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전원을 껐다 켜듯
인생을 ‘리셋’하려고 하는 병리현상, ‘리셋증후군’
눈을 뜨면 어제와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타임 루프(Time Loop)물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똑같은 상황이 무한 반복된다는 점에서 ‘타임 시프팅(Time Shifting)’이라는 표현에 더욱 가깝습니다. 타임 시프팅이란 쉽게 말해 동영상을 보고 있다가 원하는 시점으로 재생 위치를 변경하는 개념입니다.
타임 시프팅이라는 표현이 조금 낯설다면 ‘리셋’이라는 표현은 어떤가요? 리셋은 컴퓨터 실행 중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스템을 초기화시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도 ‘리셋’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말실수를 했을 때나 일처리를 잘못 했을 때와 같이 곤란한 상황에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또는 ‘지금 이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말이죠.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동하는 ‘리셋증후군’
물론 현실에서 리셋을 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영화나 소설과 같은 허구 세계에서나 가능한 개념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처럼 현실 세계도 리셋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이라고 하죠.
리셋증후군은 인터넷 중독의 한 종류입니다. 인터넷,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동하는 바람에 ‘현실도 리셋이 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강제 종료 버튼을 눌러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하기 싫은 일, 곤란한 상황을 마주쳤을 때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무작정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리셋증후군, 그냥 두면 안 돼요!
리셋증후군은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합니다. 어떤 일이든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다 보니 사람과의 갈등 관계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고, 관계를 개선하기 보다는 차라리 연락을 끊어버리려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모르는 척을 해버릴 수 있죠.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동하는 바람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과 게임을 통해 배운 운전 실력으로 부모님 몰래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초등학생의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들이 운전대를 잡게 된 원인을 리셋증후군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죠.
리셋증후군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
그렇다면 리셋증후군을 치료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리셋증후군을 없애주는 특별한 약이나 주사,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우선 가상 세계를 접하는 기회를 줄이고 현실 속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게임에 접근하는 횟수와 시간을 줄이는 한편, 운동과 취미생활,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머릿속에서 친구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풀 방법을 모색하는 연습, 더 나아가 곤란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글 : 천혜민 에디터 / 사진 : 김세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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