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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엄마일까... 생각이 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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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2. 07:028,415 읽음

글 하나를 읽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고된 하루 속에
쉼표 같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당신 삶에 후회로 남는 날은 없으리.

어느 좋은 날은
행복을 안겨줄 것이고,
어느 나쁜 날은
좋은 경험이 되리라.
더 나쁜 날은
교훈을 남길 것이고,
어느 최고의 날은
추억으로 남으리라.

좋은 날은 좋아서,
나쁜 날은 나쁜 대로,
더 나쁜 날도 그런대로,
최고의 날은 최고라서,
하루하루가 의미 있다는 내용이
아이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에게 많이 와닿았습니다.

내가 좋은 엄마일까?..

그러게요.
도대체 "좋은 엄마"가 무엇이기에.
우린 이 질문에 마음도 어깨도 무거운 것일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직접 상담을 하는 상담사는 아니고
상담소를 알리는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직장 동료들은 거의 다 상담사입니다.

누군 그러더라고요,
전생에 얼마나 좋은 일을 했길래,
직장 동료들이 다 상담사냐고...

그러게요.
덕분에 전 매일 상담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가의 코멘트를 듣습니다.

부엌에서, 복도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잠깐의 짬이라도 생기면
상담 선생님들을 붙들고
질문을 늘어놓는답니다.

질문의 상당수는
저희 아이 이야기,
그리고
제 포스팅을 보시고 적어주신
댓글들에 관한 것입니다.

댓글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그렇게, 이럴 땐 어떻게 하지?
그러게, 이런 분은 어떻게 도와드리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은 질문들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저희 상담소에서 개최한 엄마들을 위한 세미나에서..
댓글에는
"제가 좋은 엄마인지 자신이 없었는데.."
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과연 나는 좋은 엄마일까..."

그래서 제가 오늘은
이 '좋은 엄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이유식을 할 때마다
떨어지는 자신감...

'좋은 엄마'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글이
이유식 관련 포스팅입니다.

제가 미국에 사는 까닭에
한식, 미국식 섞어서 제 맘대로
엉터리 이유식을 했다는 글에,
그런데 제 미국 친구들은 더 엉망이라는,
그래도 저는 꽤 잘하고 있었다는.
그 글을 보시면서
위로와 안심이 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아시겠지만
미국 사람들 음식 진짜 엉망입니다.
비만을 사회문제로 다룰 정도로
음식 엉망으로 대충 먹는 경우 많습니다.
한국 엄마 입장에서 보면
미국 엄마들, 이유식 정말 대충 합니다.
시판 이유식도 아무렇지 않게 먹이고요.

그에 비하면 한식은 진짜 건강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건강한 이유식을
매 끼니 따뜻하게 만들어내느라
엄마들이 너무 힘들다는 거죠.
잘 먹어준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공들여 만든 이유식을 한입 먹고는
냉큼 뱉어버리면
먹지도 않고 고개 획 돌려버리면
'어쩌라고!!' 소리치고 싶은 거죠.

요즘은 아침에 어른들도
토스트랑 시리얼 간단하게 먹는 것처럼
이유식도 한 끼 정도는 서양 이유식으로
편하게 만들어 먹여보자는 것이
저의 엉망 이유식의 골자인데...
덕분에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포스팅 링크는 젤 아래 있습니다)

여하튼,
한국 엄마들은 이유식을 잘 먹이냐 못 먹이냐로
좋은 엄마냐 아니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에 이유식 잘하는 엄마들이
너~~무 많아서 이겠지요.

독성이 있는 부모가
있다고?

영어 표현 중에
Toxic Parents라는 말이 있습니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독성을 가진 부모..라는 뜻입니다.

제가 이 주제로 포스팅을 한번 하려고 하는데
간단히만 말씀드리면
건강한 자녀 양육(Healthy Parenting)을
망가트리는 독성(Toxic)을 가진
부모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삼담소 세미나 참석자 작품입니다.
그럼 과연 이 독성을 가진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요?

큰 특징으로 10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아이의 자율성을 방해하는 부모,
자신의 뜻대로 아이를 조종하려는 부모가
속합니다.

이를 간단히 이유식에 적용해 보면...
아이에게 스스로 밥을 먹을
능력을 가르쳐 주지 않는 부모,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부모를 말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유식 메뉴가 뭐였냐
국물을 소고기를 넣고 우려냈냐
그 소고기가 유기농이냐
체에 걸렀냐 안 걸렀냐
정성이 들어갔냐 안 들어 갔냐
이런 게 아니라
아이에게 얼마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가, 그 능력을 키워줬는 가로
좋은 엄마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이죠.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엄마..

결국 인생은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한 아이가 18세 성인이 됐을 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가.
이를 가르치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다하지 않는 부모가
아이의 건강한 삶을 망치는
독성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앗, 여기까지 읽으시고
이제 난 미국식 좋은 엄마가 될 테니
소고기죽 혼자 떠먹어라.. 하시면
살짝 곤란합니다.

한식으로는 스스로 밥 먹게 하기 힘듭니다.
액체인 국이라는 메뉴가 있다 보니
핑거푸드를 혼자 손에 쥐고 먹는
미국 아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다르게 말하면 
8개월 이상이면 핑거푸드로
혼자 먹는 서양식 이유식 적용이 가능합니다.

요즘 아기주도이유식(BLW)이
한국에서도 인기인 듯하던데
본래 영국에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미국 엄마들은 셀프 피딩(Self-Feeding)이라는
대체 이유식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핑거푸드는 셀프 피딩 방법 중 하나이고요.
제가 시간 내서 이 부분도 포스팅 따로 한번 하겠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요,
그래서 결론은...
옆집 아이 이유식 메뉴나
옆집 엄마 이유식 만드는 방법 보시고..
난 나쁜 엄마야.
이유식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주다니..
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좋은 엄마, 나쁜 엄마를 바라보는
기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세계는 넓고, 기준은 다릅니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는..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간단하게 이유식만 봐도요.

내 마음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제 미국인 친구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는 어떤 날은 나쁜 엄마고
또 다른 어떤 날은 좋은 엄마랍니다. 
그러다가도 또 나쁜 엄마가 되는데
괜찮다네요. 또 다른 날은 좋은 엄마니까요.
어떻게 사람이 항상,
좋기만 할 수가
또한 나쁘기만 할 수 있냐고요.
그렇게 한가지 모습이 아닌데,
매일 좋은 엄마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쁜 엄마가 된 날 힘이 든 거라고.
그냥 나쁜 엄마인 날은
그래 오늘은 나 나쁜 엄마.
그래도 내일은 조금 덜 나쁜 엄마.
그래도 어제는 좋은 엄마였지.. 하라고.

전 이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마음속에 살랑~ 봄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전 가끔
내가 좋은 엄마인가 하고 생각이 들 때면
생각합니다.

"글쎄. 오늘은 나쁜 엄마였을 수도 있겠다.
오.늘.은.
그래도 어제,
어제가 아니라면 그 언제는 
좋은 엄마였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내일은 좋은 엄마, 
꼭 좋은 엄마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엄마는 될 수 있으니까, 
당장 안되더라도, 노력은 하니까. 괜찮아.
좋은 엄마가 아니면 또 어때.
난 엄마인데.
이런 생각도 엄마라 드는 건데."

좋은 엄마일까..라는
질문에 관하여.

저희 상담소 선생님들이 그러십니다.
내가 좋은 엄마일까... 생각이 들면
냉큼 속으로 답하라 하십니다.
"응, 나는 좋은 엄마야.
이런 생각이 드니까..." 하고.

나쁜 엄마는 그 생각 자체가 안 든다고 하네요. 

좋은 엄마, 나쁜 엄마를
무 자르듯 싹둑, 어떻게 자르겠습니까.

어느 날은 좋은 엄마
또 다른 어느 날은 조금 덜 좋은 엄마
또 다른 어느 날은 조금 더 좋은 엄마..
그렇게 하루하루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은 엄마일까... 생각이 든다면
그냥 냉큼 대답해 버리세요.

"응 난 좋은 엄마.
조금 덜 좋기도
조금 더 좋기도 한
그런 좋은 엄마.." 라구요.

말이 가진 힘은 무한해서
말하는 순간 진짜가 되어버린답니다.

그래도
나쁜 엄마도 있다

단,
아이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것,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
(취학 연령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는 것,
정서적 필요를 채워주지 않는 것은
아동 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상담소 선생님들은 
제가 "선생님, 전 나쁜 엄마인가 봐요"하고
좌절하면
다음과 같이 질문하신답니다. 

"아이 밥 안 주세요?
아이 잘 곳 없어요?
아이 옷 없어요?
아이 위험에 처하게 내버려 두세요?
아이 아프면 병원 안 데려가세요?
아이가 필요로 하는 관심과 사랑을 안 주나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 잘하고 계십니다"라구요.
전문가 코멘트에요. 믿으셔도 됩니다. *^^*

제 친구가 그린.. 과거 현재 미래의 나...

자 그럼 이제 스스로에게
우리 한번 물어볼까요?

나는 좋은 엄마일까?..라고.

이쯤 되면..
우리 꽤 괜찮은 엄마 같지 않나요?

오늘은..
그리고 이제는.. 우리,
자신감을 가져도 될 듯합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더 자세하게 쓰고 싶은 글들이
속속 생각이 나네요.

제가 1년 정도 해오던 프로젝트가
얼마 전에 끝이 났어요.
다시 열심히 포스팅도 해볼게요.

오래전 써 뒀던 글에
어느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잘하고 있는지... 생각했었다고요.
그런 솔직한 고백이 저에겐
위로가 됐어요.
이게.. 다들 하는 고민이구나.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구나.. 하는
그런 따뜻함이요.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게 됐네요.

여기는 이렇게 벌써 꽃이 피네요. @Los Angeles
제가 다른 나라에 살고 있어서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어서
조금은 다른 시각의 글들이
때론 정보가 때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닌 데도
제 글 여전히 읽어주시는
'포켓몬'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압니다.
여전히 지켜주시는 의리에
감사드리고 있어요. ^^

2018년에는 더욱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글로, 사진으로, 수다로요~~ *^^*
내일은 새로운 맘으로! @Los Angeles

*세상에서 가장 쉬운 아보카도 이유식


*한식+미국식=혼합 이유식, 그리고 5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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