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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ONE FINE DAY_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배우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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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1:1779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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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배우 이지수의 발걸음을 따라서.
editor 손정은 photographer 김진호


이지수는 망설임이 없다. 3 수능이 끝나자마자 <레미제라블> 초연 오디션에 지원했을 때도, 동료들과의 콘서트를 위해 직접 극장을 대관할 때도,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색깔의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도. 고민하며 머무르기보다는 언제나 돌파하는 쪽을 선택해 왔고, 쉬지 않고 달린 덕분에 <프랑켄슈타인><노트르담 드 파리><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레베카> 등 많은 이들이 꿈꾸는 무대를 하나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가 이번에 들려줄 이야기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이다. 1900년대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낮은 신분의 몬티가 8명의 경쟁자를 제거하고 백작의 자리를 꿰차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줄거리만 들으면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위트와 풍자를 더해 웃음 가득한 블랙코미디로 무대를 채운다. 이지수가 맡은 피비 역은 몬티를 두고 또 다른 여성 캐릭터인 시벨라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이지수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에너지로 색다른 피비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젠틀맨스 가이드>에 처음으로 함께합니다. 과거에도 오디션을 본 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초연 때 시벨라 역으로 오디션을 봤었어요. 그때는 작품에 대해 정보가 별로 없으니, 노래만 보고 시벨라의 곡을 더 잘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땐 피비의 노래가 너무나 어려워 보였어요.
 
이번에 직접 마주하니 어땠나요.
역시나 어렵더군요. 게다가 초연부터 ()아선 선배가 워낙 완벽하게 해온 역할이라 더 걱정되었던 것 같아요. 언니를 따라갈 순 없을 것 같아서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언니가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말투가 정말 천사 같으신데, 저에게는 진정으로 천사 같은 존재였습니다. 사실 피비는 공연이 꽤 진행된 후에 등장하고, 관객분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언니가 고민해 온 것들에 대해 들려주셨습니다.
 
피비는 어떤 인물인가요.
몬티와의 대화 중 이런 표현이 있어요. “사람들이 절 보고 수근대는 거 알아요. 집안이 좋네, 도도하네, 까탈스럽네. 근데 진짜 내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죠.” 사람들이 피비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했을 거라는 걸 보여주죠. 피비는 젊은 귀족이라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은 오빠뿐이고, 어떤 면에서는 허전하고 공허해요. 그래서 자연을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러다 몬티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이 남자라면 같이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품은 몬티와 다이스퀴스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피비가 성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
초반에는 천진난만한 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빠의 장례식 이후로는 심경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 시대는 보호자가 없는 여성들이 버티기 힘든 시기잖아요. 그래서 더욱 몬티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2막에서는 삼각관계의 라이벌인 시벨라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믿고 사랑했던 몬티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죠. 그럼에도 피비는 몬티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그를 구하려 해요. 나를 배신한 사람이지만, 더 큰 사랑으로 이 사람을 구원하겠다고 마음먹죠. 그 과정에서 또 한 단계 성장했을 것 같아요. 이 모든 변화를 잘 표현해내고 싶어요. 목소리 톤도 초반에는 밝고 순수하게, 후반부에서는 아주 차분하고 낮게 잡아보고 있어요.
 
피비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늘 궁금증이 들었어요. 대체 왜 저 남자를 구해내는 걸까.
저도 관객으로 이 작품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피비는 귀족다운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그 시대에는 명예를 중시했잖아요. 당시에 시벨라까지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도 많았을 거예요. 그 모든 것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 시즌 피비의 고음 파트에서 박수가 터져 나와요. 커튼콜에서도 환호성이 쏟아지더라고요.
연습하면서 관객분들이 피비를 사랑해 주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 말을 첫 공연의 커튼콜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커튼콜 인사를 할 때 정말 많은 환호를 보내주셨어요. 피비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나도 많이 사랑해줘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번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평상시 모습은 시벨라와 좀 더 가까운 것 같거든요. 그런데 캐릭터를 알면 알수록 닮은 점이 보이더라고요.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점이 비슷합니다. 피비는 다른 귀족들이 하지 않을 선택을 하거든요. 남이 보면 제정신이냐고 할 정도로요. 저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편이라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이지수 배우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호기심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작품을 고를 때도 내가 이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하는 것 같고요. 잘 해냈을 때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도 기대돼요. 평소에도 호기심 덕분에 늘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집에 붙어있기보단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생각난 건 바로바로 실행해야 해요. 박지연, 이예은 배우와 함께했던 <코딱지 콘서트>도 제가 먼저 움직이지 않았으면, 언니들은 안 했을 거예요. 콘서트를 해보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제가 대관을 먼저 해버렸거든요. 그리곤 아예 제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를 냈어요. “어쩔 수 없어, 해야 해라면서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처음부터 제가 원해서 시작한 것이니 괜찮아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신중하지 못한 면도 있지만, 이런 제 성격이 싫지 않아요.
 
실행력이 좋다는 건 엄청난 장점인걸요.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죠.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느끼면 바로 시스템을 꺼버리는 편이기도 하고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때가 있잖아요. 다행히 저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잠이 더 잘 오더라고요. 그래서 개막 직전에 늘 피부가 좋아져요.(웃음)
 
그동안 거쳐온 작품 중 배우 이지수를 가장 성장하게 만든 건 무엇인가요.
뮤지컬 <레베카>(I)’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하나하나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는지, 안 풀리는 지점이 생길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나 싶었고요. 제가 원래 MBTI로 따지면 파워E’인데요, 그때는 잠깐 I가 되기도 했습니다. (I)라서 I가 된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친한 친구들이 보기에도 평소의 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대요. 그러다 어느 순간 실마리가 풀리면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무대를 책임져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레베카>에 이어 참여한 <그레이트 코멧>의 나타샤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는 역할이었어요. 두 작품을 거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지구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곤 <젠틀맨스 가이드>를 만나게 된 거군요. 이번 무대가 이지수의 다음 스텝을 보여주는 시간이 되겠네요.
그런 면에서 시벨라가 아닌 피비를 맡았다는 게 저에겐 더 좋은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어른스러운 피비를 통해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객분들이 보시고 여전히 어린 것 같다고 하시면 어쩌죠?(웃음) 아선 언니의 완벽한 피비와 비교하면 아직 어리게 느껴지시겠지만, 저 나름대로 성숙해진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 공연은 배우들의 라인업만 봐도 웃음을 기대하게 만들잖아요. 더운 여름, 시원하게 웃다가 가시면 됩니다. 같이 공감하면서 웃으면 더 즐거울 테니,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몬티가 다이스퀴스를 하나씩 제거하는 이야기에서 웃음을 전한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건 직접 눈으로 확인하셔야 해요.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은 몬티가 만드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펼쳐진답니다.
 
한바탕 웃다 보면 왠지 서늘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100년 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고요.
마지막에 몬티를 보면 짠한 마음이 들어요. 바닥부터 시작해서 백작이라는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도 찝찝한 여운을 남기고요. 사실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한, 적당한 아파트를 사는 것까지는 꿈꿀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시대의 백작으로 대우받을 만큼의 부자가 되는 건 불가능해요. 작품과 현실이 겹쳐지며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관객분들도 그저 웃기만 하다가 가시지는 않을 것 같아요.
 
몬티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잖아요. 그렇게 얻어낸 이 자리에서, 몬티는 앞으로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누군가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결국 그의 삶을 훔쳐서 살고 있단 생각도 들어요. ‘나도 그 상황이 되면 저렇게 될까?’ 생각하게 되고요. 작품 말미에, 몬티의 다음 후계자인 천시가 등장해서 그런 얘기를 해요. “귀족집 콩고물은 전혀 못 주워 먹어도, 신경 쓸 문제도 하나 없이 살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 마음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물론 천시도 몬티의 일기장을 읽은 후 반전을 펼치긴 하지만요. 모르겠네요, 과연 제가 어떻게 변할지. 누가 그걸 장담할 수 있을까요.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더 큰 곳을 바라보잖아요. 여러 고민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 진정한 블랙코미디라 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지연, 이예은 배우와 꾸미는 <코딱지 콘서트>도 곧 찾아올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미리 힌트를 주신다면요.
이번에는 국악을 한 스푼 넣어봤습니다. 국악이라는 콘셉트의 시작은 날짜 때문이었어요. 추석 즈음으로 일정을 잡아보다가 그럼 한복을 입고 하자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이왕 한복을 입는 김에 아예 국악을 살짝 넣어봤습니다. 서양의 장르인 뮤지컬에 우리 것을 한번 섞어보는 거죠. 기획부터 모든 것을 저희가 담당하는 공연이라 재밌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포스터를 찍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요. 기대해 주세요!
 
아까 했던 말처럼 정말 쉬지 않고 움직이네요. 남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다이어트라고 답했는데, 이제는 안 하려고요.(웃음) 대신 체력을 기르고 싶어요. 최근에 몇 년간 쉬지 않고 연습과 공연을 이어왔더니, 어느 순간 체력이 떨어진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젠 정말 체력 관리를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좀 더 체계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일단 올해는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기존에 하던 필라테스와 발레 외에 더 활동적인 운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 비타민도 꼭 챙겨 먹고요!


*배우 이지수가 참여한 <코딱지 콘서트>의 구성과 관련하여, 지면 기사에서 내용이 정정되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기간 202476-20241020
시간 (7.6-8.18) ··· 19:30 | 주말 14:00 18:30
(8.20-10.20) ·· 19:30 | 15:00 19:30 | 14:00 18:30 | 15:00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
가격 VIP15만원 | OP 13만원 | R13만원 | S9만원 | A6만원
문의 02-3485-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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