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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상옵션이 2억원? 분양가상한제의 역습인가 대세 흐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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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4. 08:403,208 읽음

고급화 VS 집값 관리, 엇갈리는 시장과 정부

올해 초 본격 입주를 시작한 나인원 한남한남더힐을 잇는, 국내 최고 아파트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48억원 달하는 보증금으로 납부하고도 임차인으로 이 아파트에 살게 됩니다. 나인원 한남이 분양전환 민간 임대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입주민들은 계약대로 4년 임차 후 분양우선권을 갖게 됩니다.
 
아파트를 선분양을 할 경우, 건설사들은 사업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미리 조달해 차입금의 이자비용 등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인원 한남이 후분양을 선택한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3.3㎡당 6,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한 이 단지에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인원 한남은 대신금융그룹이 용산구 한남동 소재 외인주택 부지 6677㎡를 6,242억원에 낙찰 받아 해당 부지에 공동주택을 조성한 단지입니다. 땅값이 비싼 만큼, 애초 초고급 아파트로 계획된 이곳은 인허가 과정에서도 걸림돌이 많았는데요. 멋들어진 초기 조감도와 다른 외관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설계는 서울시 건축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여러 번 변경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최저 분양가만 4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나인원 한남은 임대 단계에서 이미 완판(완전판매)’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2018년 분양 당시 1,885명이 몰려 경쟁률이 51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시장에선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편, 정부는 고가 아파트들이 결국 집값을 끌어올린다며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습니다.

분양가 관리, 이미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17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요. 이로 인해 서울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뿐 아니라 동작구와 영등포구, 양천구, 중구, 광진구, 서대문구 등 13개구 전 지역과 강서, 노원, 동대문, 성북, 은평 5개구 내 37개동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되었습니다. 과천, 하남, 광명 소재 13개동도 추가 지정돼, 경기도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정책 시행일인 지난해 1028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에 대해 규제가 6개월간 유예됨으로 본격적인 분양가 상한제 단지는 올해 4월부터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양가 상한제 지역만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나인원
한남 사례에서 설명했듯, 이미 분양보증기관인 HUG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HUG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해 분양보증 신청 사업지 분양가를 분양보증 심사 기준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분양가 상한제보다 범위가 넓어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지방 광역시까지 포함돼 있는데요. 해당 지역에 속한 단지가 심사기준에 따라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지정될 경우 분양보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HUG의 분양가 규제로 인해 시세대로 아파트 공급을 할 수 없게 되는데다, 단지 고급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규제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유상옵션 금액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유상옵션 가격은 비쌌는데요. 전 지역이 관리 대상인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 광역시에서 행정구역 별 공급 단지를 비교했을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유상옵션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지출이 맞지만 분양가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요즘 아파트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고분양가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죠. 비 관리지역 일부 단지에서는 관리지역에서 돈을 내고 계약하는 이런 옵션들을 무상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무상 제공되는 발코니 확장이나 시스템 에어컨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고급 빌트인 가전이나 특히 빌트인 가전이나 가구, 조명 등을 모두 분양가에 포함한다면 분양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발코니 확장이 무조건 이득? 비싸도 ‘인기‘

아파트 유상옵션의 원조는 발코니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실사용 면적을 넓히기 위한 발코니 확장은 이전부터 흔한 일이었는데요. 집주인들이 새로 입주할 때나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직접 발코니 공사를 하는 일이 많았죠. 한마디로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거실과 방을 더 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이 베란다를 넓히는 정도의 작업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그림자에 벗어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발코니 확장 옵션을 내놓으면서, 입주민들은 훨씬 넓어지고 개선된 평면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요즘 아파트들은 넉넉한 거실 면적과 방 수, 화장실 수를 갖추면서도 드레스룸 및 펜트리 공간까지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새로 만들어지는 공간의 내부 인테리어 비용 일부까지 발코니 확장 비용에 함께 들어감에 따라 발코니 확장형 선택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는 높아졌는데요. 일부 단지들은 확장형 선택 세대에 대해 주방 벽체 엔지니어드 스톤 탑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발코니 확장 옵션은 1~3천만원으로 매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적, 실질적 혜택으로 인해 요즘에는 확장형을 계약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인데요. 2019년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주요 건설사별 발코니 확장 선택 가구를 알아보면 포스코건설이 99.9%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GS건설이 99%, 대림산업이 98.6%, 현대산업개발이 98%, 대우건설 97.9%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분양 받자마자 수 억원 차익…”고가 옵션 안 비싸”

한편 발코니 확장 뿐 아니라 최근에는 각종 빌트인 가전과 가구, 내장재에 대한 선택폭 역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공동주택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유명한 유럽 산 브랜드 내장재들이 인기를 끌며 해당 옵션들이 고급 아파트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라이히트(LEIGHT), 노빌리아(Nobiliba) 같은 유럽 수입 주방 가전 브랜드는 아파트 소비자에게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죠.
 
12월 공급된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의 경우 빌트인 가전 및 수입주방가구가 포함된 수입가구옵션이 최대 4,248만원으로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는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주방옵션에 한한 것입니다. 이 옵션은 주방 쪽에 위치한 알파룸을 활용하는 대신 주방을 넓게 빼고 펜트리까지 넣는 선택사항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입니다. 호반써밋 2단지의 경우 전용 110~140㎡ 세대에 한해 수입주방 옵션에 와인셀러를 넣는 등 최신 인테리어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단지는 1월 공급된 대구 빌리브 프리미어입니다. 서울 못지 않은 HUG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대구시 중구에 자리한 이 단지는 시세보다 수억 원 낮은 분양가와 함께 총 2억원짜리 유상 옵션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아파트 옵션은 주로 국산 마감재로 구성된 기본 발코니 확장형과 독일 및 이태리 수입산 마감이 적용된 특화 인테리어항목들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주방 옵션과 이태리 수입 원목마루, 이태리 수입 타일 아트월 등이 적용된 거실에 역시 이태리 수입 타일과 세면대, 수전들을 설치하는 욕실까지 최고급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고급화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서 옵션 특화 단지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며 어차피 시세 대비 분양가가 충분히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세가 높은 지역일수록 고가의 풀옵션(Full Option)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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