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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야심찬 공간, 캐딜락 하우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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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2021.04.06. 01:00412 읽음

III 캐딜락의 브랜드 갈아엎기, 그리고 한국.
미국 내 판매 중인 라인업과 동일하게 국내 판매 중인 캐딜락 코리아, 브랜드에서 선보일 수 있는 거의 모든 라인업을 갖췄음에도 국내 판매는 그리 신통치 않다.

 그 이유에는 그간 잘 팔릴만한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거나, 잘 팔리던 모델을 단종(ex : CT6 2.0T) 하는 등의 이유도 있었겠으나, 결정적으로는 그간 캐딜락 모델 자체가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구성을 갖추었던 점이 한국 내 판매 부진의 주요 요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캐딜락은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변화는 캐딜락 코리아에만 그치지 않는다. 캐딜락 브랜드 전반에 걸쳐 각 모델들의 리프레시와 대대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그 시작을 보여주는 차량이 바로 리릭 컨셉트인데, 직선 위주의 시원한 디자인, 전기차에서 유독 부각되는 노면 소음/풍절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이즈 캔슬링 기능 등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캐딜락의 출발을 알렸다. 또한 XT6를 비롯해 SUV 라인업을 확충하며 그간 소극적으로 임했던 SUV 시장에 제대로 된 도전장을 날렸다. 캐딜락 브랜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세단 중심의 라인업에서 '친환경'과 'SUV' 중심의 라인업으로 재편되는 현재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캐딜락의 모습을 보여준다.

캐딜락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두 차종, 리릭 컨셉트와 XT6. © Cadillac

캐딜락 코리아는 이처럼 달라진 브랜드 이미지를 국내에서도 보여주기 위해, 수입차 업체 중 BMW의 드라이빙 센터처럼 차량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 형식의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물론 BMW 드라이빙 센터와 비교하였을 때, 프로그램과 크기 면에선 비교가 되지 않는 꼴이지만 이러한 형식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수입차 업체로써는 국내 시장에 이례적인 행보이다. 그것도 벤츠/볼보처럼 신차 출시 때만 잠시 마련하는 이벤트 성이 아닌, 상설로 마련된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캐딜락 코리아는 올 2월, XT4의 국내 출시와 함께 캐딜락 하우스 서울의 내부를 XT4와 XT4의 테마로 꾸며 놓았다. (3월 중순부터 캐딜락 전 라인업이 다시 이곳에 전시되었다. XT4 특별 전시는 3월 9일까지였다.)

여타 자동차 전시장과 다르지 않은 외관이지만, 수입차가 즐비한 도산 대로에 호기롭게 생긴 캐딜락 코리아의 마케팅 중심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III 강렬한 조명과 XT4.
주말 저녁의 도산은 역시나 휑하지 않았고, 도로엔 고급차들이 즐비했다.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캐딜락 하우스 서울, 건물 외관은 여느 수입차 전시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차량의 실질적인 구매/계약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란 점이 무색해지는 외관은 방문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부담 없이 차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건물 외벽에 붙은 "XT4 특별 전시"라는 글씨뿐. 차량을 소개해 주시는 어드바이저 분께서도 건물의 생김새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시인하셨을 정도. 그러나 이곳은 외관이 아쉬울 뿐, 실내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경험이 시작된다.

 XT4의 메인 컬러인 어텀 메탈릭 컬러가 적용된 차량을 중심으로 캐딜락 특유의 길고 가는 인상적인 DRL과 건물 내부의 화려한 조명, 디스플레이가 밖에서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1층에는 어텀 메탈릭(주황색), 트와일라잇 블루(남색), 레디언트 실버 메탈릭(은색) 컬러를 한 XT4가 각각 한 대씩 전시되어 있었다.

시동 버튼, 인포테인먼트, 핸들 리모컨 등에서 매스 마켓 브랜드인 쉐보레의 그것이 군데군데 보이는 것은 조금은 아쉬웠으나, 인포테인먼트의 경우 조작감/반응성이 여타 수입차에 비해선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 인상적이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인상적인 어텀 메탈릭 컬러의 XT4를 중심으로, 바닥에는 XT4의 7가지 컬러를 표현한 단순한 그림과 투명 아크릴 판위, 캐딜락 하우스 서울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건물의 크기가 크기인지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는 아쉬운 점이다. 때문에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곁들여 차량을 둘러볼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와 거리가 먼 '일반적 전시장'과 유사한 배치였다. 하지만 전시 차량 자체의 구성은 각각의 테마를 지닌 듯 꾸며져 있었다.

트와일라잇 블루 컬러와 레디언트 실버 메탈릭 컬러의 XT4는 기본으로 적용된 루프랙을 자랑이라도 하듯, 각각 천장 위에 자전거, 루프박스를 얹어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XT4와 실물은 확연히 달랐고, 실물은 그 전장에 비해 놀라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예전의 미국차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하는 수준 높은 실내는 고급 소재가 대폭 적용되어 사진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고 있었다.

외관에선 미국 생산 차량의 특징 중 하나인 붉은색 방향지시등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는 머스탱의 그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넣어 식별을 쉽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III 제네시스보다 좋은 첫인상.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고 주행성능을 포함하지 않은 평가이지만, 차량의 구성과 기획은 충분히 좋다. 예전의 캐딜락과는 다른 디테일이 곳곳에 있었고, 사진상으로 보던 것과 실물이 자아내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캐딜락 특유의 날이 선 외관 디자인은 XT4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존재감을 뽐낸다.

 특히 기존 캐딜락 대비 상당히 논리적으로 디자인된 실내가 인상적이었다. (구형 캐딜락들의 터치 방식 버튼류는 조작하기에도, 보기에도 좋지 못했다.) 상당수의 기능을 직관적인 물리버튼으로 남긴 실내는 젊은 층을 공략해야 하는 소형 SUV임에도 다소 올드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재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으로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특히 버튼류들의 조작감, 원단의 촉감, 대시보드의 전반적 느낌이 현대차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제네시스 차량들에 비하면 더 낫다고 생각되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ADAS 같은 기능도 충분한 편. 다만 미국의 넓고 쭉 뻗은 직선 도로에 더 최적화되었을 것이기에, 한국 도로에서의 실제 성능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당장 캐딜락 코리아에서 엄선해서 골랐을 전시차에서도 도어 캐치 같은 곳에서 단차가 눈에 띈다.

III 첫인상을 이어가지 못하는 '미국산'의 흔적.
XT4 역시 미국차로서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붉은 차폭등과 방향지시등이 아닌 조립품질 부분에서 말이다. 뜬금없이 미국산의 흔적이라니 이게 뭔 소리인지 하실 수 있지만,

캐딜락은 미국 차이다. 차에 관심 있는 필자라면 알고 계시리라 짐작하지만, 미국차는 국내에서 조립품질이 무성의하기로 유명하다. 적어도 그간 포드/링컨/크라이슬러/캐딜락으로 대표되는 국내 소비자가 접한 미국차들은 그러했다. 미국 생산 차량 특유의 관대한 QC는 차량 군데군데 단차와 마감에 있어 무성의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요즘엔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며 예전만 못하지만,
 
 캐딜락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속한다. 이런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그것도 브랜드의 가치를 방문객이 느끼며 인상을 받는 공간에 마련된 전시 차량의 QC가 이 정도라면 필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글의 흐름이 갑자기 깨진 것 마냥, 눈에 띄는 단차는 강렬한 첫인상을 부숴버리는 역할을 하였다.

 몇몇 브랜드와 같이 구동계에 중대한 품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소비자에 비해 차량의 외장에 깐깐한 한국 소비자를 고려하여 전시 차량의 이런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벽에는 XT4의 7가지 색상을 팬텀 색채 연구소 방식으로 코드를 붙여 표현해 놓았고, 그 옆에선 美 패션지 하버스 바자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광고가 상영되고 있었다.

단차에 있어 소소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량을 더 둘러보던 중, 어드바이저 분께서 오셔 차량에 대하여 질문할 것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어드바이저 분은 차량을 판매하는 영업사원분이 아니시다 보니, 판매 실적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곧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마치 거대한 서재의 계단을 연상시키는 듯한 공간을 지나 올라가자, 1층서 봤던 어텀 메탈릭 컬러의 XT4보다 훨씬 강렬해 보이는 인프레러드 틴트코트(빨간색) 색상의 XT4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 강렬한 색상을 자랑하듯, 인프페러드 틴트코트 색상의 XT4 뒤에선 국내에선 기아차의 'THE K9'의 앰비언트 컬러 협업을 통해 알려진 바 있는 팬텀 색채 연구소와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 차량과 별개로 캐딜락 브랜드 전반의 올드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탈피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보였다.

바로 옆에는 캐딜락의 역대 대표 모델들을 미국 대통령들의 의전차와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 나왔던 캐딜락 왜건을 다이캐스트로 보여주고 있었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표현할 때와는 다소 다른 특이하게 '미디어에서의 캐딜락'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팝업 스토어 형식의 자그마한 건물. 이 건물 내에서 이 정도의 경험이라면 시간을 내어 와보기에 충분한 공간이라 생각된다.

III 가볍지만 깊이 있는 구성, 캐딜락 하우스 서울.
앞서 언급한 일련의 브랜드 소개 방식으로 다소 브랜드가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캐딜락은 불과 15년 전에도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던 무거운 브랜드였다. 대중 브랜드들이 호기롭게 출범시킨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ex : 렉서스/인피니티/제네시스) 들과 다르게,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그 역사가 더 길다는 부분에서 결코 얕잡아 볼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링컨과 더불어 세계 제일 고급차 브랜드의 지위를 지녔던 6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중반의 암울했던 대대적인 코스트 커팅, 마지막으로 이른바 '물이 오른' 현재의 캐딜락 브랜드까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역대 캐딜락 브랜드 로고의 변화가 벽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이뤄낸 캐딜락 풀 라인업의 사진도 그 옆에 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캐딜락 하우스 서울. 경험은 여기에서 끝났다. 길지는 않은 경험이었다. 건물 크기의 제약으로 인해 둘러볼 수 있던 콘텐츠 자체가 많지 않던 것이 흠이라 생각된다.

 글의 시작서도 언급한 BMW 드라이빙 센터의 경우,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가 있는 반면, 캐딜락 하우스 서울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만 면죄부는 충분하다. 캐딜락의 국내 판매량을 그리 신통치 않고, 이러한 공간을 마련한 것 자체가 놀라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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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CAR GO STUDIOS브릴리언트, 김동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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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III CAR GO!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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