 어릴 때부터 써오던 일기에 있어요. 예전에는 길게 썼다가 지금은 의미를 담 아서 짧고 함축적이게 쓰거든요.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오늘은 꽃처럼 아름다운 하루였음’ 이런 식으로요. 일기를 나름의 시처럼 쓰는 게 습관이 되어 노래를 만들 때 일기를 들여다보며 제가 쓴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은 무엇인가요.
7번 트랙 ‘그대의 날개가 되어’와 8번 트랙 ‘천명’입니다. 팝발라드 장르의 ‘그대의 날개가 되어’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쓴 곡인데 여자친구가 없어서 누구를 떠올릴까 하다가 제 팬분들을 생각하며 썼어요. 제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곡이 잘 나와서 좋고요, ‘천명’은 제 정체성을 가져가는 노래입니다. 사극 OST 같은 느낌이죠. 지난 2020년 3월 ‘이룰 수 없는’이란 노래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가장 특별한 곡이 수록되어 있잖아요. 팬들과 함께 만들어낸 ‘아리랑 챌린지’요.
사고를 친거죠. 하하하. 어느 날 대기실에서 선우정아님의 ‘버팔 로’라는 곡을 듣고 있었어요. 이 곡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은 선 우정아님이 피처링해주실 분을 ‘소띠를 찾습니다’라고 공개로 모집했고 다양한 분들의 음성을 하나로 모아 레코딩을 했거든요. 거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도 ‘아리랑 챌린지’를 해보자 도전한 거예요. 작곡가 선생님께 미리 반주와 악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한 달 동안 음원과 영상을 보내달라고 공개 제안했죠. 아, 근데 정말이지 그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실 지 몰랐어요. 남녀노소 아리랑을 즐기는 영상에 제가 오히려 감동받았어요. 자녀와 함께, 부모님과 함께, 혹은 가족이 모여서, 직장 동료들이 모여서, 선생님과 반 학생들이 다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거죠. 3백 개의 음원을 올려놓고 하나의 곡으로 완성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앨범 타이틀이 왜 ‘초월’인가요.
초월하고 싶어서요. 예전부터 국악은 저 높은 산처럼 크다고 여겼는데, 도전할 때마다 그 이상과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걸 느끼거든요. 그래서 자꾸 도전하게 되고 저 역시 제가 지닌 것 이상으로 발휘하고 싶어져요. 영혼을 담아서요.

모든 음악하는 이들이 그렇겠지만 국악하는 분은 책임감이나 사 명감이 정말 남달라요.
수많은 국악인들의 숙제죠. 지금이야 흐름에 따라 대중이 조금 관심을 가져주는 것뿐이잖아요. 국악은 어르신들이 즐겨 듣던 음악이고, 젊은 국악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넘어 명맥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거든요. 국 악은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국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또 아름다운 장르를 오래오래 지키자는 사람이 모여 있어요. 단순히 국악이 좋아해서 시작하는 것 이상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많은 스승님들이 지켜주셨기에 이 끈을 놓으면 안 되니까요. 우리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 음악계가 보수적인 것도 제가 속단할 수 없는 대답이긴 한데, 지키려고 하는 음악이 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에 요. 이 음악을 배워서 네 것을 만들어봐가 아니라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배울 때가 많으니까요. 사실 우리 음악에는 지켜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아요. 괜히 새로운 음악에 도전했다가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럼에도 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 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해요. 배우고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도록 알렸으면 좋겠어요.

음악인으로서 고영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한국음악을 많은 이들이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요, 제가 가요를 부르고 다양한 장르를 하더라고 저는 영원히 ‘소리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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